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2090813361541.jpg)
영원에 당도하고자 하는 자의 꿈
-정 진 규-
바람, 머리칼이 오른쪽으로 오른쪽으로 날리고 있었을 때 왜
나는 자꾸 왼쪽으로 왼쪽으로만 가고 있었을까. 기우는 달빛
때문이었을까. 나무는 나무들은 바람 따라 따라서 가 주고 있
었는데, 세상의 물이란 물들이 흐르는 소릴 들어 보아도 그렇
게 그렇게 가 주고 있었는데 나는 왜 그게 아니 되었을까. 진
실이란 어떤 것일까. 있는대로 있는대로만 따라가 주는 것
일까. 아니라고 아니라고 하는 것일까. 바람 바람이여 그 동
안 나는 꽃을 돌멩이라 하였으며, 한 잔의 뜨거운 차를 바다의
깊이로 바꾸어 놓기도 했다. 믿지 못할 일들이었다는 생각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지금와서 어둡게 어둡게 나를 흔
든다. 가슴을 친다. 알 수 없어라. 길 가의 풀잎에게 물어 보
았을 때 그는 바삭거리는 소리만, 바삭거리는 소리만 세상 가
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그가 왔다. 먼 길을 걸어온 사람, 그
런 모습으로 그는 거기에 있었다. 그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는 그의 가슴 깊이로부터 한 두레박의 물, 물을 길어 내게
건넸다. 나를 씻었다. 한 두레박의 차고 시원한 물, 이것이 바
로 영원이라 하였다. 빛이라 하였다. 늘 차고 넘쳐서 그는 하
루를 하루로 끝낼 수 없다 하였다. 늘 차고 넘쳐서 그는 하
루를 하루로 끝낼 수 없다 하였다. 하루가 모자란다 하였다.
잠들 수 없다 하였다. 영원에 당도하고자 하는 자의 꿈, 그곳
에 이르고자 하는 자의 아픔, 열리지 않은 문, 그가 나의 문
을 열고 당도한 것이라 나는 믿었다. 그는 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했다. 하느님의 체온이 거기 머물고 있었다. 알
수 없어라. 내 가는 곳까지 아무도 바래다 줄 수 없다고 모두
들 말하지만,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알 수 없어
라. 그가 내게 당도하였다는 것은, 영원에 당도하고자 하는 자
의 꿈, 그런 꿈의 깊이에 우리는 함께 이르고 있었다.
...........................................................................................
나는 유감스럽지만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못하고 결혼하였다.
처음 만난 여자와 한 5년 연애는 해야 된다고 생각하여 결혼은 생각도 않고 지냈는데
참다 참다 안되겠는지 아내는 만난 지 4년이 되던 해, 거룩한 성탄절 이브에 나를 끌고서
자기네 집으로 갔다.
술 좋아하신다는 장인어른을 위해 양주 한 병 끼고서 나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어기적 어기적 갔다.
당신의 애지중지하는 딸과 7살 이나 차이나는 늙다리 총각이 어디가 이뻤겠는가!
그래서 나는 장인어른이 취하기도 전에 먼저 마시고 취해버렸다.
어쩌겠는가 자식이 좋아한다는데, 이래서 도둑놈 소리를 듣는 것이겠지만.
이것이 나의 결혼전말서이다.
그럼 왜 나는 하지도 않은 프로포즈를 했다고 이렇게 페이퍼로 올리는고 하니
아주 가끔 아내는 내가 준 편지속의 이 詩를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