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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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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즐겨 읽긴 하지만, 읽을 때마다 자괴감을 느끼는 편이다. 기껏 그 두꺼운 책을 읽고 나서 고작 재미가 있네 없네, 어떤 인물이 매력적이고 문체가 아름답네, 슬퍼서 울었네 정도의 감상을 내놓자면, 그토록 열광해서 책을 읽어 내렸던 몇 시간이 왠지 객쩍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얄팍하고 막연한 느낌을 한 꺼풀 더 파고들어 ‘대체 왜’ 그런지를 객관적, 논리적으로 설명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은연중에 있었다. 그래서 <소설 읽는 방법>이란 제목만으로도 이 책은 관심신간에 들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크게 <기초편>과 <실천편>으로 구성된다. ‘소설을 읽기 위한 준비’라는 <기초편>에서는 소설을 파악하는 일종의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실천편>에서는 9개 소설을 통해 실제 분석 사례를 보여준다. 40p 남짓한 <기초편>은 소설에 접근하는 네 가지 관점과 소설을 ‘작은 화살표’가 축적된 ‘거대한 화살표’로 분석하는 방법 등이 사뭇 흥미롭다. 특히 소설을 ‘이 광대무변하고 복잡하기 짝이 없는 세상을,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속 깊은 밑바닥을 누구의 손안에라도 들어갈 만큼 작은 사이즈로 압축해서 농밀한 시간과 함께 체험하게’ 해주는, 말 그대로 ‘작게 이야기하는 것’(14p)이라고 정의하는 작가의 소설관은 충분히 설득력 있다. 그래서 책의 뒷부분에 대한 기대감과 신뢰감을 높인다.

그런데 막상 <실천편>에 들어가면, 갑자기 논의의 수준이 달라진다. 저자가 소설가로서의 내공을 발휘해 분석한 결론만이 짤막짤막하게 제시된다. <기초편>에서 제시되지 않았던 내용도 수시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물론 그 분석 내용은 그럴싸하고, 분석 대상이 읽어본 책이라면 한번 읽어볼 만도 하다. 하지만 <기초편>과 <실천편>의 간극이 너무 커서, 단편적인 정보 외에 독자 스스로 소설을 읽어내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못한다. 그러니 사전지식 없이 이 책의 <기초편>에만 의지하여 <실천편>에 들어선 독자라면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다. 정작 내가 이 책에서 배우고 싶었던 것은 바로 그 기초에서 실천 단계로 넘어가는 중간 과정이었던 것이다. 겨우 기초편 40p를 읽고 감히 소설 분석을 시도하려 했던 성급한 독자의 문제일까? 아니면 어차피 그 과정은 말로 설명하기 힘드니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알아서 결론에 이르라는 의미일까? 어느 쪽이든 간에, <기초편>, <실천편> 둘 다 나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두 부분의 연결고리이자 책 제목에서 장담했던 ‘소설 읽는 방법’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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