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한참이나 지난 이 영화를 지금에서야 말 하는 이유는 순전히 게을러서이다. 딱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하고 개봉한 영화인데 해를 넘겨 소개하니 좀 거시기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건 개봉영화 보기 코너는 아니니까 그 정도는 용서받을 수 있다고 본다. (단 극장에서는 한참전에 내렸으므로 비디오를 기다려야 할듯 합니다.)

 이 영화를 본 이유는 딱 하나이다. 바로 섹스 & 시티의 캐리를 보기 위해서였다. 에드우드와 화성침공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를 처음 봤을때 나는 생각했다. 뭐 저렇게 길쭉하니 못생긴 말상의 여배우가 다 있냐고. 산드라 블록에 대적할만한 괴상한 외모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섹스 & 시티를 마지막 시즌까지 본 지금 (실은 케이블에서 시즌 1부터 다시 해주고 있고 나는 또 보고 있다. 과거 프렌즈처럼) 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심지어 캐리가 예뻐 보이기까지 한다.아무튼 이 영화는 사라 재시카 파커가 나오지 않았다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영화이다.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나와 같은 이유가 아니라면 비디오로 빌려보지 말고 언젠가 케이블에서 해 줄때까지 기다리기 바란다.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노린 영화답게 가족이 등장하며 영화 속에서의 시간도 크리스마스를 곧 앞둔 어느날이다. 잘 나가는 뉴요커 사라. 그녀는 어떤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 그의 부모님집에 인사를 하러 간다. (마침 크리스마스 휴가 시즌) 하지만 이 잘난 뉴요커와 그의 가족들은 하나도 맞는 구석이 없다. 다만 그의 바로 아래 남동생만 그녀에 대해 악의없는 호기심을 가지고 있을 뿐. 가족들의 숨기려 애쓰지만 그럼에도 비집고 나오는 비호감을 느낀 그녀. 여동생에게 SOS를 친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달려온 그녀와 정 반대인 여동생. 아. 그러나 일이 이렇게 꼬이려고 했는지 어쩌다 보니 그는 그녀의 여동생을 좋아하게 되고 그의 남동생은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자. 우리 나라 같으면 아주 끝장을 볼 상황이 생기게 된다. 형수감을 소개했더니 감히 동생 녀석이 내 마누라 될 사람에게 홀딱 반해버리질 않나, 도와달라고 부른 여동생에게 내 남편될 사람이 홀라당 반해서 결혼 못하겠다고 하질 않나. 복수가 복수를 낳고 서로 미워하고 질투하고 난리 법석을 피울법도 한데 이 영화는 아주 쿨하게 상황을 해결해나간다. '그럴수는 없어요' 라며 서로를 점잖게 거절하던 이들은 마침내 새로 찾은 서로의 사랑을 축복해준다. 참으로 드문 시츄에이션이 아닐 수 없다.

섹스 & 시티의 캐리가 좀 더 시니컬하고 싸가지 없다고 생각하면 이 영화에서 사라 제시카 파커가 맡은 인물에 대한 설명이 될 것이다. 원래 가지고 있던 캐릭터가 워낙 강해서 그런지 몰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는 극중 인물이 아닌 캐리를 보게 된다. 당장이라도 노트북을 펴고 담배를 피며 어쩌고 저쩌고 한 것일까? 하며 글을 마치고 위를 보면서 입을 살짝 실룩거릴것 같은 사라. 그녀 때문인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별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다만 그녀의 매력적인 여동생으로 나오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히로인 클레어 데인즈만이 약간 돋보일 뿐. 가족이 나오는 영화라고 하지만 그 매력적인 다이앤 키튼 마저 이 영화에서는 별 빛을 발하지 못한다. 아마도 사라의 캐릭터성이 너무 강해서일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딱 하나 건진 소득이 있다면 우리나라 같음 칼부림날 상황을 외국 아해들은 이렇게도 받아들이는구나 하는 것. 그리고 또 하나 덧붙이자면 동성애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보여준다는 것. (정말 모범답안스런 시선이다.) 그것 이외에는 그다지 볼 것 없는 영화로.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관에 가서 볼 정도는 아니다. 사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비디오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케이블로 만나면 딱 좋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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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1-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캐리가 나오길래 봤어요. ^^; 그런데 오히려 나오는줄도 몰랐던 조연들의 캐스팅이 너무 화려해서 의외로 기분좋았던 영화였어요. 사라 제시카 파커는.. 솔직이 조금 실망스러웠던. -_-;

플라시보 2006-01-02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oonnight님. 네. 저도 그랬어요. 특히 제가 좋아하는 다이안 키튼이 나와서 흐뭇했어요. (그녀가 실력 발휘를 다 하지 못한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비로그인 2006-01-02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라 제시카 파커가 나왔군요. 저도 처음 섹스 앤 시티를 보았을 때에는 참 못생겼다, 생각하다가 시즌 3부터인가 그녀가 부쩍 예뻐보이기까지 하더군요. 그런데 처음 볼 때부터 목소리가 참 소녀같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가족에 대한 솜사탕같은 영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플라시보 2006-01-02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ude님. 흐흐. 사라 목소리 저도 좋아해요. 특히 섹스 & 시티는 사라의 독백이 많아서 어느덧 그녀의 목소리에 익숙해졌어요. (저 영화. 막 갈등하다가 마지막에는 역시 스위티한 가족영화로 돌아갑니다. 모두 크리스마스에 행복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