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준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
현태준. 이우일 지음 / 시공사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가 이우일과 현태준이 도쿄를 여행하고 그 얘기들을 담은 책을 냈다. 이우일의 경우는 원래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로 그의 대표작 도날드 닭은 읽지 않았지만 소설가 김영하와 함께 낸 '영화일기' '우일우화'등을 몹시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을 고르는 것에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 망설임없는 내 선택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이 책은 정말로 재밌는 여행기였다.

여행기에 대한 리뷰를 쓸때마다 나는 내가 게으르다는 얘기를 한다. 그 이유는 게을러서 실제로 여행을 다닌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여행기 만큼은 꽤나 부지런하게 읽는 편이다. 하긴 방구석에 가만히 앉아서 남이 발품팔아 얻어온 것들을 단지 읽기만 하면 되므로 게으른자는 그나마 여행기라도 부지런히 읽는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여행기에 맛을 들이기 시작했고, 더구나 이 책처럼 내가 평소에 좋아하던 저자가 쓴 여행기는 무조건 사서 본다. 그리고 내 침대위에서 미국을 가고 소파에 앉아서 이탈리아를 가며 사무실에서 영국을 간다. 이 여행에는 티켓도 튼튼한 신발도 필요없다. 오직 책 한권과 음료수 그리고 감자칩만 있으면 된다.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 그리고 뒷편에는 현태준의 도쿄 여행기. 두 사람은 한날 한시에 같이 도쿄로 출발을 했고 함께 여행을 했으며 다닌 장소도 같지만. 책의 내용은 놀랍도록 다르다. 물론 같은 곳을 다녔기 때문에 동일한 장소에 대해 말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 만큼은 제각각이라서 마치 책 한권 값으로 두권을 사서 읽는 기분이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가 훨씬 재미있었다. 현태준의 경우는 문체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읽는데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두 사람은 만화가 답게 중간중간 만화나 캐릭터를 그려놔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행한 곳들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긴 하지만 그걸 또 사람의 손으로 그려놓은 만화는 색다른 맛을 준다. 나는 만화가들이 어떤 캐릭터를 창조해서 그린 만화도 좋지만 자기 자신을 희화해서 그려놓은 것에 더욱 환장을 한다. (만화가들이 그리는 자신의 캐릭터들은 어쩌면 그렇게 하나같이 웃기고 약간은 모자란거 싶은게 아닐까 싶을만큼 단순하고 귀여울까?) 이우일은 이우일 자신을. 현태준은 현태준 자신을 그려놓았는데 실물과 닮았으면서도 더욱 과장해서 그려놓은것이 무척 재미있다.

현태준과 이우일의 도쿄 여행기는 유흥준이나 한비야같은 진지함과 깨달음은 없지만 그래도 재미만큼은 이 두 사람에게 절대 뒤지지 않는다. 거기다 이들이 여행하는 목적은 뭔가 크게 알고 오겠다던가 뭘 꼭 보겠다던가 하는 계획이 없다. 그냥 발길 가는대로 (그렇다고 해서 모든걸 초탈한듯 발길 닿는데로 가겠다는 식은 아니다.) 간다. 두 사람 다 만화가 답게 프라모델이나 만화책 같은걸 사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하는등. 내 생각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일본을 여행할때 가장 따라해봄직한 여행기가 아닌가 싶다. 이 두 사람이 사전에 계획을 잡고 철저한 준비끝에 간게 아니라서 그런지 사실 이 책은 다른 여행기들과 달리 어디에 뭐가 있고 어떻게 찾아가느냐 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친절하게 설명해두지 않았다. 그들 역시 가다가 보니 발견한 멋진 장소들이 대부분이니 이 책을 읽고 도쿄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착해서 직접 가고싶은 곳을 그냥 가면 되는것' 이라고 말 하는것 같다. 사실 여행기를 읽고 그걸 참고삼아 떠나려고 계획하는 인간이 아닌 나에게는 필요도 없는 찾아가는 법이랄지 가격이랄지 같은걸 상세하게 적어놓으면 그냥 그 부분은 건너뛰게 되는데 이 책은 단 한부분도 건너뛰질 않았다.

책은 전체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하지만 아쉬운점이 있다면 내가 현태준의 스타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것. (읽는내내 정말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의 '했지롱' 문체는 거슬렸다.) 그리고 사진이 대부분 너무 어둡게 나와서 알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허나 이것만 빼면 전체적으로는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을 주고 싶은 책이다. 혹시 방구석에서 게으르게 도쿄를 다녀오고싶은 분이 계시다면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것은 상세하게 적어놔서 이 책 하나면 그 곳으로 여행을 가서도 전혀 헤맬일이 없겠다 싶은 친철한 책도 아닌데 이걸 읽고나서 진짜로 도쿄로 여행을 가고싶어 졌다. 게으름이 이길지 그 마음이 이길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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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4-11-23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쿄에 있는 여러가지 것들을 가져다가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 필시 갑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공부하러 도쿄가서 항상 사업할 생각으로 가득차 돌아오곤하지요 흐흐.... 역시 공부할 자격이 없다는 ㅋㅋㅋㅋ

마태우스 2004-11-2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게으름이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님을 잘 몰라서 그런가요? 호호.

플라시보 2004-11-23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윗매직님. 저도 읽으면서 내내 그생각을 했더랬어요. 흐흐. 특히 타코야키 같은건 한국에서도 대박을 쳤잖아요.(타코야키에 맥주 한잔. 캬아~) 근데 도쿄 자주 가시나봐요. 부러워요. 전 한번도 못가봤는데 이 책 보고 나니 가보고 싶어졌어요.



마태우스님. 흠...과연 그럴까요. 지금 일본에 같이 놀러가자고 조르는 친구가 있는데 자꾸 이러시면 저 확 일본에 놀러 가버립니다. 흐흐^^

kleinsusun 2004-11-2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두권이나 샀어요. 한권은 선물했구요, 한권은 아직 안 읽었답니다.

플라시보님의 글을 읽으니, 빨리 읽고 싶군요.

집에 순번을 기다리는 책이 넘 많아요.ㅋㅋ 행복한 고민!

주근깨 2004-11-23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제가 이벤트 당첨으로 1순위에 이책을 골랐더랬습니다...내년 즈음 혼자서 애들 델고 도쿄 정복(..)을 꿈꾸고 있는지라...내용에 대해 너무 정보가 없어서 결국 다른 책을 고르긴 했지만요...^^;; 님 리뷰가 결국은 이 책을 지르게 만드네요...ㅎㅎ

플라시보 2004-11-24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leinsusun님. 좋으시겠어요. 순번을 기다리는 책들. 전 언제나 빠듯하게 사거든요. 몇권 사서 읽고 또 사고. 여유가 있으면 좀 넉넉하게 샀으면 좋겠는데..^^ 암튼 이 책은 선물하기도 좋은것 같아요. 너무 어려운 책들은 선물하면 상대가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소설책을 하자니 취향이 아닐수도 있고. 이렇게 만화가 적당히 섞여 있음 덜 부담스럽죠^^



주근깨님. 흐흐. 잘 하면 님도 이 책을 받으실뻔 했네요. 저 역시 이벤트 하면서 다른님이 주문하셨길래 재밌겠다 싶어서 주문한 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