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도 이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서 올린 줄 안다면 내 여동생은 창피해서 죽으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1993년. 당시 중딩이던 내 여동생. 만화가 박무직을 무지하게 좋아했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비슷하게 흉내내어 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그녀는 디자이너가 아닌 만화가가 되려고 했었고, 나는 그녀가 당연히 그렇게 되리라 믿었었다.
아무튼 이 그림은 보자마자 내가 달라고 쌩 쑈를 해서 겨우 얻은것이다.
하도 오래전 그림이라 여동생은 창피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그림을 볼때마다 참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그때 옆에서 스크린톤을 사용하는걸 보면서 어찌나 신기하던지...
결국 여동생은 만화가가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게임캐릭터 디자인쪽의 일을 준비하고 있으니 엇비슷하게
는 나아간 셈이다.
처음 그녀가 건축쪽으로 일을 하고 있었을때 나는 꽤 엄하다고 생각했었으니까.
아무튼 이 그림은 나에게 있어 참 소중하고 아름다운 물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