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데리고 한강에 나갔다. 비 온 뒤의 청량한 공기, 뭉게구름 둥실 떠 있는 하늘,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들이 가을을 흠씬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봄을 심하게 타는 편인데, 어느 해인가 이른 봄, 사실 차라리 겨울이라고 해야 할 어느 때, 아이들과 쑥을 뜯는 답시고 기차를 타고 임진각까지 다녀 온 적이 있다. 이제 한 두 개 머리를 내밀기 시작한 어린 것들을 쑥이라고 뜯고, 칼바람 부는 논둑에 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온 그 해 봄. 나는 이상하게 봄을 쉬이 넘겼다.
그 이후로 나는 계절을 앞서 맞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그래야 이 계절도 오롯이 계절로만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암튼 평일에 아이들과 어딘가 나선다는 것은 부담 스러운 일이다. 다음 날 일과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나는 갔다. 열매란 때가 있는 법이고, 이번 주말에 가면 열매가 달려 있긴 하되, 색깔이 변해 있을 거야..온갖 핑게를 맘 속으로 대며 한강으로 나갔다.
열매도감에서 본 그 보라빛 열매, 좀작살나무(드디어 보고야 말았다!) 찔레열매를 닮은 매발톱(매발톱 나무가 있다는 것도 새로 알았다) 서둘러 오느라 이름을 적어오지 못한 빨간 열매, 해당화와 그 열매는 작은 석류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나뭇잎에 숨은 크고 작은 노린재를 찾으며 탄성을 질렀고, 땅에 떨어진 씨앗을 들을 줍느라 정신이 없었다. 열매들 사이에, 움직이는 열매들이란!
좀작살나무

매발톱


?
이름에 홍'자가 들어갔단는 것 밖에..
작약씨앗
범부채꽃 씨앗
해당화 열매?
움직이는 열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