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든 책이든 강의든 한 장면, 한 문장만 마음에 들어와도 성공이야.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오래 되어 줄거리가 기억 나진 않은데 제목이 항상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영화가 있었는데.

안개 속의 풍경.
어제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는데 자꾸 안개 속의 풍경이 생각나는 거다.
한 장 한 장이 파편이다. 라는 말도 완전 꽂혔는데
첫 페이지와 123쪽(구판)만으로도 이미 만족감.
친절하게 인용해야하는데 이미 눕고 불 꺼버려서 게으른 페이퍼. 굿나잇~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6-02-25 20:58   좋아요 0 | URL
쑥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2016-02-26 07: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플에 올리버 색스의 마니아가 되었습니다가 떴다. 오매 기쁜 거.  사실 지금은 올리버 색스의 마니아라고 할 수 없는 처지다. 아마 <온 더 무브> 페이퍼를 폭풍으로 올려서 이렇게 된듯한데 앞으로 나는 마니아가 될 예정이다. <온 더 무브>가 마음에 들었으니, 다른 책은 읽으나 마나 맘에 들 것이 분명하다.그 때 그 때 기분이 내키는 대로 책의 순서만 정해서 읽으면 될 터.

 

<온 더 무브>를 조금 덜 읽은 상태에서 내가 선택한 책은 <목소리를 보았네>이다. 수화를 배워야 하는 사정이 생겼는데, 이상하게 안내켜서 미적거리고 있는데, <온 더 무브> 가 <목소리를 보았네>를 알려줬다. 나는 어쩔 수 없어 억지로,가 아니라 <목소리를 보았네>를 읽고 마음에 내켜 기꺼운 마음으로 수화를 배우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일단 로스를 오른 손에 잡고 왼 손엔 색스를 잡고 있는 이 이상하게 설레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물론 손 잡은 사람은 잡은 사람이고 눈으론 모디아노를 읽고 있고 장바구니를 폭풍 모디아노로 채웠지만. 암튼 지금 이 이상하게 설레는 세계에서 빠져나가기 싫다. 그들의 세계가 무한으로 펼쳐져 있다...우짜노.....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02-24 09: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4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6-02-24 10:23   좋아요 0 | URL
아, 필립 로스와 올리버 색스는 제가 최고로 좋아하는 작가들이라 너무 반갑네요. 개인적으로 올리버 색스의 <마음의 눈>도 참 좋았어요. 안암 투병 과정의 개인적인 얘기가 덧붙여져 있어요. <온더무브> 정말 너무 좋죠!

2016-02-24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24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틀 연속 꽃시장에 갔다. 시간에 쫓겨 실컷 보지는 못했지만 잠시 꽃향기에 취한 시간이었다. 프리지아나 한 단 사야겠다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막상 꽃을 보니 그 짧은 시간에 눈이 뒤집혀 폭풍 스캔하고 꽃향기를 흡입했다. 아네모네, 리시안셔스, 러넌큘러스 모두 제각각으로 어찌나 이쁜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오늘 장미가 반값이라는 기사를 보았다. 그나마도 안팔려서 버려진다고. 불경기여서 사람들이 생화를 안사고, 실용성을 추구해서 그렇다는 요지였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이제 사람들이 평범한 꽃을 싫어하는 것이다. 그동안 계속 봐왔던 장미나 안개꽃 보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고급스런 꽃이 지천이다. 이제 꽃=장미, 라는 등식에서 사람들이 벗어나는 것이다. 실제로 도매시장에서 나는 장미 가격을 물어보지 않았지만, 리시안셔스는 한 단에 만원, 프리지아 마저도 좋은 단은 만원에 팔았다.  기사에서는 장미 한 단에 2천원이라고 나왔던데, 장미도 장미 나름. 모든 장미가 2천원일리가 없건만. 암튼. 나는 부자재를 이용해 예쁘게 포장한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보다 도매시장에서 신문지에 둘둘 말아주는 꽃들이 진짜 꽃같고 진짜 선물 같다. 그래서 약속 시간 전에 시간이 되면 꽃시장에 즐겨 간다. 그냥 한 단 턱 안기는 꽃선물이 하고 싶어서다.

 

어제는 어떤 식당의 마지막 영업날에 초대를 받았다. 친구의 지인 식당인데, 정확히 말하면 친구가 초대를 받은 곳에 딸려? 간 것이다.  친구한테 그 식당 여주인에 대해서 얘기를 종종 들었다. 그녀는 고려인이었고, 그 곳으로 미술 유학을 온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들어왔다. 남편의 내조를 위해 식당을 열었는데, 365일 휴일 없이 하루종일 일만 하는 그녀가 안타깝다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식당이 바빠져서 남편과 함께 식당을 하게 되었고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남편을 따라 다시 고향으로 가기 위해 식당을 그만 둔다는 거였다.

 

나는 친구와 그 식당에 간 적이 있었고, 그녀가 직접 쑨 메밀묵과 굴향 가득한 매생이국으로 밥을 맛있게 먹었었다. 어제서야 그녀를 좀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친구와 동갑인 그녀는 순수하고 앳된 모습이었다. 나는 막연한 마음으로 쉼없이 일한 그녀에게 꽃을 선물하고 싶었고, 프리지아를 맘에 두고 꽃시장에 간 거였다. 그녀가 오래 꽃을 보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장 안 핀 녀석으로 파릇한 단을 골랐다. 식당에 들어서서 그녀에게 꽃을 내밀었다.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들었어요. 그동안 애쓰셨어요... 한 번 본 사이지만 그녀와 나는 마주보고 웃었다. 그녀는 평생에 꽃선물을 처음 받아 본다고 하였다.

 

집에 와서 찾아 보니 프리지아의 꽃말은 천진난만, 순수지만 새로운 출발을 격려하는 의미도 있었다. 신기하다. 그녀가 프리지아를 들고 웃는다. 그녀의 밥상에 오른 풋마늘 무침을 보며 나는 봄을 떠올렸다. 그녀는 봄웃음을 웃는 여자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6-02-22 14:43   좋아요 0 | URL
아마도 선물 받은 꽃다발 한송이는 가슴에서 두고 두고 피어 있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2016-02-22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16-02-22 20:00   좋아요 0 | URL
쑥님 , 오늘 대보름입니다.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노란 후리지아 참 예뻐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yureka01 2016-02-22 14:44   좋아요 0 | URL
꽃향기에 취하셨을듯 !~~^^

수이 2016-02-22 15:22   좋아요 0 | URL
아 킁킁 킁킁
 
온 더 무브 - 올리버 색스 자서전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 알마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이 내게로 왔다. 책 속에 길이 있다. 너무 흔해서 진부함이 느껴지는 말들이다. 그런데 정말 책이 내게로 왔고 책 속에 길이 있었다. 갑자기 수화를 배워야 하는 상황인데, 수화를 배우기가 싫었다. 난감했다. 그런데 오늘 읽은 <온 더 무브>에 길이 있었다. 나는 어떤 사안이든 총체적이고 맥락을 따져 접근하는 걸 좋아하는데, 무조건 수화로 자음 모음부터 배운다는 것이 싫었다.  그렇게 배워봤자 학습속도가 무지하게 느리거나 중도 포기 할 확률이 높았다. 그런던 차에 <온 더 무브>에 이런 부분이 눈에 띄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출판부의 스탠 홀위츠가 청각장애에 관한 이 두 편의 에세이가 좋은 책이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그 생각이 마음에 들었지만 그러려면 두 부분을 연결해주는 몇 단락이 필요하겠다고 느꼈다. 언어와 신경계에 대한 개관 같은 것으로 말이다. 이때는 전혀 그렇게 될 줄 몰랐는데, 이 몇 단락은 오히려 책에서 가장 큰 부분이 되었고,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목소리를 보았네>다. 324쪽

 

그래서 급 <목소리를 보았네>을 검색했고, 알라딘 소개글은 이랬다.

 

"완전한 언어 수화, 그 아름다움을 올리버 색스만의 언어로 말하다. 올리버 색스는 우연히 청각장애인들의 세계와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인 수화에 관한 글을 읽고 새로운 탐구에 대한 의욕을 갖게 되었다. 그것이 이 책의 시작이다.

‘귀머거리이자 벙어리’인 채로 수천 년간 살아온 청각장애인들의 세계 그리고 그들의 가족, 학교, 청각장애인들을 위한 특별한 대학인 갤러데트대학을 접하게 되면서 올리버 색스는 매혹과 경악을 동시에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언어에 대해서, 말하기와 가르치기의 본질에 대해서, 아동발달에 대해서, 신경계의 발달과 기능에 대해서, 공동체와 세계와 문화의 형성에 대해서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주었다.

이와 동시에 올리버 색스는 또 다른 영역을 인식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생물학적인 영역이 아니라 문화적인 영역이었다. 올리버 색스는 청각장애인들이 완전히 다른 종류의 언어를 구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언어는 인간의 사고력에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풍요로운 공동체와 문화의 매개체 역할도 했다. 바로 ‘수화’다"

 

보통은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두 세권 이상의 책이 파생되곤 한다. 그런데 자서전을 읽는 경우는 좀 예외다. 자서전의 주인공이 작가일 경우 그 작가의 책을 거의 다 읽고 싶다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싶은 것. 그 시작이 <목소리를 보았네>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청각 장애인들과 '완전히 다른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단지 기능적인 형태만을 익히고 감정 없이 교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좀 더 깊고 넓게 이해하고 아우르는 마인드를 <목소리를 보았네>가 알려 줄 것 같다.

 

 브루너의 저서를 읽고 난 뒤 나는 언어를 단지 언어학적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 측면까지 함께 고려하여 생각하게 되었고, 이 생각은 내가 수화와 청각장애인 문화를 이해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게 작용했다. 326쪽

 

  이사벨은 사고가 정교하고 엄밀한 사람이었다. 나는 얼렁뚱땅 되는 대로 생각하다가 온갖 기괴한 연상과 정신적 일탈로 빠지기 일쑤였는데, 그런 나와 의외로 처음부터 죽이 잘 맞았고 지금까지 아주 가까운 친구로 지내고 있다.

 이사벨은 부정확하거나 과장되거나 확증 없는 발언은 내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 "근거를 대봐." 이사벨이 늘 하던 말이다. 이런 점에서 이사벨은 부끄러운 오류가 될 뻔했던 나의 노지를 허다하게 구제해준 내 과학적 양심의 파수꾼이었다.

 

이사벨은 루리야의 스승 비고츠키(1896~1934)가 쓴 이 글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내게 주입했다.  

 

시각장애나 청각장애가 있는 어린이가 일반 어린이와 같은 수준의 발달을 성취하려면, 결손 있는 그 아이는 또다른 방식, 또다른 과정, 또다른 수단으로 이를 이루어내야 한다. 교육자에게는 독특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아이를 지도할 때는 반드시 그 이해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장애에 따른 약점을 보상작용에 의한 강점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독창성의 핵심이다.

329쪽

 

수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 부모는 갓난아기에게 수화로 '재잘거리'는데 일반 부모가 갓난아이를 보면서  말로 재잘거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청각장애 자녀는 일찍이 수화 공동체에 노출 되지 않는 한 언어라 할 만한 것을 전혀 학습하지 못한 채 성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브롱크스에 있는 한 청각장애학교에서 이사벨과 함께 만난 많은 어린이가 독순술과 구술 언어를 익히고 있었는데, 몇 년에 걸쳐 막대한 인지 부하가 요구되는 아주 힘든 과정이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이들의 언어 이해력이나 구사력은 평균을 크게 밑돈다. 나는 그 곳에서 충분히 유창한 언어 능력을 얻지 못했을 때 인지 능력과 사회 능력에 어떤 파괴적인 효과를 가져 오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청각장애인은 일반인에 비해 시각 능력이 '초활성화'되는 경향을 보이지만(이는 태어난 첫해부터 두드러진다) 수화를 학습할 경우에는 그 능력이 더욱 향상된다. 330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