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기초 제품들에 비해. 나는 크림에는 유독 돈을 쓰지 않았다. 원래 지성이 피부라서 스킨 로션에 에센스와 기타등등을 챙겨 바르는 것은 괜찮았지만 크림까지 바르고 나면 너무 번들거린다는 느낌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나이가 좀 드니까, 크림을 발라야 그 전에 발라준 에센스며 여러가지 기능성 제품들이 날라가지 않고 뚜껑처럼 딱 덮어서 스며들게 해 준다는 얘기들을 흘려 들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늘 샘플만 쓰던것에서 탈피해서 크림을 내 돈주고 사봤다.
알라딘에서도 파는 엘리자베스 아덴 수분 크림인데 이름만 수분 크림이지 다른 수분크림들 처럼 수분을 아주 많이 공급해주는 것은 아니다. 용량 75ml에 3만원이라는 믿을 수 없는 싼 가격 때문에 홀랑 반해서 산 제품인데 그럭저럭 괜찮다. 조금 번들거리는 것은 있지만 못참을 정도는 아니고 피부에 별다른 트러블을 일으키지도 않는다. 하지만 저 제품 냄새가 장난이 아니다.
화장품의 냄새는 보통 향이라는 단어로 표현되나 저건 냄새라 해야 옳다. 어떤 사람들은 풀냄새니 솔잎냄새니 했지만 내 코에는 딱 연고냄새가 났다. 좀 더 리얼하게 표현하자면 연고 중에서도 약간 지린내가 나는 연고 같았다. 내 코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워낙 민감해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나는 내 집에서 나 이외의 인간에게서 나는 체취를 못견디는 정도이다.) 저 제품은 결코 향기롭지는 못하다. 지린내라는 느낌은 쓰면서 조금 익숙해져서 사라졌는데 그래도 한 일주일 정도는 바를때 마다 그 냄새에 깜짝 놀라곤 했다.
가격과 용량에 비해 성능은 좋은편이다. 아주 부드러운 슈크림 같다기 보다 약간 생크림에 가까운 입자인데 바르면 잘 펴발라지고 흡수도 잘 된다. 다만 이 크림의 기능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수분 크림이라고 쓰여있어서 사긴 했지만 별로 수분과는 무관한 제품인듯 싶다. 솔직히 말하자면 써도 그만 안써도 그만이 아닐까 싶다. 허나 30대에 들어서서 자는동안 피부가 건조해지거나 열심히 발라준 기능성 제품들이 피부에 오래 남아 잘 스며들길 바란다면 저 크림으로 막을 씌워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20대 초 중반에는 권하고 싶지 않은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