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날씨로 역대 최고의 열대야 타령한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집중 호우 끝에

아침 저녁으로 가을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을 주며 부는 으스스한 바람, 소슬바람이 불어

체감상으로 족히 10도는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씨입니다.

이맘때가 되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뜬금없이 최창호 음악선생님은 음악 시간에 나운영 작곡의 이 노래를 이중창으로 연습시켰습니다.

월요일이면 학교 운동장에서 행해지는 전교생 조회에 이 노래로 합창할 거라고.

애국가 제창으로 시작해서 교장선생님 훈화로 이어지는 것이 월요조회의 지겨운 루틴이었는데

몇 주후 선생님의 지휘로 이 노래를 합창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날의 그 감동을 잊지 못합니다.

운동장을 울려 퍼지던 2,000명의 남성 이중창은 말그대로 장엄하였습니다.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운동장 소음에 짜증만 났던

학교 주위 주택가에 살던 분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아쉽게도 단 한번뿐이었던 대합창 퍼포먼스는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으로 살아 남았습니다.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물동에 떨어진 버들잎 보고

물 긷는 아가씨 고개 숙이지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둥근달이 고요히 창을 비추면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나 봐

 

아 가을인가 아 가을인가

아 아 아 가을인가 봐

가랑잎이 우수수 떨어지면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나 봐






가을이라고 해서 특별히 찾는 음악은 없지만 유투브 동영상을 보다가 생각나서

요 며칠 계속해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만 듣고 있습니다.

여름에 감상하기엔 가을이 더 안성마춤인 곡들이 브람스의 음악인 것 같기는 하네요.

집구석에 있는 음반들을 찾아보면 몇장 더 나오겠지만 일단은 여기까지 들었습니다.


















박목월 시인의 시 이별의 노래도 생각나는군요.

깊어갈 새도 없이 훅 가버리는 짧은 가을날을 만끽하시면서 한번 불러보세요.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 리

바람이 싸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 너도 가도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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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28 2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기억력 좋으시네요. 2천명이 떼창을 했으면 정말 볼만했겠습니다.
지금은 천명되는 학교가 없겠죠?
정말 지금 생각하면 학교 때가 제일 좋았던 것 같은데 그때는 왜 좋은 줄
몰랐을까요? ㅎㅎ

조성기 작가가 꾸준히 작품내고 있었네요.
오래 전 <야훼의 밤>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는데
그 이후 작품활동은 안한 줄 알았습니다.
왜 그렇게 조용한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온난화 때문에 가을이 짧아진 게 아니라 겨울이 짧아졌죠.
얼마 전 벚꽃이 피었다고 하는데 마냥 좋아할 수는 없겠더군요.ㅠ

니르바나 2024-09-29 18:34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두살 때인가 엄마 품에 안겼던 기억까지 했다는 톨스토이까지는 어림없지만
학창 시절 있었던 일, 그것도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일까지 기억하지 못해서야 되겠어요.ㅎㅎ
학생수 천명을 말씀하시니까 덧붙이자면 니르바나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학생수가 6천명 정도 되었지요.
그래서 교실이 부족해서 3학년까지 2부제 수업을 했고 교실 입구에 두개의 반이 표시되어 있었구요.
니르바나는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랍니다.
학교에 다닐 때가 가장 좋은 때죠.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 먹고 선생님이 가르쳐주시는 공부만 하면 되니까 인생에서 가장 호시절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그 시절만 빨리 지나가기를 바랬으니 참 어리석은 중생입니다. ㅎㅎㅎ

조성기 작가는 초창기에는 오늘의 작가상, 이상문학상도 받고 좋은 소설을 여러편 냈는데
중간에 신학 공부를 하고 목회한다고 작가 활동을 오래동안 쉬면서 거의 작품 활동을 하지 않다가
<우리는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 이후 다시 소설을 창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사계절이 있지만 원래부터 봄과 가을은 그리 긴편이 아니었죠.
여름 겨울 사이에 지내기 좋은 낀 계절인 셈이죠.
지구의 온난화가 만든 올 여름 날씨처럼 다가올 기후변화가 무섭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