<나팔꽃>

아침에 나의 머리맡에
부지런한 나팔꽃 인사하지
나를 위해 그대 빵을 굽고
방안 가득 커피향이 좋아

사는 날 가끔 힘이 들 때
망설이던 눈물 흘려도 되
하늘 향해 뻗는 나팔꽃 봐
마음까지 하늘에 닿겠네

이른 아침 창밖을 봐
높이 나는 새들 얼마나 힘찬지
또 밤새 서 있는 푸른 나무들 좀 봐
이른 아침에

―김현성 시집 《그대 어서 와 그리움 나누고 싶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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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16 10: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16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관계

나는 사람 이름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모임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표정으로 호의를 표할 뿐 굳이 이름을 기억하거나 내 이름을 알려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름을 물어 보면 난감해한다. ㅠㅠ그리고 정식으로 통성명할 기회를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내가 식물 동물의 이름은 기어코 알아내고 말고 싶은 욕망이 있다. 사람 이름은 한 번 들으면 백발백중 잊고 말지만 동식물의 이름은 한 번 들어도 거의 기억을 한다는...

어떤 땐 이런 내가 참 정 없고 이기적이란 생각을 한다. 예전엔 나도 안 그랬는데,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생활이 복잡해지고, 새로 관계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그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 관계 맺음에 대해서 벌써 시간과 노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인간이 안 된 증거라는 것을 알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걸을 때 늘 주변을 살 핀다. 정면을 주시하고 사람을 보며 가는 게 아니라 땅을 보거나 새로운 나무가 없나, 꽃이 없나, 그 사이에 꼬물거리는 벌레는 없나는 살피며 걷다 보니 자연히 뒷 골목으로 다니게 되었다. 지인은 10년 산 자기보다 그 반도 못 산 내가 동네 지름길이란 지름길은 다 꿰고 있음을 알고 놀란다. 그이는 자동차족이고, 난 뚜벅이족인데다 나무가 있는 길들을 찾다 보니 자연 그렇게 된것을... 

요즘은 '소통'이란 말을 많이 쓴다. 나도 그 말을 좋아한다. 그렇게 사람과 소통하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삶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자연과 소통하고 살고 싶다. 이런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사람과 관계 맺음에 의해 벌어지는 사소한 오해로 인한 상처를 주고 받는 것, 그런 것을 통해서 진정으로 소통하고 도타운 정을 쌓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살수록 복잡한  것이 싫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책임이라는 것도 참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인간과 소통할 생각을 않고 자연에 집착하는 것이리라. 조용하게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자연과의 소통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지만 그 얘긴 후일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네발나비

 

 

 

 

 

 

 

 

 

 


산네발나비

 

 

 

 

 

 

 

 

 

 

 

 

 

먹 부전나비

 

 

 

 

 

 

 



 

 

멋쟁이       나비

 

 

 

 

 

 

 

 


 

 

 

배추   흰          나비

 

 

 

 

 

 

 


 

 

 

 

제비  나비

 

 

 

 

 

 


 

줄점 팔랑나비

 

 

 

 

 

 

 

 

 


 

 

 

 

남방 부전  나비

 

 

 

 

 

 


산       호랑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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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콩잎을 아는가.

오늘 아침 나의 메뉴는 달랑 콩잎 한 가지였다. 뭐, 애들이 남긴 버섯 몇 조각을 먹긴 했지만, 그건 잔반처리의 수준이었으므로 진정한 나의 메뉴라 말 할 수 없다. 나는 간장에 익히거나 된장에 익힌 깻잎, 콩잎을 좋아한다. 콩잎도 먹어?  또는 저건 완전 낙엽 수준이잖아? 처음 보는 사람은 거의 이렇게 말한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내가 콩잎을 처음 먹은 것은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그 때 아버지는 큰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계셨고, 병원과 집이 멀었던 관계로 병원 근처에 살았던 아버지의 지인이 매 끼니 밥을 해서 날랐다. 그 때 하교 길에 병원에 들러 아버지를 보고 가던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몫이었을 그 밥을 눈치 없이 꿀꺽하곤 했는데, 그 때 만난 것이 젓갈양념을 한 콩잎이었다.

어머니의 고향에선 콩잎을 먹지 않았던 관계로 우리 집 밥상에 콩잎이 올라 올 일이 없었다. 병원에서 처음 그 콩잎을 맛 본 이래 그 만큼 맛있었던 콩잎은 두 번 다시 먹어 보지 못했지만, 그 콩잎만 생각하면 그 때 밥을 해서 나르시던 그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때  어린 마음에도 참 감사하다는 생각은 하였지만, 후에 시어머니 병간을 위해 병원에서 지내면서 그런 일들이 얼마나 정성이 필요한 일인지 절감하고, 그 분들 생각이 많이 났었다.  

그 이후로 난 콩잎의 팬이 되었고, 이제 막 나기 시작한 부드러운 콩잎으로 만든 콩잎 물김치, 간장에 삭힌 콩잎과 노란 단풍이 든 조금은 억센 콩잎으로 만든 젓갈 양념을 한 콩잎을 모두 좋아하게 되었다. 마지막 것은 정말 낙엽 수준이라 씹히는 것은 질긴 섬유질 뿐인데, 이리 오래도록 '맛'으로 기억되어 좋아하는  것을 보면 몸에 좋은 음식임에 틀림없다. 언젠가 내 체질 법에 맞는 음식 종류를 일괄 한 적이 있는데, 기가 막히게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내 체질에 맞지 않은 음식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몇 가지 이유를 더 들어 (친구 생각나면 전화오고..뭐 그런) 내게 신기가 있노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또하나  콩잎에 애정을 느끼는 이유는 콩잎 맺힌 농촌 여인네의 정서 때문이다. 이 표현은 그리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콩잎 한 장 한 장에 농촌의 삶이 담겨 있다. 내가 먹은 콩잎만 해도 시누이의 허리 꼬부라진 시어머님이 담궈서 보내 주신 거다. 별거 아닌 풀잎 한 장으로 보이는 콩잎이 식탁에 올라오기 까지, 체험해 보지 않았기에 감히 고생스럽다고 말하기도 주저되는, 그 지난한 노고가 숨어 있음에야 말해 무삼하리..

어찌 되었건, 오늘 아침에 시누네서 얻어 온 이 콩잎을 한 장 한 장 들어올려 눈으로 즐감하며 밥을 먹었는데, 콩잎 한 장 한 장의 모양과 잎맥, 색깔이 장난 아니게 예쁜 거다. 참을 수 없어 마지막 남은 한 장을 하얀 접시에 옮겨 담아 사진을 찍으면서, 시누이의 시어머님에게 감사했다.  그 분 덕택으로 집안에 앉아서도  맛있게 가을을 느낄 수 있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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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9-15 10:14   좋아요 0 | URL
아... 콩잎도 먹는군요... 전 깻잎 먹는 것은 좋아하는데.. 비슷한 방법으로 콩잎도 먹는다는 거지요?? 근데... 콩잎은 어디서 구할까요?
하얀 접시에 콩잎 한장... 너무 근사하네요... 퍼가도 되지요?

로드무비 2004-09-15 10:17   좋아요 0 | URL
우와, 근사해요.
저도 콩잎이라면 환장합니다.
지금 우리 집엔 간장으로 절인 연한 콩잎이 있죠.
낙엽색 억센 젓갈 콩잎도 먹어보고 싶어요.
아이구, 콩잎 하나에 이렇게 반갑다니!
오늘 제 방에 좀 걸어놓을게요.^^ 추천!

미누리 2004-09-15 10:47   좋아요 0 | URL
콩 잎을 저리 멋지게 찍어 주셔도 되는 겁니까?! 군침 흘리고 갑니다. ^^

아영엄마 2004-09-15 12:33   좋아요 0 | URL
에구..먹어본지 참 오래 됐네요. 결혼 전에는 먹곤 했는데... 침돈다.. 얼릉 빠져나가야지..=3=3

2004-09-15 2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tarsta 2004-09-15 21:42   좋아요 0 | URL
우와.. 사진이 정말 멋지군요..!! @.@ ....!!
콩잎을 먹는다는거 몰랐어요. -_-;; 근데도 글을 읽으니 입맛을 다시게 되네요.

. 2004-09-15 23:31   좋아요 0 | URL
와..깻잎 된장에 박은거 그런거 저 무지 좋아하는데 콩잎 그리 한거는 못 먹어봤어요.(아마도 백화점 반찬코너에서만 먹어본 듯도.) 흑흑...chamna님 주소 부르리까?

2004-09-16 08:03   좋아요 0 | URL
윽 님들..달려오셔요..^^

아라비스 2004-09-22 11:35   좋아요 0 | URL
혹 경상도에서 사셨나요? 전 질긴 이파리가 도저히 넘어가지 않던데... 경상도에서 살았으면서도 콩잎이랑 방아향은 정말 적응이 안됐어요^^;
 

 

 

 

 

 

아이들 데리고 한강에 나갔다. 비 온 뒤의 청량한 공기, 뭉게구름 둥실 떠 있는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이 가을을 흠씬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봄을 심하게 타는 편인데, 어느 해인가 이른 봄, 사실 차라리 겨울이라고 해야 할  어느 때, 아이들과 쑥을 뜯는 답시고 기차를 타고 임진각까지 다녀 온 적이 있다. 이제 한 두 개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어린 것들을 쑥이라고 뜯고, 칼바람 부는 논둑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온 그 해 봄. 나는 이상하게 봄을 쉬이 넘겼다.

그 이후로 나는 계절을 앞서 맞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래야 이 계절도 오롯이 계절로만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암튼 평일에 아이들과 어딘가 나선다는 것은 부담 스러운 일이다. 다음 날 일과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는 갔다. 열매란 때가 있는 법이고, 이번 주말에 가면 열매가 달려 있긴 하되, 색깔이 변해 있을 거야..온갖 핑게를 맘 속으로 대며 한강으로 나갔다.

열매도감에서 본 그 보라빛 열매, 좀작살나무(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찔레열매를 닮은 매발톱(매발톱 나무가 있다는 것도 새로 알았다) 서둘러 오느라 이름을 적어오지 못한 빨간 열매, 해당화와 그 열매는 작은 석류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나뭇잎에 숨은 크고 작은 노린재를 찾으며 탄성을 질렀고, 땅에 떨어진 씨앗을 들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열매들 사이에, 움직이는  열매들이란!

좀작살나무


 

 

 

 

 

 

 

 

 

 

 

매발톱


 

 

 

 

 

 

 

 

 

 

 


?

이름에 홍'자가 들어갔단는 것 밖에..

 

 

 

 

 

 

 

작약씨앗

 

 

 

 

 

 

 

 

 

 

 

범부채꽃 씨앗

 

 

 

 

 

 

 

 

 

 

 

해당화 열매?

 

 

 

 

 

 

 

 

 

 

 

움직이는 열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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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4-09-14 08:53   좋아요 0 | URL
아이들의 밝은 미소, 가을날의 하늘처럼 푸르고 예쁘네요. 그리고 저 예쁜 색깔들의 씨앗처럼 곱네요.

아영엄마 2004-09-14 19:40   좋아요 0 | URL
우와~ 사진 찍는 솜씨가 대단하신데요.. ^^ 아래 사진은 가르치는 아이들인가 봐요?(설마 모두 참나님의 자녀라는..@@)

아영엄마 2004-09-14 19:43   좋아요 0 | URL
비발님 서재에서 창비와 관련된 설문조사로 응모자 모집중이신데 응모하셨나요?(설문조사해 주면 책 한 권 준대요~)

반딧불,, 2004-09-14 20:34   좋아요 0 | URL
해당화는 씨같아요.

2004-09-14 22:38   좋아요 0 | URL
아니어요 두 명은 우리 아그들이고 셋은 이웃 아그들이어요..전 우리 아그들만 델구 다니는 법이 없다지요...글구 창비어린이 구독자라 아마 설문지로 올 것 같구요, 발빠른 정보 항상 감사하고 언제든 정보 대환영..해당화는 아무래도 씨 같지요..한 개만 따서 쪼개 보고 싶은 걸 꾹 참고 왔습니다..

. 2004-09-15 23:32   좋아요 0 | URL
언제 사진 찍는 비법 좀 전수해 주세요!
 
여름이 준 선물 - 쉼표와 느낌표 1
유모토 가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행나무 가지를 바라보다가 문득 ‘여름이 준 선물’ 이 생각났다. 여름은 성장의 계절이다. 이 책에는 여름을 통하여 성장하고 성숙한 세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 있던 소년들에게  ‘죽음’이라는 화두가 다가온다. 마을의 혼자 사는 노인을 지켜보며 죽음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소년들이, 할아버지의 삶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할아버지의 삶에 자연스럽게 개입하게 된다

 

소년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살아있지만 활력도 변화도 없이 죽은 듯이 살아가던 할아버지에게 세 소년의 등장은 살아가는 활력이 되고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또 소년들은 할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게 되고 그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마음 속에 거울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그런 인물.할아버지가 비록 이상형의 인간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가 살아 온 세월 속에서 고통과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진실한 인간애를 느끼게 되고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성숙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나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주변에 이상형의 인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 인물이 부모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아이에게 이상적인 모범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주변에 인물들을 두리번 거리게 되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적으로 아이가 인정할 만한 권위를 가진 그런 인물.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고쳐 먹게 되었다.


아이들이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할 거울은 이상형의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견디고 성숙한 평범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상형의 인간을 통해서 희망을 가지게도 되겠지만, 그에 미치지 못함을 좌절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이상시 하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기준을 그렇게 제시해주는 결과이므로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배고프고 외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내면의 성숙을 통한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주변인과 소통을 통해 사람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족하다. 쉬운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참 힘든 이야기. 서로 돕고 사는 삶. 나도 기대고 남을 기대게도하는 그런 인간이 진정으로 성숙한 인간임을 아이가 깨우친다면, 홀로서야 하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이 준 선물>은 치열하지 않으면서도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주인공들의 개성이 균형잡힌 시각으로 드러나 있었다.그래서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잔잔한 감동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베치바이어스의 열네살의 여름, 검은 여우등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 역시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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