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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 - 세상에서 제일 작은 서점 울랄라의 나날
우다 도모코 지음, 김민정 옮김 / 효형출판 / 2015년 12월
평점 :
품절
지금 생각하면 왜 도서관이나 서점, 출판사 이런 데 취직할 생각을 해보지 않고, 무엇이 급해 졸업하자마자 결혼부터 하고 보았는지, 한심한 일이다. 그래서 평생 그런 직업들에 대한 궁금증과 환상을 가지고 살았다. 안 겪어봐도, 주변을 둘러보니 사서나 서점직원 출판사 편집자 모두 고단한 일들이라는 것은 알겠다. 그래도 지금이라도 누가 시켜준다면 네 하고 달려가서 열심히 일을 할 것 같다. 힘들어도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신명이 날 것 같다.
그래서 <오키나와에서 헌책방을 열었습니다>같은 책은 제목만으로도 손이 가는 책인 것이다. 더구나 오키나와는 나의 환상의 섬이라, 일단 오키나와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갔으니 그냥 무작정 하트를 뿅뿅 날리면서 본다. 만약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뭐야, 이거 너무 소소하잖아.'할 지도 모르겠다. 책 앞부분에 나오는 '당신의 지팡이는 무엇인가요'는 정말 내겐 꿀잼 에피소드인데 요거 한 편만 읽어도 이 책을 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그리고 마키시 공설시장의 상인들의 이야기, 손님들 이야기도 잔잔하고 소소해서 정말 좋다.
'책을 사랑하는 아와모리 가게 주인' 같은 에피소드도 별 이야기 아니지만, 내가 아와모리를 좋아한다는 이유에서일까? 그냥 입가에 절로 웃음이 지어지며 좋은 것이다.(아와모리는 그냥 마셔도 물을 타서 마셔도 얼음과 함께 마셔도 정말 맛있다ㅎ)뒤로 갈수록 짧은 글모음이라 마스다 미리 네 컷 만화를 읽는 것 같기도 하고. 가볍고 작아서 부담없이 가지고 다니기도 좋다. 그리고 원전과 위안부 문제와 평화와 폭력에 관한 담론들로 머리가 복잡하고 생각이 무거워 질 때(금토가 내겐 그런 날들이었다) 그런 책들은 다 집에다 두고 하루 종일 비를 보는 창가에 앉아 읽는 둥 마는 둥 들춰 보기 좋았다. 나의 소소함이 너의 소소함으로 위로 받는다고나 할까. 무튼 하루종일 비가 여름처럼 내린 봄날. 봄 같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