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owcat in Paris 파리의 스노우캣
권윤주 지음 / 안그라픽스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여동생과 함께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엎어지긴 했지만 우리는 무척 고무되어서 이것도 시도 해 보자 저것도 해 보자 하면서 매우 들떠 있었다. 그때 여동생이 나에게 읽으면 도움이 될 꺼라고 말한 책이 바로 권윤주의 스노우 캣 이었다. 정작 필요하던 그 당시에는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이 책을 안보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다. 한가지 안타까운점은 스노우캣의 혼자놀기도 함께 주문했는데 그 책은 품절이라는 것. (구판이 절판되어 신판을 구입했는데 그것마저 품절이란다. 쩝)

나는 여행기도 좋아하고 그림과 글이 함께 있는 책도 좋아한다. 물론 책이란 자고로 글씨가 빡빡해야 제 맛이지만 가끔은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성과 감정을 그림이 전달해줄때도 있다는걸 생각할때. 이런 책들은 그리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읽어줄만 하다. 물론 한때 그림과 글이 함께하는 책들이 유행을 타서 무더기로 쏟아질때의 함량미달인 책들도 있지만. 그런 지뢰만 잘 피해간다면 실패할 일은 거의 없다는게 내 생각이다.

스노우캣의 권윤주는 처음에는 스노우캣이라는 캐릭터로 혼자 뒹구르르 하는 법을 쓰고 그린 책을 냈었다. 여동생의 말에 의하면 사소한 일상에서 뭔가를 건져내는 능력이 탁월하단다. 그건 파리의 스노우 캣에서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심각하지 않고, 잘난척하지 않고, 따뜻하고, 귀엽고, 할랑하다. (내가 좋아하는건 다 하는구나.)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목적보다는 권윤주 혹은 스노우캣이 파리를 몇개월간 여행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그림과 함께 재미있게 표현을 해 놓았다. 그 중에서도 그녀가 팻 메쓰니의 연주를 보던날의 흥분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였다. (아. 키스 자렛 공연도 보면서 되게 부러웠었다.)

파리에서 그녀가 하는거라곤 혼자 거리를 걸으며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카페에 들어가서 쇼콜라 (핫초컬렛이란다.) 와 커피를 마시고 가끔은 맛있는 빵을 먹는 일의 연속이다. 그래도 은근히 유명한 곳은 다 가본다. 하지만 그걸 '나 이런곳에 갔어. 거긴 말이지. 아. 뭐라 말로 표현해야 할까. 너무 대단해. 안가보면 몰라' 라는 식의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녀는 그 주위의 소소한 느낌들을 적고 거기에 있어서 행복했던 자신을 표현해 놓았을 뿐이다. 나는 이런책을 접하면 늘 생각한다. 겸손이라는게 꼭 남에게 자신을 낮추는 것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구나 하고 말이다. 이런 겸손한 책을 만나면 항상 즐거워진다.

파리의 여행을 할때 이 책을 본다고 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나처럼 당분간 파리에 갈 일은 없으면서 재미난 여행기와 귀여운 그림을 감상하고 싶다면 이 책이 딱이다.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면 책값이 좀 비싸다는 것. 물론 올컬러로 그림이 들어가있고 하드커버이긴 하지만 그리고 종이 질이 꽤 좋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삼천원만 내리면 훨씬 더 좋겠구만. 책이 좀 커서 (두껍지는 않다.) 드러누워 읽기에는 살짝 불편하지만 그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큼 재밌고, 귀엽고, 할랑하다.

읽으면서 내 친구 한명이 생각이 났다. 그녀의 그림체도 스노우캣과 약간 비슷하고 그녀의 성격도 스노우캣과 조금 비슷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약간 더 심각하고 무거워져 버린 친구이다. 대학교 2학년때 그녀를 처음 만나서 나는 그녀의 할랑함에 홀딱 반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변화가 조금 아쉽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를 다시한번 생각했다. 뭐든 심각한척 진지한척 하기의 대가인 나에게 할랑해도 얼마든지 살 수 있다는걸 가르쳐준 고마운 친구였다.

끝으로 이 책은 선물하기 딱 좋은 책이다. 그림이며 글이며 남에게 별로 비판을 받을만한 구석이 없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건 아니면 조금 멀리하는 사람이건 이런 책은 선물해도 책꽂이에 꽂힌채로 먼지만 쌓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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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05-06-04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가져갈게요,,

플라시보 2005-06-04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보님. 읽어보세요. 재밌어요^^

panda78 2005-06-04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 삼천원만 내리면 얼마나 좋을까요. ^^;;

플라시보 2005-06-0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nda78님. 그죠? 삼천원정도 내려도 괜찮을것 같은데... 안그라픽스 책은 거의 다 책값이 비싸더라구요.

인터라겐 2005-06-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는 제가 좋아라 하는 분야지요... 저두 이거 보관함으로...

플라시보 2005-06-17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라겐님. 호호. 저랑 비슷하신가봐요. 저도 집구석에서 여행기 읽는거 되게 좋아하거든요. 어쩌면 대리 만족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게을러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암튼 여행기는 언제나 재밌는것 같습니다. 님께도 이 책이 재밌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