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처럼 읽기 - 내 몸이 한 권의 책을 통과할 때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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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내 몸 전체가 책을 통과하는 것이다. …텍스트를 통과하기 전의 내가 있고, 통과한 후의 내가 있다… 통과 전후 몸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고, 다치고 아프고 기절하는 경우도 있다. 내게 가장 어려운 책은 나의 경험과 겹치면서 오래도록 쓰라린 책이다. 면역력이 생기지 않는 책이 좋은 책이다. (19)

여운이 남고, 머릿속을 떠나지 않으며, 괴롭고, 슬프고, 마침내 사고방식에 변화가 오거나 인생관이 바뀌는 책이 있다. 즉 나를 다른 사람으로 만드는 책이 있다. 이것이 자극적인 책이다. 그런 책은 여러 번 읽고 필사를 한다. 번역서인 경우에는 원서를 구해서 역시 필사한다. 필사를 하면, 최소 네 번 정도 읽게 된다. 당연히, 읽을 때마다 다른 주제가 나타난다. 책을 완전히 내 것으로, 내 몸의 일부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면 책을 쓴 작가보다 더 ‘내 것’이 된다. (19~20)

생각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생각은 그 자체로 새로운 것이다… 머리에서 기름이 빠져나가는 느낌, 빛이 투과되지 않는 심해에서 괴물과 마주한 기분, 완전히 무기력해져서 눈물만 흐르는 상태, 긴장을 견디다 못해 물건(연필)을 부수거나 더 큰 고통으로 상쇄하기 위한 ‘자해’. 이 우주에 나도 타인도 없는 것 같은 무섭도록 외로운 상태. 단것을 먹어대도 두통만 올 뿐 배가 부르지 않았다. 무기력. 청소와 세수의 반복. 이것이 공부다. … 생각할수록 공부할수록 무지의 공포는 비례 상승한다. 나 자신이 작아지고 우울해진다. 우울은 공부의 벗. 공부를 멈추지 않는 사람은 겸손하다. 자신에게 몰두한다. 계속 자기 한계, 사회적 한계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 공부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다.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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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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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캠퍼스에는 자신을 기업에 잘 팔리는 상품으로 ‘제조’하는 데 일말의 거부감도 없는 학생들이 가득하다…그리고 이 과정에 대한 불만은 ‘자기개발’이란 포장지로 덮어진다. 자기 착취? 뼈빠지는 고생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미래를 위한 투자일 뿐인데 웬 불평불만? 자기 삶은 곧 기업 활동이고 자신은 이를 이끄는 CEO란 말이다. ‘나는 스스로를 경영할 줄 안다!’는 기업가적 자아는 그렇게 탄생한다. 이것이 바로 지금의 대학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바람직한 이십대’의 표본이다. 기업가적 자아를 지닌, 즉 인생을 ‘효율성의 개념’으로 재단하는 데 익숙하고 능숙한 이십대들은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이다. (179)

가난은 단순히 물질적 결핍의 상태가 아니다… 바우만은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정상의 삶’이라고 인정되는 모든 것에서 배제되었음을 뜻한다. 그것은 ‘기준에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 결과 자존감이 낮아지고 수치스러움이나 죄의식을 느끼게 된다. 가난은 또한 그 사회에서 ‘행복한 삶’이라고 여겨지는 기회들과 단절되고 ‘삶이 제공해야 하는 것’을 받지 못함을 의미한다." (197)

그저 사람답게 살기 위해 ‘초인’이 되어야 하는 사회는 무능하기 짝이 없는 사회다. 그런데도 초인적 노력으로 사회구조의 장벽을 뚫은 그 미세한 확률에다 사람을 몰아넣는 자기계발의 이야기들이 판치고 있는 세상이다. ‘자기개발서’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이십대들은 자기통제의 고통을 참아내고자 스스로에게 방어막을 친다. 자신이 경험하는 차별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순간 ‘자기계발의 패배자’로 낙인찍히는 사회를 살아야 하는 이십대들은, ‘사회적 차별’을 수긍할 수밖에 없다. 그 차별에 자신이 당하는 것을 인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남을 차별하는 것 역시 정당화한다. 그렇게 위계화된 학교서열에 대한 집착은 이십대에게 가장 통속적인 자기 방어기제가 되었다.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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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마 선생의 조용한 세계
모리 히로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작은씨앗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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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사하는 것으로는 무엇을 연구해야 할까 하는 정도의 정보밖에 얻을 수 없어. 책과 자료에 씌어 있는 것은 다른 누가 생각한 내용으로, 그것을 아는 것으로 인간의 지혜가 다다른 한계점이 보이지. 즉, 연구의 출발선이야. 문헌을 몽땅 조사해야만 겨우 출발선에 설 수 있는 거지. 문제는, 거기서부터 자신의 힘으로 어디를 향해 나아가느냐가 중요해. 연구란 세상에서 아직 아무도 하지 않은 것을 생각해 세계 최초로 결과를 이끌어내는 행위… 인간의 지혜를 넓히는 행위다….연구란 지금 없는 것을 아는 것, 이해하는 것이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실마리는 자신의 발상뿐이야." (115~116)

가끔 의식적으로 천천히 걷는다. 오른발과 왼발을 번갈아 내딛는다. 그리고 심호흡을 자주 한다. 호흡을 의식하면 차분해진다. 생각하기 위해서 항상 컨디션을 유지하고 싶다. 가능한 식사량을 줄여 공복에 가까운 상태가 가장 좋다. 먹지 않는 편이 머리가 잘 돌아가고, 수면시간을 짧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몸에도 좋다. 병에도 걸리지 않는다. 밖에 나가지 않고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도 가지 않기 때문에 인플루엔자에도 걸리지 않는다. 체력적인 무리를 하지 않고 최상과 최하의 진폭을 최대한 억제해 생활한다. 몸은 머리를 움직이기 위한 발전소 같은 역할을 한다. 똑 같은 회전수로 멈추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 운전한다. 발전소가 아무리 노력해도 사고의 능력에 관계는 없다. 그보다는 변화없이 일정하게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사명이다. (35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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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여자
카트린 아를레 지음, 홍은주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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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결혼할 남자는 살아있을 때보다 죽은 후에 더 이상적인 남편이오. "(41)

"내게 여자들은 위생용품과 비슷하오. 이를테면 자주 바꿔줘야 하는 칫솔 같은 거요." (83)

아무것도 보지 못한 맨 마지막 열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주먹들이 하늘로 뻗어올랐다. 굳이 대상 같은 것이 없어도 되는 증오심이 사냥감을 발견한 것이다. 힐데가르트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군중이 전부 그녀를 향한 적개심 하나로 똘똘 뭉쳐 있었다. (182)

"변론이 안 통하는 일은 없소. 정확한 순간을 포착해 정확한 상대에게 뇌물을 주면 해결 못 할 문제는 없소." (208)

"정상적으로 진화한 듯 보이는 일부 인간들이 경솔하게 사람을 믿는 건 퍽 불가해한 일이오." (228)

"멋대로 단정하지 마시오. 난 더 강할 뿐이오. 그게 전부요. 난 그걸 알고 있소. 당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소. 생쥐는 제아무리 용기를 내도 절대로 고양이를 잡을 수 없소. 나한테 당신은 그저 꼭두각시일 뿐이오."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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