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준 선물 - 쉼표와 느낌표 1
유모토 가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바람에 흔들리는 은행나무 가지를 바라보다가 문득 ‘여름이 준 선물’ 이 생각났다. 여름은 성장의 계절이다. 이 책에는 여름을 통하여 성장하고 성숙한 세 소년의 이야기가 있다.  초등학교의 마지막 여름을 보내고 있던 소년들에게  ‘죽음’이라는 화두가 다가온다. 마을의 혼자 사는 노인을 지켜보며 죽음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소년들이, 할아버지의 삶을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할아버지의 삶에 자연스럽게 개입하게 된다

 

소년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살아있지만 활력도 변화도 없이 죽은 듯이 살아가던 할아버지에게 세 소년의 등장은 살아가는 활력이 되고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된다.  또 소년들은 할아버지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피하지 않고 마주하게 되고 그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된다.


청소년기에는 마음 속에 거울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본보기가 될 만한 그런 인물.할아버지가 비록 이상형의 인간은 아니었지만 할아버지가 살아 온 세월 속에서 고통과 외로움을 이해하게 되면서 아이들은 진실한 인간애를 느끼게 되고 할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성숙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나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 주변에 이상형의 인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 인물이 부모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아이에게 이상적인 모범적인 인간으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 주변에 인물들을 두리번 거리게 되었다.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사회적으로 아이가 인정할 만한 권위를 가진 그런 인물. 하지만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을 고쳐 먹게 되었다.


아이들이 마음 속에 간직해야 할 거울은 이상형의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삶의 고통을 견디고 성숙한 평범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상형의 인간을 통해서 희망을 가지게도 되겠지만, 그에 미치지 못함을 좌절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을 이상시 하는 것은 아이의 인생에 기준을 그렇게 제시해주는 결과이므로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다.


 배고프고 외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더라도 내면의 성숙을 통한 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주변인과 소통을 통해 사람처럼 살아갈 수만 있다면 족하다. 쉬운 말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참 힘든 이야기. 서로 돕고 사는 삶. 나도 기대고 남을 기대게도하는 그런 인간이 진정으로 성숙한 인간임을 아이가 깨우친다면, 홀로서야 하는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름이 준 선물>은 치열하지 않으면서도 리얼리티가 살아있고, 주인공들의 개성이 균형잡힌 시각으로 드러나 있었다.그래서 깔끔하고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잔잔한 감동이 살아있는 작품이었다. 베치바이어스의 열네살의 여름, 검은 여우등의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이 책 역시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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