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빈 클라인 - 브랜드 디자인 광고의 유혹
리사 마시 지음, 박미영 옮김 / 루비박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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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캘빈 클라인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한때 비싼 청바지들의 상표를 보이는 것이 한참 유행이었을때도 캘빈 클라인은 단연 선두주자였으며 힙합으로 입느라 속옷의 라벨을 보여주는 것이 유행했을때도 캘빈 클라인의 언더웨어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캘빈 클라인하면 우선 심플함과 간결함이 떠 오른다. 요즘에 와서는 많이 컬러플해진 느낌이지만 주로 검은색과 회색, 흰색과 초컬릿 브라운을 많이 쓰는 캘빈의 옷은 가장 미국적인 브랜드이다. 캘빈을 입는 사람들은 명품의 고급스러움과 동시에 화려하게 드러나길 꺼리는 사람들에게 호감도 1위의 브랜드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이 책에 많은 기대를 했었다. 책의 제목에 브랜드 디자인 광고의 유혹이라는 문구처럼 캘빈 클라인의 브랜드가치와 디자인 그리고 광고에 대해 말해주기를 바랬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위에 나열한건 그냥 광고문구에 지나지 않았었다.

원제와는 전혀 상관없는 광고문구에 한마디로 깜빡 속은것이다. 책은 밋밋한 캘빈 클라인의 변천사 나열에 지나지 않았으며 캘빈 클라인이라는 인물에 대한 시선이 너무나 여러가지이다. 마치 글을 쓰기 위해 마음에 들지도 않으며 알고싶지도 않은 인물에 대해 억지로 우호적인 자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간혹 그에대한 적대감을 숨길수 없다는 듯이 느껴졌다.

코트부터 시작해서 청바지와 향수 언더웨어에 이르기까지 캘빈 클라인의 성공기가 담겨져 있지만 극적인 재미는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전문적인 내용이 담겨져 있지도 않다. 캘빈 클라인이라는 인물과 캘빈 클라인이라는 브랜드중 어느 하나에 촛점을 맞췄어야겠지만 불행하게도 이 책은 마지막장 까지 선택을 하지 못한채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역사가 오래된 브랜드가 아니기는 하지만 이 책에 캘빈 클라인 그 자신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었더라면 적어도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가 쓴 책 정도는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이 참여하지 않고 오로지 취재에 의해서만 쓰여진 글이 얼마나 수박 겉핥기 식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캘빈 클라인이라는 브랜드 자체는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이 책 어디에서도 그런 매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대중적 재미나 흥미 혹은 전문가적 입장에서의 분석도 존재하지 않으며 마치 숙제처럼 그냥 써야하니까 쓴 책 정도로만 보여진다. 차라리 캘빈 클라인 제품 사진이나 광고사진이라도 많이 수록되어 있었다면 보는 재미라도 줄 수 있었겠지만 이 책은 그정도의 재미마저도 귀찮은지 추구하지 않은 안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읽은 브랜드에 관한 책 중에서 가장 무성의하고도 재미없는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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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염천 - 거센 비 내리고, 뜨거운 해 뜨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서영 옮김 / 명상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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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하지 않는 나 이지만 어찌된 심산인지 여행기 만큼은 곧잘 보는 편이다. 재밌었던 여행기도 있었고 이건 독자로 하여금 자신이 얼마나 고생을 하였고 또 얼마나 짜증이 났었는지를 말하는것 이외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여행기도 있었다. 그렇지만 나처럼 방구석에서 뒹굴뒹굴 거리면서도 세계 각국의 시시콜콜한 것들을 알게 해 준것에 있어서 만큼은 모두 고마운 여행기였다.

이번에 내가 선택한 여행기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우천염천이다.어째서 제목을 우천염천이라고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상 어디를 가더라도 하늘은 우천 아니면 염천이므로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신간이 나올때마다 꼬박 꼬박 사보는 작가이다. 크게 우와 할만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은 영 별로인걸 하는 기분도 들게하지 않으므로 나에게 있어서는 비교적 안전한 배팅인셈이다. 하루키의 여행기는 먼 북소리와 위스키성지 여행에 이어 세번째이다. 개인적으로는 위스키에 관심이 없으므로 먼 북소리가 더 재미있었다. - 내 기억이 맞다면 그때도 역시 그리스 얘기가 적혀 있었던듯 하지만 이 책에서처럼 성지순례가 아닌 관광지로서의 그리스(그러나 하루키는 관광은 하지 않고 거기서 글을 쓴것으로 기억된다.)이다.-

이 책의 여행지는 그리스와 터키 두 곳이며 읽다가 보면 정말 여행일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감상이 적고 약간은 건조하다. 사진기자와 함께 갔지만 이 책에는 여행기에 있어서는 필수요소인 사진은 단 한장도 없다. 그런데 읽다가 보면 사진같은건 없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키 글의 최대 매력은 바로 읽는 사람도 하루키처럼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이 되도록 해 버리는 것이다. 다른 여행기에 사진이 단 한장도 들어가지 않았다면 다소 흥분을 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은 하루키니깐 하면서 넘어갈 수 있다.

솔직하게 말 하자면 이 책은 결코 흥미진진한 여행기가 아니다. 어떤 목적에서 여행을 했는지 모르겠지만(아마 일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소설 쓰기는 아닌것 같다.) 그리스에서는 온통 사원을 돌아다닌 이야기 뿐이고 터키에서는 도로를 달리거나 군인들을 본 예기 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남들이 정말 열심히 무언가를 얻겠다는 각오로 쓴 여행기도 재밌지만 이책도 나름의 매력은 있다. 터키 여행기에는 중간중간 88 서울올림픽 얘기가 나오는데 이 책이 쓰여진때가 88년도인지 나는 그제서야 알았다. 올림픽이 아니었다면 나는 끝내 이게 언제 씌여진 책인지 몰랐을 것이며 얼마전에 나온 책이므로 2002년이나 2003년도에 씌여졌다고 생각 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이 재미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만에 하나 그리스를 가더라도 휴양지만 갈 것이며 터키같은곳은 별로 갈 일이 없는 나에게 그리스의 수도원과 터키를 알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책에서 무라카미는 여행기를 쓰는 사람들이 다 그렇듯이 고생을 좀 했다. 그렇지만 이걸 읽는 나는, 내내 쇼파나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서 때로는 귤도 까먹고 피자도 시켜먹으며 아주 즐겁게 읽었다. 아주 재밌고 흥미로운 모험으로 가득차서는 읽고나면 나도 한번 가봐야지 하는 희망을 가지게 해 주는 여행기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쿨한 무라카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상당히 재미있게 봤는데 남들이 다 인정할만한 보편적인 재미인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별로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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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로마 - 냄새의 문화사
콘스탄스 클라센 외 지음, 김진옥 옮김 / 현실문화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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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광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향수 광고들은 100% 이미지 광고라는 것이다. 광고 어디에도 자신들이 팔고자 하는 향에 대해 말해주는 대목은 없다. 다만 신비하고 환상적인 분위기 혹은 말초적이며 자극적인 이미지만 등장 할 뿐이다. 어떤 광고이던간에 제품의 설명없이 전체가 다 이미지로 가는 경우는 드물다. 동영상 광고에서 표현하지 못하면 하다못해 지면광고라도 이용해서 제품을 설명하려 드는 다른 제품들과는 달리 왜 향수는 그냥 이미지만 보여주는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 그에대한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인간이 가진 오감중에서 가장 등한시되어온 것은 바로 후각이며 덩달아서 향, 혹은 냄새도 언어적 표현력을 가지지 못한것이 사실이다. 그에비해 시각의 경우는 상당히 발달하여 세상의 어떤 색이던 간에 문자로 설명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향은 이와 반대이다. 어떤 냄새를 설명하려고 할 경우 시각적 이미지와 달리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이것은 바로 냄새가 등외시 되었기 때문에 어떤 이미지를 끌고와서 설명을 한다. 아기냄새라고 했을때 분유냄새 혹은 우유냄새로 표현할 수는 있지만 정확하게 설명해 내지는 못한다. 색의 경우는 누구나 설명할 수 있는것과 달리 향 혹은 냄새는 적절한 표현법을 찾기가 몹시 힘들다.

아로마 냄새의 문화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의 선조들이 어떤식으로 향을 즐기고 냄새를 표현했는지를 말해준다. 자주 씻지 않았기 때문에 향수가 발달했다는 다소 부정적인 시각속에 오해받고 있었던 고대 향수문화부터 시작해서 냄새는 문화와 예술은 물론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이용되어 왔었다.

그렇다면 냄새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왜 극도로 퇴화되었을까? 이는 다윈의 진화설 때문이라고 책은 말한다. 다윈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후각적 기능을 거의 상실했으며 이는 인간에게 크게 쓸모가 없는 기능이었으므로 퇴화되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향이나 냄새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후각은 인간에게있어 그다지 쓸모가 없는 기능이며 이를 연구하는 것은 과거로의 퇴행이자 원시적이라는 호해를 받게 된 것이다.

예전에 향수라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책이 빅히트를 치면서 갑자기 국내에 냄새와 향에 관한 붐이 인적이 있었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향을 이용했던 주인공은 결국 그 재주를 나쁜곳에 썼으며 정상인보다 상당히 사악한 인간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결국은 냄새에 관한 또 하나의 나쁜 선입견을 만들었다. 책이 워낙 흥미로웠고 또 무관심했던 냄새에 관해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 대해서는 높이 살 만하지만 정작 향이나 냄새에 관한 이미지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점은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결코 냄새를 미화시키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등한시 했던 부분에 대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냄새의 역사를 상세하게 서술해놓았다. 냄새는 소설책에서 처럼 누군가를 죽이거나 혹은 유혹하는 곳에만 이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 그 자체라는 것을 말해준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는 수많은 냄새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맡지 못하던 악취나 갑자기 나타난 향기만 잠시동안 느낄 뿐이다. 만약 후각이 지금의 인간에게 있어서 그리 약한 기관이 아니었더라면(후각은 쉽게 마취가 된다. 같은 냄새를 장시간 맡으면 우리의 코는 그 냄새를 더이상 지각하지 못한다.) 냄새는 지금보다 좀 더 발전해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을 것이다.

책이 다소 두텁고 내용도 빠르게 전개되지는 않지만 그간 향을 흥미위주로 다룬 책들과는 달리 상당히 진중하다. 향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같은 트랜디함을 기대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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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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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나라에서 개봉한 냉정과 열정사이를 쓴 에쿠니 가오리는 꽤 유명한 일본작가이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나는 요시모토 바나나를 비롯한 일본 여류작가들에게 완전히 질려버린터여서 그녀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 그러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이라는 예쁜 제목의 책을 사서 보았다.

이미 제목에서 이 책에관한 나의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읽었으리라 본다. 저 제목은 어디선가 봤는데 그게 어디에서였는지 당최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늘 기억하고 있는 말이다. 소중한것은 반짝이지 않는다. 얼마나 멋있는 말인가. 우린 요즘 온통 반짝이는 것들에 현혹되어 살아가고 있으며 혹자는 그 반짝이는 것들마저 다 가지지 못하고 죽는 세상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이 책을 에쿠니 가오리 스스로는 심플한 사랑 이야기라고 말 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정말로 이 책이 사랑에 관해 말하고 있는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평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다만 그들에게는 사랑보다는 의지하려는 맘이 더 앞서는것 같아서 하는 말이다. 어쩌면 워낙 울고 짜는 우리나라의 신파스런 사랑얘기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일본에서 건너온 쿨한 사랑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다.

책은 세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쓰여있다. 우선 부부사이인 쇼코와 무츠키. 그리고 동성애자인 무츠키의 애인 곤. 책은 쇼코가 1인칭이 되어 한편을 끝내면 뒤이어 무츠키 역시 1인칭이 되어서 한편을 쓴다.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어보지 않았지만 그 책을 한권으로 합본해놓은듯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이 서로의 시점에서 얘기하는 한가지 사건은 늘 흥미롭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지나치게 닮아있다. 삶에 대해 권태롭고 나른하며 뭣에든 애를 쓰거나 노력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많은 쇼코는 남편인 무츠키를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의지에 가깝다. 언뜻 남편의 애인 곤씨를 따스하게 맞이하는 것으로 보아 희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쇼코에게는 모든것이 다 자신과 상관없이 빙빙 돌아가는 세상속에서 내가 어쩔 도리는 없다는 듯한 삶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무츠키 역시 쇼코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알콜중독 아내에게 다정한 목소리로 너무 많이 마시지는 마 라고 말한다. 어떤 음료든 술을 넣어 마시는 아내에게 말이다. 마찬가지로 그는 다른 모든 화낼만한 일에도 결코 화를 내지 않고 천사역활만 한다. 다만 문제가 터졌을때 아무것도 해결을 못해주는 천사일 뿐이다. 이 두사람이 엮어가는 결혼생활은 참으로 위태로우면서도 정작 두 사람은 평온하다. 눈과 귀를 닫고 아무려면 어떠냔식으로 있으면 어떤 최악의 상황이 닥쳐도 평정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체 어떤부분이 반짝인다는 것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들의 무신경과 무관심 혹은 남들과 다른 특성들이 반짝이는 것인지... 책의 어디에서도 나는 그들이 서로를 사랑한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의사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동성애자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으므로 정신병에 알콜중독 아내쯤 그냥 가여워하며 함께 살아주는 무츠키나 남편의 애인마저 챙기면서 남편으로부터 결코 버림받고 싶어하지 않는(그녀는 버림이라는 말 대신 이대로를 외친다. 영원히 지금처럼 변하지 않는것은 버림받지 않는것과 동일하게 들린다.) 쇼코는 반짝이기에는 너무나 유약한 인간 군상이다. 쇼코와 곤. 무츠키가 마지막으로 벌이는 파티는 더욱 더 작위적이다. 쇼코는 곤을 무츠키에게 선물로 준다. 이미 쇼코가 주기 전 부터 곤은 무츠키의 것이었고 무츠키역시 곤의 것이었다는 것을 억지로 부정하고 싶은 모양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보면 내가 늘 한심하다고 불평하는 우리나라 여류작가들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는 없다. 그녀들은 비록 일기장일 망정 와닿는 글을 쓰기나 하지. 일본의 그녀들은 도대체 쿨한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관심없다는 류의 글만 써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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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26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6-26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atrosa80님 괜찮습니다. 출처만 밝히셨으면 상관 없습니다.

metabi 2004-06-26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배수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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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배수아의 소설은 붉은 손 클럽이었다. 나는 그 소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터라서 별로 좋지않은 리뷰를 섰었고 단 한권도 읽어보지 않았으면서 배수아의 책을 두권이나 주문한 내게 화가 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 책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이 바로 붉은 손 클럽과 함께 주문했던 배수아의 책이다. 좀 어렵고 골치아픈 책을 읽을때면 언제나 나는 소설책을 병행해서 함께 읽곤 하는데 이 책도 바로 그런식으로 머리나 식히려고 읽었다가 이틀만에 읽어치웠다. 아무래도 내가 배수아를 너무 과소평가 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은 아주 독특한 소설이며 충분히 매력적이다. 가난에 대해 예기하면서 배수아는 문어발식으로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킨다 보통 주인공이 있고 주인공 주변의 서넛에서 끝나는 소설들과 달리 이 책에는 별다른 주인공이 없다. 처음의 시발점에 선 사람이 있을 뿐이며 곧 그와는 무관해 보이던 인간들이(그러나 중간쯤 가다보면 그들이 서로 과거에 동창이었거나 이웃이거나 아니면 그들대가 아니더라도 자식대에라도 연관이 생긴다.) 수도 없이 등장한다. 그들 대부분은 가난이라는 그리고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이라는 큰 제목하에 다시 묶이게 된다. (스키야키를 파는 식당은 여기서 큰 역활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인공들이 스키야키를 좋아할 뿐이다.)

이런 모자이크 같은 소설은 처음 읽어보는것 같다. 늘이고 늘이면 세상 모든 인간군상이 다 들어갈 정도로 광범위하다. 어느 한 사람 주인공도 없고 주변인도 없다. 그들은 모두가 주인공인 동시에 모두가 주변인이다.

요즘 시대에 들어서는 가난이 꼭 개인의 게으름이나 무능력이 이유는 아니다. 누군가가 더 가지려면 상대적으로 누군가는 덜 가져야하는 현재의 자본 시스템이 문제이다. 일요일 스키야키에 등장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천성이 게으르거나 가난에 대해 초연한 사람도 있지만 열심히 죽도록 일해서 가난을 벗어나려고 애쓰는 사람도 있다. 그중 결혼을 앞둔 진주와 그녀의 남자친구 얘기는 많은걸 생각하게 한다. 그들은 가정을 만들면 결국은 또 하나의 가난을 낳게 되는 형국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하면 으례 아이를 가진다. 그러나 과연 그 모든 사람들이 결혼생활을 행복하게 해 낼수 있느냐 하면 거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답할 수 없을 것이다. 성격문제도 있겠고 여러가지 요인들이 많겠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난이 가장 큰 문제인 것이다.

가난에 있어서 만큼은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가 예외가 된다. 집단으로 가난해지는 것은 집단으로 불행해지는 것이다. 자신의 가난은 물론 서로의 가난도 가족이라는 미명하에 디테일하게 지켜보고 때로는 동참해야 한다는 것은 비극이다. 요즘들어 나와 내 친구들은 작정이라도 한듯 결혼을 기피하고 있다. 또 결혼은 어찌해서 하더라도 아이만은 낳지 않겠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다. 이왕 아주 부자가 아닌 바에야, 배수아의 말대로 한번의 잘못된 사업실패. 한번의 질병이 은행잔고의 바닥마저 긁어가 버릴 수 있는 위험에 처해있는 일반인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일생일대의 도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은 결코 암담하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희망을 안겨주지도 않는다. 소설이지만 가장 현실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이라면 별점을 좀 후하게 줘도 상관없을듯 싶다.

아직 배수아의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붉은 손 클럽보다는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을 권하고 싶다. 너무나 부자라서 가난같은건 구질하니 생각도 하기 싫은 사람들은 예외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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