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공감 - 김형경 심리 치유 에세이
김형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의 정신은 불에 타기 쉬운 공격적인 유황, 밀도가 높고 억압적인 납, 지독히도 현명한 소금, 포착하기 어려운 유동성 수은의 특수한 결합이다. – 제임스 힐먼 (22)

너의 천복을 따르라. 그 과정에서 두려움이나 죄의식을 갖지 마라. – 조셉 캠벨 <신화의 힘>
- 천복(bliss)이란 아마도 모든 인간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신성, 생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집단 무의식, 생의 처음부터 타고나는 소명감 같은 것이 뭉뚱그려진 의미일 것입니다. 자기 생의 목소리, 내면의 목소리와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124)

카뮈의 단편집 <추방과 왕국>에는 <일하는 미술가>라는 단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은 자식에게 빵을 사줄 만큼의 돈도 벌지 못하는 파리의 가난한 화가입니다. 그가 죽음에 임박했을 때 친구들이 찾아낸 캔버스는 텅 비어 있었는데 중간쯤에 아주 희미하고 작은 글씨가 적혀 있었습니다. 너무 흐려서 잘 읽을 수 없는 그 단어는 ‘고독(solitary)’ 같기도 하고 ‘연대(solidary)’ 같기도 했습니다. 두 단어는 저토록 흡사합니다. (150)

현대 정신분석학자 오토 컨버그는 성 불능과 발달 장애가 어떻게 서로 맞물려있는가를 잘 규명해냈습니다. 그에 의하면 전혀 성적 관계를 맺지 못하는 무능력의 단계는 심각한 상태의 자기애적 성격 장애라고 합니다. 성적 문란이나 도착 성향을 보이는 단계는 중간 정도의 자기애적 성격 장애이며, 애정 대상을 이상화하고 의존하면서 성기적 만족을 느낄 수 없는 단계는 경계선 장애라고 합니다. 완전한 성적 만족을 경험할 수는 없으나 안정적이고 깊은 대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단계는 신경증의 증상입니다. 그가 규정하는 발달의 최종 단계는 안정적이고 깊이 있는 대상 관계와 만족스러운 성기적 성이 정상적으로 통합된 상태입니다… <대상 관계 이론과 임상적 정신분석>이란 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218)

성적 욕망이 인간을 주체로 만든다. – 자크 라캉
- 주체란 ‘자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개별화된 개인’이라는 의미 정도가 될 것입니다. 아기는 성욕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과정에서 ‘자기’라는 개념을 갖게 됩니다. 유아 성욕이 다시 활성화되는 사춘기에 이르면 성과 사랑의 감정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면서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합니다. 성적 활동이 없다는 것은 주체나 정체성과 관련된 개념에 빈틈이 있다는 뜻과도 같습니다. (221)

가장 깊은 것은 피부다. – 폴 발레리
-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문장입니다. 피부에서 느끼는 감각이 존재의 깊은 곳에 닿아 정신의 일부를 형성합니다. (243)

오이디푸스 단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아버지의 권위를 인정하고 ‘아버지의 이름’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법과 질서에 복종한다는 뜻입니다. 공동체의 언어를 습득하고, 성 역할을 알아차리며, 그 사회에 수용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사회적으로 좀 더 안전하게 성취할 수 있는 은유와 상징의 역량을 획득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94)

다자이 오사무의 노이로제는 라디오 체조만 했어도 나을 수 있는 것이었다. – 미시마 유키오 (137)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조금씩 글을 쓴다. – 레이몬드 카버 (3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