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도스또예프스끼는 뛰어넘기 어려운 유혹이다.

'열린책들'에서 전집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이 매혹적인 책을 구입해야지 하고

벼르고 살면서, 이제는 오래되어 책먼지가 많이 이는 범우사판  단행본 말고,

전집으로 나오는 '지하 생활자의 수기' 나 '미성년'등의 작품들을 읽으려 작정하였다.

그러나 정작 이 책이 스물 다섯 권인가 하는 전집으로 나왔을 때는 수중에 돈 한 푼없는

빈털털이 신세여서 표지색깔이 왜 이 모양이야 하며 건마른 투정만 냅다 하고 말았다.

 

겨우 올해 들어서야 빨간 얼굴의 도스또예프스끼를 내 서가에 올려놓았다.

사고 나서야 니체가 심취했다는 사실도 알았고,

읽고자 하는 책의 제목을 '지하로부터의 수기'로 바꿔 달았음도 알게 되었다.

 

좋은 책이라서 무한정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독자가 외면하면,

재고의 신세와 절판의 운명을 맞게 된다는 사실이다.

가끔 늦게 인연이 닿아서 알게 된 책들이 위와 같은 길을 가 버린 것을 알고나면

너무나 아쉬워서 그 책들에게 미안한 생각까지 든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옛말이고, 여름과 겨울이 진짜 독서의 계절이다.

추운데 코 얼리며 나다니지 말고 호흡 긴 책을 읽어보자는 소생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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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1-0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일아침 인사드립니다 ^^

예배는 잘 다녀오셨는지요? 저도 부모님 모시고 1부예배 다녀왔습니다.

너무나 기쁘고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일 되셔요...~

니르바나 2004-11-07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셔고양이님은 효녀시군요.

부모님과 체셔고양이님이 교회에 다녀오시는 모습은 성부와 성모와 성녀의 모습입니다.

다미안 신부님이 쓰셨는가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그렇게 묘사한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stella.K 2004-11-07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 전집을 사셨군요. 작년인가, 재작년에 겨우 죄와벌을 완독했습니다. 좀 어렵긴하죠. 그러나 뭐가 끌리는 매력이...언젠가 다시한번 재독을 해야할텐데요...!

니르바나 2004-11-07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못된 번역이라고 말도 많았던 '열린책들' '도스또예프스키 전집 초판본을 출간하고서 하도 말이 많으니까,

다시 수정 번역하고, 표지도 갈아 내놓은 재판본은 출판사에서 더 이상 전집으로 판매하지 않는다 합니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가 보았더니 문의하는 사람들이 있더구만요. 저는 인터파크에서 구입했습니다. 제가 검색한 온라인 서점중에서 가장 저렴하더군요.

언젠가 유종호교수님이 대담중에 하신 말이 생각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요즘 젊은이들과 도스또예프스키를 읽었던 사람들은 분명히 차이가 있다구요. 이거 또 하루키 매니아들이 보시면 노여워하실텐데...
 

설탕이 언제 단 줄 아는냐?

When does sugar become sweet?

 

입 안에 집어넣어야만 단 줄 안다.

이것은 우리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는가(How do we live in this world)라는

이야기다.

인생에서 순간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의미하는 질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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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천원짜리 지폐 한 장만 집어주어도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세상에
빵을 입에 먹여주시는  모습은
오랫만에 찾아온 서울의 천사 같았습니다.
날개만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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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11-06 14:44   좋아요 0 | URL
저 아가씨 선한 얼굴이 예수님처럼 보이더군요.

2004-11-06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4-11-07 10: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마냐님

저의 서재까지 일부러 찾아주셔서 정확한 자료를 올려주시니 고맙습니다.

님의 글을 근거로 마태우스님의 글에 코멘트를 달았었는데,

마냐님이 주신 글을 보고서 제가 코멘트를 정정하는 글을 하나 더 달았습니다.

니르바나 2004-11-07 10:42   좋아요 0 | URL
체셔고양이님의 모습속에도 선한 예수님의 얼굴이 숨어있지요.
 

하늘은 왜 푸르냐?

Why is the sky blue?

 

이것은 진리는 무엇인가 (What is truth? )라는 질문과 마찬가지이다.

하늘은 왜 파란 것일까?

이런 질문은 단순한 마음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몇몇 과학자들은 이렇게 답할 지도 모른다.

태양빛이 미분자들과 하늘에 부딪쳐 특별한 방식으로 반사되는데

이때 우리 육안으로 보이는 것이 파란색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단지 설명일 뿐이다.

선이란 설명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선은 깨달음이며 경험에 속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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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04-11-06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이 파랗기 때문에 파랗죠..뭐..^^

니르바나 2004-11-06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꼬마요정님

비연 2004-11-0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였던가요. 성철스님의 말씀이 떠올라지네요^^

니르바나 2004-11-0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저도 성철스님이 하신 말씀이 들리는 듯 싶네요. 비연님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로다.'
 


                            영원에 당도하고자 하는 자의 꿈

                                                      -정 진 규-

 

 

 

바람, 머리칼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날리고 있었을 때 왜

 나는 자꾸 왼쪽으로 왼쪽으로만 가고 있었을까. 기우는 달빛

 때문이었을까. 나무는 나무들은 바람 따라 따라서 가 주고 있

 었는데, 세상의 물이란 물들이 흐르는 소릴 들어 보아도 그렇

 게 그렇게 가 주고 있었는데 나는 왜 그게 아니 되었을까.

 실이란 어떤 것일까. 있는대로 있는대로만 따라가 주는 것

 일까.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바람 바람이여 그 동

 안 나는 꽃을 돌멩이라 하였으며, 한 잔의 뜨거운 차를 바다의

 깊이로 바꾸어 놓기도 했다. 믿지 못할 일들이었다는 생각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지금와서 어둡게 어둡게 나를 흔

 든다. 가슴을 친다. 알 수 없어라. 길 가의 풀잎에게 물어 보

 았을 때 그는 바삭거리는 소리만, 바삭거리는 소리만 세상 가

 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그가 왔다. 먼 길을  걸어온 사람,

 런 모습으로 그는 거기에 있었다. 그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의 가슴 깊이로부터 한 두레박의 물, 물을 길어 내게

 건넸다. 나를 씻었다. 한 두레박의 차고 시원한 물, 이것이 바

 로 영원이라 하였다. 빛이라 하였다. 늘 차고 넘쳐서 그는 하

 루를 하루로 끝낼 수 없다 하였다. 늘 차고 넘쳐서 그는 하

 루를 하루로 끝낼 수 없다 하였다. 하루가 모자란다 하였다.

 잠들 수 없다 하였다. 영원에 당도하고자 하는 자의 꿈, 그곳

 에 이르고자 하는 자의 아픔, 열리지 않은 문, 그가 나의 문

 을 열고 당도한 것이라 나는 믿었다. 그는 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하느님의 체온이 거기 머물고 있었다.

 수 없어라. 내 가는 곳까지 아무도 바래다 줄 수 없다고 모두

 들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알 수 없어

 . 그가 내게 당도하였다는 것은, 영원에 당도하고자 하는 자

 의 꿈, 그런 꿈의 깊이에 우리는 함께 이르고 있었다.

...........................................................................................

나는 유감스럽지만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못하고 결혼하였다.

처음 만난 여자와 한 5년 연애는 해야 된다고 생각하여 결혼은 생각도 않고 지냈는데

참다 참다 안되겠는지 아내는 만난 지 4년이 되던 해, 거룩한 성탄절 이브에 나를 끌고서

자기네 집으로 갔다.

술 좋아하신다는 장인어른을 위해 양주 한 병 끼고서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 어기적 갔다.

당신의 애지중지하는 딸과 7살 이나 차이나는 늙다리 총각이 어디가 이뻤겠는가!

그래서 나는 장인어른이 취하기도 전에 먼저 마시고 취해버렸다.

어쩌겠는가 자식이 좋아한다는데, 이래서 도둑놈 소리를 듣는 것이겠지만.

이것이 나의 결혼전말서이다.

그럼 왜 나는 하지도 않은 프로포즈를 했다고 이렇게 페이퍼로  올리는고 하니

아주 가끔 아내는 내가 준 편지속의 이 詩를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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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06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자꾸 미소가 나오네요. 니르바나님 정말 좋으신 분이신가 봅니다. 아무리 연애를 오래했어도 남자가 프로포즈 안하면 아, 이 사람이 나에게 마음이 없는가보다 해서 여자는 떠나는 수도 많은데, 하도 안해서 부인되시는 분이 이를 벌이셨으니, 얼마나 좋으셨으면 그리 하셨겠습니까?

저 같으면 어림 없습니다. 흐흐.

니르바나 2004-11-0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내의 마지막 대사**************

" 내가 이 詩를 안 읽었으면 팔자 고치는 건데"


stella.K 2004-11-06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중에 후회해도 좋으니 이렇게 시라도 읊어주는 사람 좀 만났으면 좋겠네요. 제 주위의 사람들은 이런 멋이 없으니 원...근데 결국 저 시가 니르바나님에겐 프로포즈인 셈이군요. ㅋㅋ,

니르바나 2004-11-06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이 아주 멋진 분이니까 고개숙인 남자들이 쳐다보지 못하는 것 아닌가요?

虛가 조금 있어야 남자들은 氣가 살아납니다. 필요충분조건아시지요. 스텔라님

진/우맘 2004-11-06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난.....니르바나님이.....여자분....인 줄 알았다. 그것도 곱디고운 이십대 처자로....ㅡ.ㅡ;;;

니르바나 2004-11-06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머...

비로그인 2004-11-06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감동적이라서 저 펌~ ^0^

니르바나 2004-11-07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감동적이라 하시니 참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제 글을 읽고 한 번 웃어주시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