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부터 계절을 타느라 그런지 피부가 갑자기 뒤집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뒤집어지기 전에도 내 피부는 그다지 좋지 않다. 거기다 뒤집어지기까지 했으니 정말 속이 다 뒤집혔다.) 그래서 나름대로 잠도 많이 자고 물도 많이 마셨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잔잔한 뾰루지가 아닌. 거의 혹 수준의 트러블이 일어났다. (지금와서 얘기지만 그걸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괴롭다.) 그래서 안그래도 비누를 살때가 되었는데 좀 좋은 비누가 없을까 싶어서 주변의 지인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내가 사려고 했던 비누는 랑콤에서 나온 포도성분이 들었다는 비누와 클리니크 (겁나서 기초 제품은 절대 쓰지 못했던) 비누였다. 그런데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저 비누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이름하야 설화수 한방 궁중비누. 이름도 촌스럽고 한방성분이라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지인들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비누의 가격이 정말 놀랠 노자라는 것이다. 손바닥 만한거 3개가 들어있는데 (낱개로 팔지 않는다.) 정가는 무려 4만원. 어떤가 죽이지 않는가? 현재 이 제품은 알라딘에서도 판매하는데 가격은 3만6천원선. 물론 4만원보다야 싸지만 그래도 비누가 너무 비싸주신다. 허나 재앙수준의 피부 트러블을 보고 있자니 못할짓이 없었다. 흰자위를 드러내고 거의 반쯤은 미쳐서 이 비누를 샀다.
일단은 처음 이 비누를 받아보면 놀랄것이 너무도 진한 한약재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동안 검증되지 않은 한방비누 (비 메이커 제품)을 몇개 써 봤으나 대부분 처음에만 향이 좀 나더니 다음부터는 비누칠을 해야만 향이 나던데 이 제품은 욕실에 놔두니 거의 한약골목 수준의 냄새를 풍겼다. 그리고 다른 비누보다 거품이 미세했으며 무엇보다 거품이 찰졌다. 가장 높이 평가할 만한 점은 세안후의 부드러움. (솔직히 가격이 얼만데 안좋으면 태평양은 사기꾼이다.) 피부가 많이 당기지도 않고 내가 그렇게 느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얼굴빚도 조금 밝아진듯하다.
지금 저 비누를 9일째 쓰고 있는데 내 피부에서 드디어 재앙이 물러났다. (재앙은 약 4일째 부터 물러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내 피부가 이제 그만 괜찮아질때가 되어서 좋아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지간에 이 비누. 만드는 공정이 길었고(약 40일) 좋다는 한약재도 많이 들어갔기에 내 피부 트러블을 완화시키는데 어느정도는 공헌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한가지 밝혀둘것은 나는 이 비누만 쓰지는 않았다. 아는 지인이 만들어주신 트러블에 좋다는 녹차 비누로 1차 세안을 한 다음 또 다른 지인이 만들어준 아로마 테라피 비누로 2차 세안을. 끝으로 한방비누로 3차 세안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유와 요구르트를 3:1 비율로 섞어서 세안을 해 주고 차가운 물로 헹궈냈다. 그러니 트러블을 오직 저 비누가 해결했다고 보기는 약간 어렵다.
하지만 이 비누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피부가 확실히 매끈하고 부드러워지며 당김이나 각질이 덜 생긴다. 보통 사람들은 화장품에는 많은 돈을 투자하면서 세안을 하는 것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 화장품보다 더 확실한 효과를 내는 것이 바로 저 세안과정에 쓰이는 것들이다. 세안과정에서 신경을 쓰지 않아서 그저 표면의 기름기만 씻어낸 피부에다 아무리 좋은 화장품을 발라봐야 소용없다. 피부가 좋지 않다면 일단 세안과정부터 정성을 들여야 한다. 물론 당신이 다이알비누만 써도 아기피부 같은 사람이라면 저런 비누 절대 쓸 필요 없다. 피부가 좋은 사람에게는 굳이 권하고 싶지 않고 환절기라서 약간 피부가 거칠어진 사람이라면 권할만하다. 하지만 알다시피 피부에는 내성이 생기므로 저 비누만 세개 내리 쓰지는 말기를 바란다. 나처럼 다른 비누와 번갈아서 쓰거나 3개의 비누를 쓰는 중간중간 다른 비누를 끼워넣어서 써도 괜찮다. 아무튼 가격이 가격인 만큼 혹시 구입할 의사가 있다면 비누가 좀 어이없을 정도로 작고 빨리 닳는다는걸 염두에 두길 바란다.
아. 하나 더. 사면 비누곽이 들어있는데 욕실에서 비누곽을 닫지 말기를 바란다. 비누가 조금 무른 편이라서 뚜껑을 닫아두면 빨리 물러진다. 그리고 비누곽 바닥에 깔린 이상한 천도 아닌것이 뭐 그런게 있는데 그건 빼길 바란다. 괜히 수분을 먹어서 비누만 물러지게 한다. (다시한번 말 하지만 저 비누 닳는 속도 장난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