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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어깨동무 합니다 -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며
김제동 지음 / 위즈덤경향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인터뷰집 참으로 독특하다. 다들 호감가거나 요즘 시류에 대해 의견을 구하고 싶은 유명인들을 모셔놓고 근황에 대한 인사 몇 마디 나누고 의례적인 질문 몇 개 주고받다가 본격적으로 흥미가 생길 때쯤 별다른 결론 없이 끝나버린다. 대부분의 인터뷰가 시작도 뜬금없고 끝도 갑작스럽다. 인터뷰집 전체는 물론 각각의 인터뷰를 관통하는 눈에 띄는 방향성도 없고, 인물들간의 편차도 심하며, 인물과 사회적 이슈 중 어느 쪽도 깊이 건드리지 않는다. 논조로 봐서는 김제동에게 으레 기대하기 마련인 입담이나 재미를 부각시킨 책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김제동의 색깔이나 주장이 확연히 배어나지도 않는다. 때가 때인 만큼 김제동이 나름 위축된 상태에서 진행된 인터뷰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인터뷰의 주도권도 불분명하여 오히려 그의 안부를 묻거나 주객이 전도되는 인터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매번 아쉽다. 왠지 질문과 질문 사이, 그리고 질문과 답변의 행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생략되어 있고, 더 들어야 할 이야기가 뒤로 한참 남아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동안 너무 길게 끌며 깊이 파고드는 인터뷰에 익숙해진 탓인지, 겨우 이런 겉핥기식 대화를 주고받자고 이런 쟁쟁하고 바쁜 사람들이 만났다는 말인가하는 의구심마저 솟구친다.
그래도 리뷰는 써야 하기에 이 책이 아침 주부프로나 잡지 인터뷰와 뭐가 다를까, 대체 이 책의 당초 지향점이 뭐였을까 궁금해하다가 문득 방송되지 못할 ‘김제동 토크쇼’의 책 버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내용이 고스란히 토크쇼로 옮겨진다면 꽤 진솔하고 볼만한 인터뷰였을 텐데, 활자에만 기대어 화려한 볼거리와 듣는 재미가 다 빠지고 나니 이렇게 허전함이 남는 듯했다. 게다가 인터뷰이 중에 김제동의 친한 지인들이 많고 마지막 김제동 본인 인터뷰가 가장 길고 충실한 것을 보면 어쩌면 우군들의 힘을 빌어 김제동의 입장과 진심, 혹은 건재함을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던 것도 같다. 행여라도 그렇다면 그 의도와 심정에는 충분히 동조하지만, 이런 형식은 독자와 나머지 인터뷰이에게 조금 반칙이란 생각이 든다. 읽어보진 못했지만 전작이 20만부나 팔린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만약 그 책도 이런 식이었다면 정말 소셜테이너로서 김제동의 저력을 방증하는 셈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