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하트 - 제18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집에 돌아와 거실의 불을 켜는데, 거실 등 밑으로 드러난 내 집이 너무나 아늑하고 깔끔해 보였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총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전쟁터에 있는 세연은 언니에게도 한번뿐인 소중한 인생과 사생활이 따로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필사적으로 언니의 손을 잡으려 한다. 전쟁이 끝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기 나라로 가버릴 거면서. 남편도, 자식도, 애인도 없는 나는 잠깐의 쓸모 때문에 임시로 고용된 단기 용병. 이 어리숙한 용병은 애국심에 들끓는 다른 나라 병사들의 절절한 손길을 뿌리치지 못하고 그만 내일의 휴식을 반납하고 말았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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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아이
장용민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구판절판


FBI에서 일한다는 건 지독하게 암울한 현실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하루 종일 보는 것과 흡사했다. 특히 그가 소속된 강력 범죄 수사반은 지옥문 앞에 책상을 갖다 놓고 숙식을 해결하는 곳이었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지옥의 밑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아귀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들과 법을 사이에 두고 전쟁을 벌인다는 건 매일 영혼의 일부가 닳아 없어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요원들은 정기적으로 정신 감정을 받았고 일부는 정신적인 문제로 일을 그만뒀다. 사이먼 역시 힘든 하루 일과가 끝날 때면 남아있는 영혼의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머릿속으로 재보곤 했다.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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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정복
버트란트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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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는 소심함이 필요 이상으로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여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여론의 횡포는 여론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여론의 횡포에 비해서 훨씬 난폭하다. 개도 자기를 얕잡아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보다 자기를 무서워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더 큰 소리로 짖고 더 거리낌 없이 물어댄다. 대중 역시 이와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대중을 무서워하고 있다는 낌새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대중은 좋은 사냥감을 만났다는 기대에 들뜨게 된다. 반면에 대중에 대해서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을 발견하면, 대중은 자신들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 사람을 건드리지 않는다. -141쪽

크게 보면, 굶어죽지 않고 감옥에 가지 않을 정도로만 여론을 존중하면 된다. 이러한 한도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지나친 횡포에 자발적으로 굴복하는 것이고, 모든 면에서 행복을 가로막기 십상이다. -147쪽

물론 일부러 여론을 조롱하는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여론을 조롱한다는 것은 전도된 방식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여론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정말로 여론에 대해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하나의 힘이자, 행복의 원천이 된다. 지나치게 인습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사회는 한결같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는 사회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사회다. -148쪽

언론이 가하는 박해는 희생자가 된 사람이 개인적으로 무시해버릴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나는 현재의 명예훼손 관련법보다 훨씬 더 강력한 방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이러한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단 하나, 대중이 관대한 태도를 기르는 것뿐이다. 대중에게 관대한 태도를 기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참된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의 수를 늘려서, 그들이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데서 으뜸가는 즐거움을 찾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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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가난으로부터 구할 것인가
피터 싱어 지음, 함규진 옮김 / 산책자 / 2009년 7월
절판


스스로를 남의 입장에 놓는 일, 아이의 부모 또는 아이 자신이 되어보는 일이야 말로 윤리적인 생각의 전부다.-37쪽

진화는 윤리적인 방향성이 없다. 인간 본성의 진화론적 이해는 우리가 다수보다 개인을,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을 대할 때 느끼는 직관을 설명해준다. 그러나 그런 감정을 정당화해주지는 않는다. -91쪽

다른 사람이 공정한 몫을 다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내가 손쉽게 아이를 구할 수 있는 데도 구하지 않는 선택을 정당화하는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자기가 할 몫을 외면함으로써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만들었다. 그들의 존재는 그냥 주변에 널린 바위덩어리나 마찬가지다. 공정한 몫 이론에 따르면, 차라리 그들은 진짜 바위만도 못하다. 주변에 바위 뿐이라면 우리는 한 아이를 구하고 지체 없이 다른 아이를 구하러 다시 뛰어들었을 테니까….사람들의 이와 같은 행위가 우리가 쉽게 구할 수도 있는 아이의 죽음을 방관하는 것에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196쪽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단지 상품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어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사람이 인생을 돌이켜보며 자신이 한 일 중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여기는 일은 남들을 위해 자신이 사는 곳을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거예요. 내가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동기 부여가 세상에 있을까요?"-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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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는 마사지다
마샬 맥루한.꽹땡 피오르 지음, 김진홍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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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페셔널리즘은 환경의 소산이다. 그러나 아마튜어리즘은 반환경적이다. 프로페셔널리즘은 개인을 총제적인 환경의 유형으로 흡수한다. 이에 반해 아마튜어리즘은 개인의 총체적 자각과 사회법칙에 대한 비판적 자각의 발전을 도모한다. 아마튜어는 상실을 용납할 수 있다. 그러나 프로페셔널리즘에는 분류하고, 전문화시키고, 환경의 규범을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동료들의 집단적인 반응이 확립한 규범이 만족스럽고 깨닫지 못하는 상태에서 설득력있는 환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전문가’란 제자리에서 계속하는 사람을 말한다. -9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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