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
나는 사람 이름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모임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표정으로 호의를 표할 뿐 굳이 이름을 기억하거나 내 이름을 알려주려고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름을 물어 보면 난감해한다. ㅠㅠ그리고 정식으로 통성명할 기회를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내가 식물 동물의 이름은 기어코 알아내고 말고 싶은 욕망이 있다. 사람 이름은 한 번 들으면 백발백중 잊고 말지만 동식물의 이름은 한 번 들어도 거의 기억을 한다는...
어떤 땐 이런 내가 참 정 없고 이기적이란 생각을 한다. 예전엔 나도 안 그랬는데, 언제부터 그랬는지 알 수가 없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생활이 복잡해지고, 새로 관계 맺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는 그 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 관계 맺음에 대해서 벌써 시간과 노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인간이 안 된 증거라는 것을 알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걸을 때 늘 주변을 살 핀다. 정면을 주시하고 사람을 보며 가는 게 아니라 땅을 보거나 새로운 나무가 없나, 꽃이 없나, 그 사이에 꼬물거리는 벌레는 없나는 살피며 걷다 보니 자연히 뒷 골목으로 다니게 되었다. 지인은 10년 산 자기보다 그 반도 못 산 내가 동네 지름길이란 지름길은 다 꿰고 있음을 알고 놀란다. 그이는 자동차족이고, 난 뚜벅이족인데다 나무가 있는 길들을 찾다 보니 자연 그렇게 된것을...
요즘은 '소통'이란 말을 많이 쓴다. 나도 그 말을 좋아한다. 그렇게 사람과 소통하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삶이라고 믿고 있다. 그런데 나는 자연과 소통하고 살고 싶다. 이런 내가 이기적이라는 것을 알지만 사람과 관계 맺음에 의해 벌어지는 사소한 오해로 인한 상처를 주고 받는 것, 그런 것을 통해서 진정으로 소통하고 도타운 정을 쌓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살수록 복잡한 것이 싫다. 관계에서 발생하는 책임이라는 것도 참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래서 인간과 소통할 생각을 않고 자연에 집착하는 것이리라. 조용하게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터득했다고나 할까.
(자연과의 소통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이미 알아버렸지만 그 얘긴 후일에 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네발나비

산네발나비

먹 부전나비

멋쟁이 나비

배추 흰 나비

제비 나비

줄점 팔랑나비

남방 부전 나비

산 호랑 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