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이정인 옮김 / 프리뷰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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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세이지먼은 이렇게 설명한다. "정말 터무니 없는 믿음, 예를 들어 하늘의 달이 치즈로 만들어졌다고 믿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들은 ‘자기선택’ 과정을 통해서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과만 만난다. 그리고는 모든 사람이 자기들과 같은 믿음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왜냐하면 확실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만 말을 하고 그렇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은 침묵을 지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인터넷상에서 대단히 심각하게 일어난다. 기이하고 혼란스러운 주장, 혐오스러운 주장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이다." (116)

로버트 페이퍼는 자살 테러리즘이 일종의 ‘전략적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주장을 폈다. "대부분의 테러 공격은 광신적인 개인이 무분별하게 벌이는 단독 행동이 아니라, 조직화된 정치 집단이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벌이는 조직적인 집단행동의 일부이다." 예를 들어 그 목적이란 테러리스트들이 자신들의 고향땅이라고 생각하는 영토를 되찾는 것이다. 자살테러가 증가하는 것은 무분별한 분노의 산물이 아니다. 자살폭탄 테러는 효과를 거둔 경우가 많고, 그래서 테러는 앞으로 더 늘어갈 것이다. (168)

집단이 극단으로 치닫게 되는 것은 보통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분노를 키우고, 행동에 나서기 때문이다. 극단화는 억눌려 있는 신념과 희망을 끄집어내 주기도 하고, 새로운 신념과 희망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권리를 쟁취하려는 운동과 관련된 신념과 희망은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항상 밖으로 드러날 준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권리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집단극단화는 아주 바람직한 수단이다. (171)

특히 미국 헌법에 명시된 여러 장치들은 극단화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으며, 잘못된 판단을 막을 다양한 견제 수단을 포함하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예는 양원제이다. 양원제 의회라는 개념은 양원 중 어느 한쪽이, 헌법입안자들이 보기에는 특히 하원이 단기적인 열정과 집단극단화에 휩싸이게 될 경우에 대비해 고안된 것이었다. 미국 건국 당시 상원은 이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졌다.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에서 귀국한 다음 조지 워싱턴을 만나 왜 상원을 만들기로 한 것인지 설명을 요구했다. 워싱턴이 "어째서 커피를 받침 접시에 따라 마시는 거요?라고 묻자 제퍼슨은 이렇게 대답했다. "커피를 식혀 마시기 위해서지요." 그러자 워싱턴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고 의회의 열을 식히기 위해 상원이라는 접시에 따르기로 한 겁니다." 제임스 윌슨도 양원제에 대해 같은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단일 의회에서는 폭거, 불공정, 횡포가 갑작스럽고 폭력적으로 일어나기 쉽다." (18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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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플러 Simpler - 간결한 넛지의 힘
카스 R. 선스타인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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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아주 구체적인 의미에서 잘난 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그들은 왜 자신의 삶에 대해 더 많은 책임을 지지 않는가?"하고 묻는 경향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잊어버리고 있는 것은 당신이 더 부유해질수록 누군가 당신을 위해 모든 것을 돌봐주기 때문에 당신이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져야 할 일은 더 적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당신이 더 가난해질수록 당신의 삶에서 모든 것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져야 한다….가난한 사람들이 무책임하다고 꾸짖는 것은 그만하고 대신 많은 결정들이 우리를 위해 내려지는, 우리 모두가 누리는 호사를 가난한 이들에게도 제공하는 길을 생각해보자.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올바른 길을 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들은 잘못된 길로 가게 된다." (115, Poor Economics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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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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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신은 불에 타기 쉬운 공격적인 유황, 밀도가 높고 억압적인 납, 지독히도 현명한 소금, 포착하기 어려운 유동성 수은의 특수한 결합이다. – 제임스 힐먼 (22)

너의 천복을 따르라. 그 과정에서 두려움이나 죄의식을 갖지 마라. – 조셉 캠벨 <신화의 힘>
- 천복(bliss)이란 아마도 모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신성, 생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집단 무의식, 생의 처음부터 타고나는 소명감 같은 것이 뭉뚱그려진 의미일 것입니다. 자기 생의 목소리, 내면의 목소리와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124)

카뮈의 단편집 <추방과 왕국>에는 <일하는 미술가>라는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자식에게 빵을 사줄 만큼의 돈도 벌지 못하는 파리의 가난한 화가입니다. 그가 죽음에 임박했을 때 친구들이 찾아낸 캔버스는 텅 비어 있었는데 중간쯤에 아주 희미하고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너무 흐려서 잘 읽을 수 없는 그 단어는 ‘고독(solitary)’ 같기도 하고 ‘연대(solidary)’ 같기도 했습니다. 두 단어는 저토록 흡사합니다. (150)

현대 정신분석학자 오토 컨버그는 성 불능과 발달 장애가 어떻게 서로 맞물려있는가를 잘 규명해냈습니다. 그에 의하면 전혀 성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무능력의 단계는 심각한 상태의 자기애적 성격 장애라고 합니다. 성적 문란이나 도착 성향을 보이는 단계는 중간 정도의 자기애적 성격 장애이며, 애정 대상을 이상화하고 의존하면서 성기적 만족을 느낄 수 없는 단계는 경계선 장애라고 합니다. 완전한 성적 만족을 경험할 수는 없으나 안정적이고 깊은 대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단계는 신경증의 증상입니다. 그가 규정하는 발달의 최종 단계는 안정적이고 깊이 있는 대상 관계와 만족스러운 성기적 성이 정상적으로 통합된 상태입니다… <대상 관계 이론과 임상적 정신분석>이란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18)

성적 욕망이 인간을 주체로 만든다. – 자크 라캉
- 주체란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개별화된 개인’이라는 의미 정도가 될 것입니다. 아기는 성욕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기’라는 개념을 갖게 됩니다. 유아 성욕이 다시 활성화되는 사춘기에 이르면 성과 사랑의 감정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면서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성적 활동이 없다는 것은 주체나 정체성과 관련된 개념에 빈틈이 있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221)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 폴 발레리
-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입니다. 피부에서 느끼는 감각이 존재의 깊은 곳에 닿아 정신의 일부를 형성합니다. (243)

오이디푸스 단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법과 질서에 복종한다는 뜻입니다. 공동체의 언어를 습득하고, 성 역할을 알아차리며, 그 사회에 수용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사회적으로 좀 더 안전하게 성취할 수 있는 은유와 상징의 역량을 획득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94)

다자이 오사무의 노이로제는 라디오 체조만 했어도 나을 수 있는 것이었다. – 미시마 유키오 (137)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 레이몬드 카버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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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 Free - 자기를 찾아 떠나는 젊음의 세계방랑기
다카하시 아유무 글, 사진, 차수연 옮김 / 동아시아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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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자기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를 아는 일입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좋은 직장에 다녀도, 자신의 영혼이 충족되지 못하면 병에 걸리거나 나쁜 일에 빠져듭니다. 여러 가지 쓰라린 경험과 고통스럽고 뼈저린 체험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찾고 배울 일입니다.-00쪽

그러니까 정말로 필요한 것을 발견할 때까지, 영혼은 여행을 계속합니다. 막연히 기다리기만 해서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또, 불필요한 것을 버릴 수 없다면,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없습니다. 변화할 때는 언제나 힘이 들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사람의 영혼은 결코 충족되지 않습니다.
- 어떤 하와이언의 말에서-00쪽

소중한 것을 깨닫는 장소는 언제나
컴퓨터 앞이 아니라 새파란 하늘 아래였다.
-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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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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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려면 나이가 좀 들어야 한다고들 한다. 내가 생각해도 어느 정도는 사실인 것 같다. 아마도 위대한 삶의 순환 고리 때문이리라. 황량하고 쓸쓸한 겨울을 지나고도 새로 싹을 틔우는 식물들의 부단한 낙관주의를 보고 있자면 어쩐지 기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매년 다른 모습을 보는 기쁨, 자연이 정원 구석구석을 한껏 활용해 아름다움을 뽐내는 방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경이롭다. … 그 애에게 소리없이 말해주어야 했다.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고, 자라나든 시들어 죽어가든 삶은 계속된다고. 우리 모두 그 위대한 순환 고리의 일부라고. 오로지 신만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패턴이 있다고. -150~152쪽

"나는 저런 노련한 사람들이 정말 좋더라.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서 노새를 타고 있는 모습이 눈앞에 선히 그려지잖아요. 낡은 장화처럼 터프한 사람."-3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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