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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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얻고자 하는 마음과 의욕일 터, 그런 것이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이 자신의 등을 밀어주듯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63)

재즈가 초밥집 배경음악이 되다니 생각도 하지 못했다. 재즈라는 것은 어쨌거나, 자, 재즈를 듣자, 의식하고 진지하게 듣는 음악이었달까, 세상의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수자를 위한 예민한 음악이었다. (88)

도쿄에서도 곧잘 가지만, 재즈클럽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본고장 미국의 재즈클럽이 제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클럽은 많지만, 가장 멋진 곳은 뉴욕의 ‘빌리지 뱅가드.’ 칠십 년도 넘는 세월 동안 한자리를 지킨 가게이다보니 단출하면서도 상당히 낡았다. 비도 조금 샌다. 메뉴도 다양하지 않고 결코 친절하지도 않지만, 재즈를 듣는 환경으로는 불평할 여지가 없다. 아주 이상한 형태의 공간이었는데, 음향이 훌륭해서 어느 자리에 앉아도 멋진 소리로 재즈를 즐길 수 있다. 이거야말로 재즈, 라는 킥이 있는 음이다. (91)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젊을 때 세파에 시달리며 제대로 상처를 입어두면 나이를 먹은 뒤 그만큼 편해지는 것 같다. 만약 기분 나쁜 일이 있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푹 자면 된다. 뭐니 뭐니 해도 그게 제일이다. 힘내세요. (147)

인생에는 분명 그렇게 평소와는 다른 근육을 열심히 사용해볼 시기가 필요하다. 설령 당시는 노력의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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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인
쓰카사키 시로 지음, 고재운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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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신체에는 대상작용이 있다. 하나의 기관이 기능을 잃으면 다른 기관이 최선을 다해 그 구멍을 메우려 일한다. 어린 시절 왼손이 다쳤을 때도 그랬다. 곧 오른손을 쓸 수 있게 되었고 젓가락을 쥐고 밥을 먹을 수도 있게 되었다. (48)

뭔가 일이 일어났을 경우에 소인은 그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 유인은 그렇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말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 감기에 걸렸다고 하면, 소인은 그 사람이 원래 허약한 체질이었다, 유인이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것. (131)

사람의 자기 동일성은 기억에 있다. 물론 현실에는 가족도 있고 친구도 있다. 그래서 본인 기억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본질적으로는 이 세상에 나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살아왔는가, 사람은 그 기억에 의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인식한다. 기억을 잃어버리면 자신이 누군지 모르게 된다. 그런 기억이 다른 기억으로 몰래 바뀌어버리면, 그런 일이 혹시 있다고 한다면, 그 순간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이 된다. (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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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야기사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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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않은 일이 나 자신 속에 숨어있었던 문을 여는 경우도 있다.(56)

"이 아이는 이제부터 처음 접하는 것들로 가득한 세계를 헤엄쳐 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경험하고 배우며 커가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그게 마치 나 자신의 일인 것처럼 마음이 들떴어.
그러다 갑자기 나의 비뚤어진 마음속에 따뜻한 햇살이 가득 비쳐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야. 희미하긴 했지만 내 안에서 무엇이든 해보자, 하는 의지가 힘차게 싹트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나는 그때 결심했단다, 이제 나도 나 혼자만의 좁은 틀 안에 박혀 사는 생활은 그만두자,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배우자, 그래서 내가 있을 장소, 내가 거기에 있어도 좋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장소를 찾자, 하고. 여행을 떠난 것도, 책을 마구 읽어낸 것도 그때부터였어." (77)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자신의 마음에 거리끼는 게 없다면 그곳이 바로 자신이 있을 장소야. 그 사실을 깨달을 때까지 내 인생의 전반부가 지나갔어. 그리고 나는 이제 가장 마음에 드는 항구로 돌아와 거기에 닻을 내리기로 결정한 거야. 나에게 이곳은 신성한 곳이고 가장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장소야." (79)

나이를 먹었다기보다는 허물을 벗듯이 쓸데없는 것을 벗어버렸다고 표현하는 쪽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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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즈가 울부짖는 밤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2
오사카 고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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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지게 나불대기는. 진짜 우익은 적어도 사상과 신념을 지니고 있어. 네놈들은 도리도 없고 근성도 없지. 폭려개보다 못해. 양아치, 화적패가 딱 어울려." (223)

기껏해야 하루이틀이면 읽고도 남을 소설을 뭐가 재미다고 삼년 반씩이나 써내려가는지, 어리석다면 어리석고 기특하다면 기특한 작업이다. 오랜 시간을 들인다고 완성도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니, 한가한 인간의 도락이라 한대도 솔직히 할말이 없다. - 작가 후기 중(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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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부터 헬로라이프 스토리콜렉터 29
무라카미 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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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거나 슬퍼서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얼그레이에 꿀을 타서 마시면 늘 마음이 조금 진정되었다. (57)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할 때 먼저 마실 것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마음이 진정될 것이다. 그것은 의식 같은 것이며 그 누구에게도 의존할 필요가 없다. 텔레비전에서 자살 뉴스를 접할 때마다 얼마나 힘든 일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 사람은 뭔가 좋아하는 음료를 천천히 마시면 마음이 진정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58)

어렴풋이 남아있는 미련을 토해내는 것, 그것이 진심을 다한다는 의미였다. (75)

돈이나 건강 등에 대한 불안감은 있다. 불안투성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건 후회하면서 사는 것이다. 고독은 아니다. 남편과 헤어지고 나면 맞은편 벤치에 앉은 여자에게 말을 걸어보자. 그리고 괜찮으면 홍차를 함께 마시지 않겠느냐고 청해보자. (76)

완전히 변해버린 모습으로 일어설 수도 없는데 산책을 가려고 바르작거리는 보비를 보면서 생물이라는 건 숨을 쉴 수 없는 혹독한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소중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보비는 주인에게 감동을 주려고 바르작거렸던 건 아니다. 죽음을 기다리는 몸으로도 좋아하는 산책을 가고 싶어서 본능적으로 다리를 움직였을 뿐이다. 하지만 뭔가가 전해진 것만은 분명했다. (283)

"어떤 사람이었냐 하면, 아무리 오래 같이 있어도 피곤하지 않고, 함께 산책하는 것만으로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람이었죠. 요컨대 기나긴 인생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였어요." (291)

일본은 30년 전이나 40년 전에 비하면 월등히 풍요로워졌는데도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는다… 버블 붕괴 이후밖에 모르는 세대는 이처럼 혹독한 노동 환경을 당연하게 여길지도 모르지만, 고도성장과 버블을 경험한 이들에게는 지옥처럼 느껴진다. 인구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인데, 대다수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허덕이며 단 20엔이든 10엔이든 저렴한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고, 1엔이라도 싼 선술집을 찾고, 맛있는 식사도 맛있는 술도 애초에 포기하며 살아간다. (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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