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해 죽겠는데 왜 이렇게 돌아다니는지, 나도 나를 몰라 선생님께 여쭈었다.

저 대체 왜 이러는 거죠?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중독이죠.

에혀..나 중독 맞는 것 같다. 강의거나 강의 비슷한 것들에 대한 강박증 같은 게 있나 보다.

안가야지 하고 집에서 버티다가도 막판에 뛰어 나가고 있는 나를 발견.

오늘은 친구들과 약속을 일부러 부암동 북카페 야나문으로 잡아서,

 

 

 

 

 

 

 

 

 

 

 

 

 

 

 

<철학이 있는 도시> 저자와의 대화에 다녀왔다. 친구들은 원래 북토크 전에 집에 가야한다고 해서 잠깐 앉았다가 가고, 나만 끝까지 있었다. 비가 이렇게 하루종일 죽죽 내렸는데

집에서 김치전에 막걸리나 마실것이지, 사실 이틀 동안 세 권 읽겠다는 거창한 목표도 있었는데, 다음과 같은 글에 혹하여 또 집을 나선 것이었다.

 

50여 장의 다채로운 미술작품들은 오늘날 한국과 한국인, 도시의 문제를 탐색하는 도움을 주는 한편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독자로 하여금 사색과 철학의 길을 열어주는 놀라운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저자는 각기 다른 꼴을 합성하여 새로운 전체를 만드는 콜라주 기법으로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즉 도시와 도시살이의 여러 다른 풍경들을 조합하여 한국 대도시의 전체 풍경을 펼쳐보이는 동시에, 우리네 민낯을 고스란히 마주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철학이 있는 도시> 알라딘 책소개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 같았다. 미술과 건축 철학이 어우러진 에세이. 더구나 저자와의 대화라면 스크린 띄워놓고 그림 이야기를 해줄 것 같았다. 인문학적으로다가.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고, 작가 분은 다음 집필할 책에 대한 내용들을 강의하셨다. 초반에 지루해서 돌아가실 것 같았지만, 내가 또 공부 많이 한 내공 있는 남성들을 애정하는지라 꾹 참고 들으니 갈수록 재밌어졌다. 모르는 낱말도 많이 나오고. 암튼. 그림도 좀 나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부한 단어들에 대해 그동안 해왔던 진부한 개념정리를 넘어선 생각거리를 던져주었고,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은 뭐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것들이라 그냥 이 분은 나와 가치관이 같은 분이구나 정도. 암튼, 새로운 책을 알았고 그 책들을 읽어 보고 싶어졌다. 책제목에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수목,철학,낱말)들이 다 들어있는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겠지 싶어 책 사서 사인도 받고 넙죽넙죽 넉살도 좀 떨까 하다가, 지금도 관리하는 남성들이 차고 넘치는데, 또 한 명이 내 매력에 풍덩 빠질까봐 그 분을 위하여 그만 조신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공부 많이 한 모범생 작가님들 책이 널리 읽히길 바란다.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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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6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6 0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6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 생각하면 왜 도서관이나 서점, 출판사 이런 데 취직할 생각을 해보지 않고, 무엇이 급해 졸업하자마자 결혼부터 하고 보았는지, 한심한 일이다. 그래서 평생 그런 직업들에 대한 궁금증과 환상을 가지고 살았다. 안 겪어봐도, 주변을 둘러보니 사서나 서점직원 출판사 편집자 모두 고단한 일들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누가 시켜준다면 네 하고 달려가서 열심히 일을 할 것 같다. 힘들어도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신명이 날 것 같다.

 

그래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같은 책은 제목만으로도 손이 가는 책인 것이다. 더구나 오키나와는 나의 환상의 섬이라, 일단 오키나와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갔으니 그냥 무작정 하트를 뿅뿅 날리면서 본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뭐야, 이거 너무 소소하잖아.'할 지도 모르겠다. 책 앞부분에 나오는 '당신의 지팡이는 무엇인가요'는 정말 내겐 꿀잼 에피소드인데 요거 한 편만 읽어도 이 책을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리고 마키시 공설시장의 상인들의 이야기, 손님들 이야기도 잔잔하고 소소해서 정말 좋다.

 

 '책을 사랑하는 아와모리 가게 주인' 같은 에피소드도 별 이야기 아니지만, 내가 아와모리를 좋아한다는 이유에서일까? 그냥 입가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며 좋은 것이다.(아와모리는 그냥 마셔도 물을 타서 마셔도 얼음과 함께 마셔도 정말 맛있다ㅎ)뒤로 갈수록 짧은 글모음이라 마스다 미리 네 컷 만화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가볍고 작아서 부담없이 가지고 다니기도 좋다. 그리고 원전과 위안부 문제와 평화와 폭력에 관한 담론들로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무거워 질 때(금토가 내겐 그런 날들이었다) 그런 책들은 다 집에다 두고 하루 종일 비를 보는 창가에 앉아 읽는 둥 마는 둥 들춰 보기 좋았다. 나의 소소함이 너의 소소함으로 위로 받는다고나 할까. 무튼 하루종일 비가 여름처럼 내린 봄날. 봄 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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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3-05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기회만드셔서 책모임 사랑방 카페라도 하셔야겠는데요^^..

2016-03-05 21:58   좋아요 1 | URL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기를ㅎㅎ

세실 2016-03-05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이 책을 아직 안읽었는데 당장 읽고 싶게하는 글입니다.
그렇단 말이죠~~~ 뭔가 지난번에도 이런 말 했던 기억도?ㅎ
이곳에도 여름비처럼 내렸는데 참 좋았어요^^

2016-03-05 21:58   좋아요 1 | URL
며칠 째 들고 있어서 페이퍼도 두어 장 작성한 듯요ㅎ
제 꿈의 직업을 가진 부러운 세실님^^

프레이야 2016-03-05 2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졸업하자마자 결혼,이란 대목에서 급찔립니다ㅎㅎ
이책 찜해두고 있어요.

2016-03-05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손님은 정년까지 신문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25일에 월급을 타면 바로 책을 사러 갔다. 책장을 채워가는 즐거움에 가슴이 벅찼다고 한다.
˝책에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 있어요. 그래서 직접 저자를 만나러도 가는 거지요.˝190쪽

언제나 정치나 철학분야의 책을 구입하는 단골 손님이 또왔다.
˝오키나와사람들이 책을 많이 내죠?˝
˝네, 참 많아요.˝
˝자기 얘기만 주야장천 쓰고 재미가 없어도 신경을 안써요. 창피한 게 없나 봐요. 가족이 정신 질환을 앓으면 보통은 감추잖아요. 그런데 오키나와 사람들은 그냥 편하게 다 이야기해요.˝
˝아.네˝
˝우다 씨도 좀 더 벗어던지면 살기 편해질 거예요.˝
1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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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원전의 재앙속에서 살다
사사키 다카시 지음, 형진의 옮김 / 돌베개 / 2013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6년 03월 05일에 저장
절판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후쿠시마와 식민주의, 후쿠시마와 연대, 후쿠시마와 예술
서경식.정주하 외 지음, 형진의 옮김 / 반비 / 2016년 3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2월 16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6년 03월 05일에 저장

후쿠시마 이후의 삶- 역사, 철학, 예술로 3.11 이후를 성찰하다
한홍구.서경식.다카하시 데쓰야 대담, 이령경 옮김 / 반비 / 2013년 3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6년 03월 05일에 저장
품절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6년 03월 05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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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불안, 가슴 아픈 것에서로부터 멀리. 미안하지만 이게 내 삶의 모토다. 호러물은 포스터도 외면하고, 귀향과 동주도 보지 않을 예정이다. 핑계라면 이미지가 너무 오래 남아서 화면을 보고 나면 너무 오래 괴롭고 가위 눌린다. 그래서 <체르노빌의 목소리> 같은 종류의 책도 일부러 외면하는 편이다. 어제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 북콘서트에 갔다가 집에 와서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빼들었다. 그 곳에 모인 분들의 에너지가 내게 용기를 주었다.

 

 체르노빌이라는 막연함이 생생하게 구체화되었다. 증명하고 기록하는 일의 중요성도 알겠다. 작가의 삶이란 것은 전쟁과 다름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투적으로 세상과 맞짱 뜨는 것이 작가구나. 노벨문학상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게 돌아가고, 문학의 범주가 어디까지일까, 문학이란 무엇인가 생각해보았었다. 삶 너머의 삶까지 짚어 주는 것,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르는 것,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문학이 품어야할 범주라고 한다면,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문학보다 더한 문학이다. 어젠, 봄 보다 더한 봄이었고. 나는 문학 보다 더한 문학 앞에서 숙연하다.

 

 

 

첫번째 핵 수업은 체르노빌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체르노빌을 전체주의로 해석했다. 소련의 핵 원자로가 불완전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기술적으로 낙후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인의 안일함과 도둑질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했다. 핵의 신화 자체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충격은 빨리 사라졌다. 방사선은 바로 죽이지 않는다. 5년이 지난 후에는 암에 걸려도 아무런 간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러시아 환경단테가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건후 150만 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서는 모두 침묵한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우리는 두 번째 핵 수업을 받고 있다.

 하나도 아닌 11기의 원자력 발전소에 사고가 났다. 체르노빌처럼 후쿠시마에도 전 셰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오늘 날 거의 30개국에서 443기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 중이다. 미국 104기, 프랑스 58기, 일본 55기, 러시아 31기, 그리고 한국에 21기가 있다. 종말을 앞당기는데 충분한 개수다. 그 중 20퍼센트가 지진 위험 지역에 있다.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벨라루스에는 100년 전 규모 7.0의 지진이 일어난 장소에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진행 중이다. -저자 서문에서

 

 1986년 4월 26일 1시 23분 58초. 벨라루스 국경에 인접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제4호 원자로가 몇 차례의 폭발 후 무너졌다. 체르노빌 사고는 20세기 최대의 기술적 재앙으로 기억된다.

벨라루스에는 원전이 하나도 없지만 인구 1천 만명의 작은 나라에게 그 사고는 국가적 재난이었다. 벨라루스는 예부터 농업국가였으며, 국민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파시스트 군은 벨라루스에 있는 619개 마을과 그 주민을 몰살했다. 체르노빌 사고후 벨라루스는 485개 마을을 잃었다. 그 중 70개 마을은 땅속으로 영원히 매장됐다. 전쟁 때문에 사망한 벨라루스인은 전체 인구의 25퍼센트였고, 벨라루스 국민의 5분의 1이 현재 오염된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오염지역 거주민 210만 명 중 어린이가 70만 명이다. 벨라루스 국민의 주요 사망원인은 방사선 피폭이다. 체르노빌 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고멜 ㅜㅈ와 모길료프 주에서는 사망률이 20퍼센트나 능가한다.

 사고 결과, 5천만 퀴리의 방사성 핵종이 방출됐고, 그 중 70퍼센트가 벨라루스에 도달했다. 국토의 23퍼센트가 1제곱킬로미터 당 1퀴리 이상의 세슘-137로 오염됐다. 영토의 4.8퍼센트가 오염된 우크라이나와 0.5퍼센트만 오염된 러시아에 크게 비교된다.....벨라루스는 숲의 나라다. 하지만 산림의 26허센트와 프리퍄티, 드네프르, 소지 강가에 있는 저습지 초원의 반 이상이 방사선 오염지대로 분류된다.

 계속되는 저준위 방사선의 영향으로 인해 암, 지적장애, 신경정신 질환과 유전자 돌연변이의 발생률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벨라루스 백과사전>25쪽

 

 

우리는 체호프와 톨스토이 없이는 살 수 없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자신들은 어린 시절 대신 전쟁을 보냈다는 말을 해줬어요. 할아버지,할머니의 어린 시절은 전쟁이었고 내 어린 시절은 체르노빌이에요. 나는 거기서 왔어요. 이런 책을 만들고 계시지만, 나한테 도움이 되고 설명을 해준 책은 한 권도 없었어요. 연극도, 영화도....그런 것 없이 혼자 배웠어요. 혼자. 우리는 혼자서 걱정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로 있어요.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어요. 특히 엄마가 힘들어하셨어요. 학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시는데, 나보고 항상 책으로 배우면서 살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도움이 될 책이 없는 거에요. 엄마도 당황하셨어요. 책 없이는 못 사는 분이에요. 체호프와 톨스토이 없이는 못 사세요.

 

떠올리라고요?그러고 싶고도,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해요.(생각하거나 마음 속으로 갈등하는 것 같다) 학자들이 아무것도 모르면, 우리가 우리의 삶과 죽음으로 보여줄 수 있어요. 엄마 생각이 그래요. 그런데 나는 그런 건 생각하기 싫어요. 행복해지고 싶어요. 왜 나는 행복할 수 없죠? 160쪽

 

그리스도가 넘어져 소리치는 모습을 볼 때

 

 숲을 묻었소. 나무를 1미터 반 길이로 잘라서 비닐로 포장한 다음 무덤으로 던졌어. 밤에 잠이 안 오더군. 눈만 감으면 뭔가 까만 게 꿈틀거리면서 뒹굴더라고. 산 것처럼. 살아 있는 흙 토막이었어. 딱정벌레, 거미, 지렁이도 들어 있는. 나는 그 벌레들을 몰랐어. 이름도 몰랐소. 그냥 딱정벌레, 거미.개미. 이렇게만 알았지. 그런데 크고 작은 놈들, 노랗고 까만 놈들이 있더군. 색깔도 얼마나 많던지. 어떤 시인의 글 중에 동물도 민족이라는 말을 읽었소. 나는 이름도 모르는 그들을 수십, 수백, 수천 마리씩 죽였소. 그들의 집을 파괴했소. 그들의 비밀을 묻고, 묻었소. 146쪽

 

걷는 먼지와 말하는 흙

 

"거북이는 안 죽였어. 차 앞바퀴로 거북이를 밟아도 딱지가 안 터지고 그대로 있더라고. 그것도 물론 술이 들어가야 시도라도 할 수 있었지.....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된 거였어. 당분간만. 원래 대피령이 내려질 때 사흘 만이라고 했으니. 아줌마들은 소리 지르지, 애들은 울지, 동물은 울부짖지. 애들한테는 서커스 보러 간다고 거짓말했어. 사람들은 돌아올 줄 알았지. '영원히'라는 말을 안 썼으니까. 어휴! 그건 정말 전쟁 같았어. 고양이들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개가 짖고, 버스에 따라 타려고 발버둥쳤어. 삽살개나, 진돗개나, 군인들이 개를 밀쳐냈네. 발로 찼어. 오랫동안 버스 뒤를 쫓아왔어. 소개...다시는 있으면 안될 일이야!" 152쪽

 

무제: 고함

 

이들의 불행으로 흥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철학을 논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난 떠날 수가 없습니다. 이들이 하는 이야기를 매일 듣습니다. 이들의 원성과 울음소리를....제발, 진실을 알고 싶습니까? 제 옆에 앉아 들리는 대로 받아 적으십시오. 그럼 아무도 당신 책을 안 읽을 겁니다.

  우리를 건들지 마십시오. 우리는 여기서 살아야 합니다. 178쪽

 

두 목소리: 남자와 여자

 

고민하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은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는데, 이 아이들은 10년 전의 아이들이 아니에요. 항상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무언가를, 아니면 누군가를 묻어요. 땅에 가둬요. 아는 사람들을. 집과 나무를, 모든 것을 묻어요. 아이들은 조회 시간에 15분,20분만 서 있어도 기절하고 코피를 흘려요. 이 아이드른 무엇을 봐도 놀라거나 즐거워 하지 않아요. 항상 졸리고 피곤해요. 안색이 잿빛이고 창백해요. 놀지도, 장난치지도 않아요. 혹시 싸워서 창문이라도 깨면 선생님들이 기뻐할 정도에요. 아이들을 혼내지도 않아요. 그 아이들은 아이답지 않거든요. 그리고 정말 느리게 자라요. 수업 때 따라 하라고 하면 못 해요. 한 문장씩 반복하라고 불러줘도 기억을 못해요. 180쪽 

 

무서운 일은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당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나의 태도는 천하태평이었어요.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는 원자력 발전소가 '무에서 에너지를 창조하는 꿈의 공장'이라고 배웠고, 그 안에서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그냥 버튼만 누르고 앉아 있는 줄 알았어요. 체느노빌 폭발은 준비되지 않은 민중의 인식을 배경으로 일어났고, 당시 사람들은 기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갖고 있었어요. 게다가 아무런 정보도 없었죠. 산더미 같이 쌓인 온갖 문서에 '고급기밀','사고 관련 정보는 비밀에 부칠 것','해체작업에 참여한 개인의 피폭 수위 관련 정보는 비밀에 부칠 것' 등이 도장으로 찍혀 있었어요. 283쪽 

 

 

흔해 빠진 삶을 이해하려면 뭔가 덧붙여야 한다

 

그 때에 대한 자세한 사실이 알고 싶은 겁니까? 아니면 제 이야기를 해 드릴까요?

저는 거기서 사진기사가 됐습니다. 그전에는 사진 찍는 일을 한 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어쩌다 보니 손에 카메라를 들고 있었거든요. 기념으로 찍어두지, 그런 생각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제 직업이 되었네요. 거기서 경험했던 새로운 감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어요. 그 감정은 짧은 걱정이 아니라 긴 마음의 역사였습니다. 저는 바뀌었어요. 세상이 달리 보였어요. 삶의 목적이. 뭔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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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3-05 08:07   좋아요 0 | URL
전 작년에 체르노빌... 을 읽고 아직도 리뷰를 못 썼어요.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요...
완벽한 절망, 지옥의 모습을 전 체르노빌에서 봤어요. 지금도 답답하니...그렇습니다TT

2017-02-20 14: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5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3-05 0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5 20:39   좋아요 0 | URL
저도 여태 영화, 한공주 만큼을 볼 용기가 안 나더라구요. 너무 끔찍해서. 막연하게(?) 쓰는 악마라는 말을 실감하게 될 것이 두려워서.
전세계가 유럽처럼 점차 원자력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지금만 살려고 하는 이기적이고 욕심 많은 사람들이 전 지구를, 생명을 죽여가는 것이 한탄스럽습니다.

2016-03-05 2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madhi(眞我) 2016-03-05 20:45   좋아요 0 | URL
이러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파피용처럼 지구가 불모의 땅이 돼서 가진 자들만 우주선 타고 살기 좋은 어느 행성으로 떠나버릴 지도 모르지요. 저는 그 책이 되게 현실적으로 느껴졌어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화두를 던지는 노력은 높이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