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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
서민 지음 / 다밋 / 2005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을 쓰기에 앞서 미리 고백을 하자면 나는 이 책을 책의 형태가 갖추어진. 그러니까 저 위의 그림과 같은 책표지를 하고 있는 지금의 책을 본 것은 아니다. 알라딘에서 같이 서재질을 하다가 친해진 마태우스님 (저자인 서민 교수님의 알라딘 닉네임) 께서 원고를 보내주시면서 책에 실릴 서평을 부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이 나오기 훨씬 전 부터 이 책을 알고 있었으며 내용또한 다 읽었었다. (그렇다. 어서 책이 나와서 리뷰를 쓰는 이 순간만 기다렸었다.)
조금만 더 보태자면 나는 마태우스님께 참으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D모 일보에도 마태우스님 덕분에 아무것도 아닌 내가 칼럼을 진행하게 되었고. 책에 이름한번 실려보는게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도 이번에 이루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안그래도 도움을 많이 받은 마태우스님인지라 나는 이 책을 무조건 칭찬해야 할 입장이었다. 그러나. 읽어보니 걱정 안해도 될듯 싶었다. 무조건이 아니라 이유있는 칭찬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돈주고 사기에 아깝지 않은 책, 그리고 재밌는 책. 내가 책을 고르는 이 두가지 기준을 '헬리코박터를 위한 변명'은 가볍게 평균점 이상을 뛰어넘으니 말이다.
마태우스님은 모대학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신다. 그리고 그 이전에도 기생충에 대해 책을 내셨고 그 이전에는 추리소설도 내셨다. 서민 교수가 낸 책의 가장 큰 미덕이라면 바로 재미라는 부분을 충족시켜 준다는 것인데 이번 책도 예외는 아니다. 거기다 상당히 실용적인 내용까지 덧붙여졌다. 과거에 기생충에 관한 책에도 그러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기생충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이 책은 의학 혹은 의술이라는 좀 더 방대한 범위를 담았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어렵지 않다. 이를테면 예전에 유치원때 배운 노래중 하나. '여보세요 여보세요. 배가 아파요. 배아프고 열이나면 어떡할까요? 어느어느 병원에 가야할까요?' 라는 노래처럼. 이 책에는 어디가 아프면 어느병원 (정확하게는 어느과) 으로 가야할지를 알려주는 부분도 있다. 사실 귀가 아프거나 눈이 아픈것 처럼 어느 병원으로 가야할지 너무도 확실한 경우를 제외하고 좀 애매하게 아픈 부위가 있으면 우린 어느병원의 어느과로 가야할지 많이 망설여진다. 허나 이 책을 읽으면 더이상 그런 부분에 대해 크게 고민할 일이 없을듯 하다. (혹시 책에 나와있지 않다면 서민 교수님이 쓰시는 알라딘 페이퍼에 가서 물으면 내 생각인데 매우 친절하게 알려주실듯 하다.)
이 책은 서민 교수가 의학계 종사자의 입장에서만 쓴 책은 아니다. 그도 병치례를 하면서 혹은 아버님의 오랜 병환으로 병원이라는 곳을 이용해보면서 느낀 점들이 솔직하게 적혀있다. 사실 그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의학계 종사자들은 그들의 입장이 있고 병원을 이용하는 일반인들은 또 일반인대로의 입장이 있기 마련인데 서교수는 이 중간적 입장에서 우리의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무조건 병원은 나빠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병원이 최고도 아닌. 어쩌면 우리는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반인들이 읽을 수 있는 의학서적이 적은 이땅에 살면서 오랫동안 이런 실용서의 등장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사실 실용서가 쉽게 읽히고 거기다 재미있기까지 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런 책을 발견하면 무조건 칭찬부터 해 주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는 칭찬을 아끼는게 힘들 지경이다. 안그래도 그런점 때문에 칭찬하고 싶은데다 알라딘에서 늘 뵙던 분이기까지 하니 어찌 칭찬을 아끼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만약 서민 교수님을 잘 모르는 분이라 하더라도 이 책을 사면 절대 아깝다는 혹은 사두고 몇페이지 보다가 뭐냐 하며 던져버릴 일은 없음을 감히 장담한다. (그간 마태우스님의 유머를 봐 온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실용적인데다 재미있고 쉽게 읽히기까지 하는 이 책은 의학을 가지고 겁을 주려고도, 혹은 이거 모르면 현대인이 아니라는 협박도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알아야 할 상식을 쉽고 재미있게 알려준다. 동네 오빠처럼 혹은 한다리 걸쳐서 아는 착한 의사처럼 말이다. 여태까지 서교수의 책들이 모두 재미있었지만 특히나 이 책은 재미뿐 아니라 완성도도 높은 책인것 같다. (이 리뷰를 쓰는데 서교수의 예의 그 말싸인이 나를 향해 씨익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