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거나 슬퍼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얼그레이에 꿀을 타서 마시면 늘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57)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때 먼저 마실 것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마음이 진정될 것이다. 그것은 의식 같은 것이며 그 누구에게도 의존할 필요가 없다. 텔레비전에서 자살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얼마나 힘든 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 사람은 뭔가 좋아하는 음료를 천천히 마시면 마음이 진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58)
어렴풋이 남아있는 미련을 토해내는 것, 그것이 진심을 다한다는 의미였다. (75)
돈이나 건강 등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 불안투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건 후회하면서 사는 것이다. 고독은 아니다. 남편과 헤어지고 나면 맞은편 벤치에 앉은 여자에게 말을 걸어보자. 그리고 괜찮으면 홍차를 함께 마시지 않겠느냐고 청해보자. (76)
완전히 변해버린 모습으로 일어설 수도 없는데 산책을 가려고 바르작거리는 보비를 보면서 생물이라는 건 숨을 쉴 수 없는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비는 주인에게 감동을 주려고 바르작거렸던 건 아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몸으로도 좋아하는 산책을 가고 싶어서 본능적으로 다리를 움직였을 뿐이다. 하지만 뭔가가 전해진 것만은 분명했다. (283)
"어떤 사람이었냐 하면, 아무리 오래 같이 있어도 피곤하지 않고, 함께 산책하는 것만으로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었죠. 요컨대 기나긴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였어요." (291)
일본은 30년 전이나 40년 전에 비하면 월등히 풍요로워졌는데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 버블 붕괴 이후밖에 모르는 세대는 이처럼 혹독한 노동 환경을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고도성장과 버블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진다.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인데, 대다수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허덕이며 단 20엔이든 10엔이든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고, 1엔이라도 싼 선술집을 찾고, 맛있는 식사도 맛있는 술도 애초에 포기하며 살아간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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