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화상 - CSI: 과학수사대, 라스베이거스 #1
맥스 알란 콜린스 지음, 유소영 옮김 / 찬우물 / 2004년 1월
평점 :
품절


TV보기를 멀리하는건 아니지만 꼼꼼하지 못한 탓에 나는 방영일과 시간을 미리 챙겨서 보는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 하지만 지난 여름에는 아침이면 출근준비를 하면서 케이블을 틀어놓고  CSI마이애미나 CSI라스베가스라는 과학수사 드라마를 빠짐없이 보곤 했었다. 별다른 방영요일을 외우지 않아도 그 케이블에서는 내가 출근준비를 할때면 어김없이 CSI마이애미나 라스베가스 둘을 묶어서 연달아 방영을 했으므로 나는 그 프로그램을 꽤나 진득하니 오래 봤었다. 요즘에는 너무 늦게 일어나서 TV를 켤 여유조차 없지만 대신 퇴근하자 마자 바로 TV를 켜면 역시 또 과학수사대가 방영중이다. (최근에는 공중파에서도 주말 저녁에 방영하는 모양이지만 더빙판을 보려니 영 어색했다. 반대로 맥가이버를 더빙판으로 보다가 케이블에서 자막판을 방영하니 역시 이상하고 어색했다.) 그래서 거의 어지간한 CSI과학수사대의 에피소드는 다 봤었지만 이 책 냉동화상은 보지 못했었으니 다행인 셈이었다. 

CSI 과학수사대는 라스베가스와 마이애미 두 종류가 있는데 (어느게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은 라스베가스편이다. 마이애미와 라스베가스가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일단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가 다르고, 등장인물이 약간 바뀐다. 그 차이만 있을뿐 기본적으로 스토리 구성이나 내용면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 늘 프로그램 안에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나고 과학수사대 요원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서 문제를 해결한다. 두가지 사건을 교차편집 해 놓기 때문에 잠시 딴짓을 하면 대체 어떤 사건을 다루고 있는건지 해깔리므로 처음부터 집중을 해서 봐야한다. 책에서도 TV에서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

사실 처음에 나는 이 책이 여러개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을줄 알았다. 하지만 방송 1회 분량의 에피소드 하나 뿐이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확실히 시청각적 자극과 함께한 TV보다 책은 훨씬 김박감이 덜했으며 방송 1회분을 약 380페이지에 달하는 책으로 늘여놓으니 중간중간 쓸데없는 군더더기 같은것이 엿보인다. TV판에서의 주인공들은 개인 감정은 거의 드러내지 않고 수사에만 집중하는데 비해 책에서는 시간을 끌기 위해서인지 어쩔 수 없이 주인공들의 심리묘사나 독백 등이 있는데 그게 뭐랄까 TV에 비해 조금 세련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TV드라마를 한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CSI 과학수사대는 상당히 잘 만든 작품이다. 무조건 범인을 추적하고 가서 액션좀 하고 때려잡는 형사물들과 달리 이들은 사건 현장의 증거물들을 수집하고 정밀하게 분석하며 추리해서 (물론 가설을 뒷받침할 충분한 물증들을 과학적으로 확보해낸다.)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고 사건을 종결하는 형식의 드라마이다. 드라마 안에서는 지문감식은 물론이고 유전자 DNA정보를 분석해내는걸 비롯해서 각종 첨단 장비와 기술이 등장한다. 허나 이걸 책으로 옮겨놓으니 약간 심심해져 버렸다. 물론 드라마와 달리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충분한 주석을 달아놓아서 읽기에 큰 부담은 없지만 그 주석이란 것이 과학적 지식이나 범죄의학이라기 보다는 주로 차종을 설명하는데 많이 집중되어 있어 조금 아쉽다.

예전에 마이클 클라이튼의 주라기 공원을 아주 재미있게 본 적이 있는데 책에 묘사된 것들이 실감나게 표현된 영화또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글로 읽은것이 실제로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상당히 흥분되는 경험이다. 하지만 이미 시각적, 청각적으로 접한 부분을 글로 표현한다면 어쩔 수 없이 조금 밋밋해지고 김이 빠지는게 사실이다. 왜냐면 이미 그에대한 정보가 입력된 상황이라 책을 읽어도 상상이 되기는 커녕 끊임없이 이전의 정보와 비교를 하는것 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시각적 자극은 대단히 위력이 커서 그걸 무시하고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머릿속으로 상상해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그래서 이 책 또한 그런 치명적인 약점을 무시할수가 없다. 더구나 일반인이라면 생전 듣도보도 못한 각종 첨단장비와 기술이 등장하는 과학수사대라면 그 시각적 정보량은 결코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닐테니 말이다.

난 처음에는 제목이 냉동화상인걸 보고 냉동상태이면서도 화상을 입은 희귀한 경우인가보다 했었는데 읽어보니 이 책에 등장하는 두 가지 사건이 하나는 냉동사망 사건이고 하나는 화상을 입은 사건이라 제목을 이렇게 붙여놓은것이었다. 그렇다면 냉동과 화상이라는 글자를 띄워놓아야 하지 않았을까? (영어 제목은 Cold Burn 이라고 분명히 띄워져 있다.) 책의 내용이 내용인만큼 스토리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다만 CSI 과학수사대를 이미 드라마로 여러번 봤던 사람들이라면 위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하나 참고할 것은 이 책의 저자는 CSI를 만들어낸 원작자는 아니다. 이미 드라마로 만들어진 CSI 제작진으로 부터 각종 자료를 받아서 책을 만든 것이다. (따라서 어쩌면 CSI 과학수사대에는 이 에피소드는 만들어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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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5-02-20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클라이튼의 주라기 공원은 그 정도가 심한 거의 시각적..소설에서 그런걸 노렸다면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효과를 고려한걸로 보입니다. 사실 영화와 비교해서 소설이 오히려 훨씬 더 생생하니 말입니다. 이건 클라이튼 자신이 영화감독였던 경험에서 (제 기억엔 아주 특출나진 아닌지만 무난한 평균 이상급 감독였읍니다)
체득한 극적 효과를 최고조로 끌어내는 타이밍 기술을 완전히 체득하고 써먹은게 분명하다고 생각됩니다. 거기에 넘어간 사람중엔 저도 있었습니다. 번역본 2권을 완전히 한자리서 두낮-한밤을 꼬박 넘겼다 아닙니까...

플라시보 2005-02-20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마이클 클라이튼의 주라기 공원은 소설로도 얼마나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지요.^^ 원작을 먼저 보는게 차라리 낫다는 류의 설명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 예가 적절치 못했던것 같습니다.

maverick 2005-02-21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라스베가스편의 그리솜 반장(히딩크 닮아서 히딩크반장으로 부른다는..)보단 마이애미편의 호라시오 반장이 훨씬 좋아서 마이애미를 즐겨봅니다. 마이애미편의 그 글래머 수사원 누님도 이뻐라 하구요 ^^; 모범생스타일에 감정변화도 거의 없는 그리솜 반장보단 용의자들에게 멋진 한마디를 콕콕 쑤셔주는 호라시오반장이 훨 멋있더라구요 ^^

플라시보 2005-02-22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이애미의 호라시오 반장이 더 좋아요.^^ (언뜻 보면 맥가이버 분위기가..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