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책, 구체적으로 작가나 저자를 선택하는 기준은 생각해보면 뜬금없고 어이가 없다.
예를 들면 한번은 책을 읽다가 다음과 같은 문장을 만났다.
“척 보면 다 알 것 같은 우리 동네, 인천 서구가 오래전 ‘개
건너’라고 불렸다는 건 얼마 전에야 알았다. 지금은 동네 어
디에도 그 흔한 도랑 하나 없는 터라 의아했다. ‘건너’라는
단어도 흘러들을 수 없었는데 거기에 변두리, 외곽, 낙후라
는 뜻이 들어 있음을 단박에 눈치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말을 해준 사람에게 왜냐고 묻는 대신 화제를 돌려버렸다.”
수십년 전, 동네 아이들과 만나면 구슬치기, 딱지치기, 자치기나 공놀이를 하다가
그것도 싫증나면 바람난 들개들처럼 어디를 가볼까 궁리하다가
그 중 목소리 큰놈이 주장하면 나머지 똘똘이들은 군소리없이 따라서
자유공원, 월미도 갯뻘, 만석부두 등 여기저기를 검정고무신을 신고 무작정 걸어서 쏘다녔다.
그 이유는 주머니를 털어봐야 먼지만 있고 돈 한푼이 없으니 그래도 목적지까지 갈 때는 좋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운이 쭉 빠져 천근만근 무거운 걸음으로 터덜터덜 걸어왔던 기억이 난다.
왜 비싼 밥먹고 그 짓을 했는가 생각해보니 동네가 해방촌이라 집안에 책한권 없는 집이 부지기수라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은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그런 어느 날 그 똘똘이들이 오늘은 어디를 갈까 머리 굴리다가 한 놈이 말했다.
“야 오늘은 개건너(개 건너가 아니다)가자.”
김금희 작가가 표현한 ‘개 건너’는 문장 작법이고 우리에게는 다만 지명일 뿐이어서
개건너는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생긴 그냥 인천에 흔한 갯뻘 동네일 뿐이었다.
개건너 가서 뻘에서 놀다가 물에 들어가 수영하고 뻘 속에 빠진 흙고무신을
바닷물에 흔들어서 대충 닦고 젖은 옷을 말리며 집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김금희 작가는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많은 소설가 가운데 한사람이였는데
이 단락안에 ‘개 건너’를 만나고 나니 갑자기 작가에게 애정이 뿜뿜 샘솟는 기분이 들어
작가가 집필한 소설과 수필집을 찾아 읽게 되었다는 말이다.
내가 책, 그 가운데 소설을 선택하는 기준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말하자면 알라딘 서재에서 만났던 알라디너들이 쓴 소설들이다. 나름 애정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