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강남특별시 - 부와 교육 1번지 강남의 모든 것
김상헌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어릴때였다. 초등학교 3학년인가 4학년 정도? 아빠와 함께 친척을 만나기 위해 서울 논현동을 갔었다. 항상 지방 소도시에서 살았던 나에게 논현동은 너무나 이상한 동네였다. 일단 집들이 보이질 않았다. 그냥 크고 높은 벽들만 보였었다. (알고보니 집은 내가 벽이라 생각한 담장안에 있었다.) 거기다 아빠는 동네 입구에서 차를 세우라고 지시하는 사설 경비원의 요구에따라 차를 세우고 신분증을 제시했다. 나는 처음에는 경찰인줄 알았었는데 아빠 말이 이 동네에서 고용하는 사설 경비원이라고 했었다. 경비라고는 우리 아파트에 있는 경비아저씨밖에 몰랐던 나에게는 이렇게 차를 세우고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하고 차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그들이 놀라울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논현동에 있는 아빠의 이종사촌의 (나는 이모라고 불렀다.) 집에 들어가자 그 전에 놀란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대문에서 집안까지 들어가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었다. 공원에만 있는 줄 알았던 가로등도 있고 작은 연못에다 언덕까지 집안에 다 들어가 있다는게 이상했었다. 거기다 한면이 통유리로 되어있는 3층짜리 저택을 본 충격은 아직까지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영화에서만 본 호랑이 가죽이 대리석으로 된 거실에 누워있었고 벽난로며 상아로 된 장식품이며 전부 내가 살면서 한번도 실제로 보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부자의 기준을 다시 세웠었다. 나는 당시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2층 단독주택에 살면서 넓은 마당을 가지고 있던 친구 지연이네가 제일 부자인줄 알았었다. 하지만 지방 소도시에서의 부자는 부자도 아니라는 것을 서울 논현동에 가서 나는 처음으로 느끼게 된 것이었다.

내가 갔던 그 집은 강남에서도 노른자위로 명성을 날리던 논현동이었다. 지금은 타워 펠리스가 있는 대치동으로 강남의 중심이 옮겨갔지만 그때만 해도 논현동과 압구정동. 청담동은 빅3 동네였다. (지금도 이 동네들의 명성은 여전하다.) 한마디로 내가 살고있는 지방 소도시와는 땅값이며 집값 차이가 10배 20배도 넘게 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강남인 것이다. 이 책은 그런 강남을 소개해 놓은 책이다. 외국도 아니고 같은 대한민국 (더군다나 미국이나 중국처럼 넓지도 않다. 규모로는 그네들 소도시 만하다.)을 소개해 놓은 책을 왜 냈을까? 그건 바로 내가 위에서 열거한 생활 수준의 차이 때문이다. KTX를 타면 불과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있지만 생활수준과 환경은 천지로 차이가 나는 곳. 그곳이 바로 대한민국 강남 특별시인 것이다.

한국의 교육과 문화와 편의시설은 모두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강남에는 50% 이상이 있다. 나는 이 도시에서 살다가 한남동에서 잠깐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늘 강북에서만 지냈었다. 강북도 내가 사는 도시에 비하면 문화적으로나 생활수준에 있어서 거의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데 그런 강북보다 배 이상 문화와 생활편의 그리고 교육등이 편중된 도시는 어떤 곳일까?

사실 모든 사람들이 강남에 살 수는 없다. 집값이며 땅값이 장난이 아니고 또 한번 강남으로 진입한 사람들은 좀처럼 다른곳으로 가질 않는다. 나오는 사람은 없고 들어가려는 사람이 많으니 안그래도 비싼 동네가 점점 더 비싸진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남의 나라 얘기를 읽는것 같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이 책에 쓰여진 모든 내용과 하등 관계없는 삶이지만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 하지만 내가 그럼에도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욕심을 가지기 위해서였다. 강남에 살고자 하는 욕심이 아니라 이 도시에 살더라도 잘 살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또 하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의 부유층은 어떻게 하고 사는지 궁금했었다. 책에 의하면 그들의 삶은 물론 화려하다. 하지만 또 그만큼 노력을 하기도 한다. 재산이라는 것이 유한하기 때문에 아무리 써도 써도 없어지지는 않으니 그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더 벌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위화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일반인이 생각도 못한 액수의 돈을 쓰고 평생을 모아도 다 못 모을것 같은 금액의 집에 사는 그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그다지 심각하게 읽지 않았다. 그냥 신문에 난 강남 스토리를 한군데로 엮은것 정도로 생각했다. 나에게 약간의 욕심과 호기심을 채워 준 것으로 이 책은 본분을 다 했다고 본다. 나는 애초부터 이 책을 읽으면서 뭔가 대단한걸 배우거나 새로운 지식이 생기리라고는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대한민국에 이런곳도 있구나. 또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구나 하는 정도. 딱 그정도로 만족해야 할 책이다.

내 여동생은 대치동 타워펠리스 근처에서 살기 시작한지 일년 정도가 지났는데 이제는 이 도시를 시골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광역시인데..) 자기는 슈퍼마켓에 갈때도 모모 트레이닝복에 모모 모자, 모모 선글라서, 모모 운동화 아니면 신고 나갈수가 없다며 하소연을 가장한 은근한 자랑을 해댄다. (과거 이도시에서의 그녀는 잘 씻지도 않고 다녔더랬다. 나는 그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므로 저런 소리를 하면 그냥 웃을 뿐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런 여동생이 전혀 부러워 보이지 않는 것 처럼 나는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들도 이 책을 동경한 나머지 사람으로 태어나서 서울 강남땅에 못 사는 나는 버러지나 다름없구나 따위의 한심한 생각은 절대 하지 않을꺼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강남에 사는 사람들의 일생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차병원에서 태어나 대치 초등학교와 대청중학교 대원외고를 나오고 재수를 할 경우 강남 메가스터디나 대성학원을 다니며 서울대를 나와서 리츠칼튼 메리어트 호텔에서 결혼을 하고 타워펠리스에 살면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헬스장 회원이며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을 다닌다고 한다. 나는 아직 내 주변에 한번도 저 코스를 다 밟은 사람을 못봤는데 혹시 밟은 사람이 있다면 코멘트좀 남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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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4-10-10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농담이고요, 마지막에 쓴 강남 사람의 일생을 보니 별로 부럽지 않네요. 나도 병원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나와 우리동네 현대 헬스장 다니고 동네 탁구장에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데...^^

플라시보 2004-10-10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그러고 보니 저도 별반 다를게 없군요. 역시 병원에서 태어나 초-중-고-대 나오고 까지는 똑같으니^^ 이제부터 동네 헬스장과 탁구장만 알아보면 되겠군요 흐흐.

sweetrain 2004-10-1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에...차병원~서울대 루트를 그대로 밟은 타워팰리스 살고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헬스장 다니는 친구 하나 있습니다...그놈이 과연 어디서 결혼할지,골프장은 어딜 선택할지 지켜보면 될 것 같아요. 음...뭐 어차피 저도 병원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나와서 대학교 다니다가 지금은 휴학하고 일하고 있고 우리동네 딸기 헬스장 앞으로 다닐거고...^^ 하니까요.^^뭐 별반 다를 건 없지요.^^

캐롤라인 2004-10-11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방에서 살아서 그런가? 서울 강남.. 가본적도 없고. 궁금하긴 궁금하네요.ㅋ
저도 탁구장만 알아보면 될듯 하네요 하하하;;;;;

플라시보 2004-10-12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비님. 친구분 꼭 지켜보고 결과 말씀해주세요. 결혼식장과 골프장의 선택^^ 뭐 강남에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크게 보통 사람과 다르지는 않죠. 다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나오는 코스 자체는 똑같으니까. 다만 어떤 곳이냐가 다를 뿐이겠지요.

캐롤라인님. 저 역시 지방에 살아서 잘 모르고 살았더랬습니다. 저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다지 관심도 없었구요.

니르바나 2004-10-12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어찌 동네 이름만 좀 그렇네요.
江南
병원에서 시작해서 골프장 이름까지 풀 코스로 럭셔리한 이름들인데
이번 참에 플라시보님이 강남구 이름 한 번 작명해 주세요.
아주 엘레강스한 이름으로요.

사족입니다.
설마 돌아가실 땐 '벽제화장터'로 가시진 않으시겠지요?

플라시보 2004-10-1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니르바나님 장례식은 삼성병원 장례식장에서 해야한다더군요^^ 아. 그리고 저 작명에는 전혀 소질 없습니다. 흐흐 (참 니르바나님. 코멘트에 늘 한문 많이 쓰시던데요. 제가 한문이 수능에 포함안된 세대라서 한문공부를 안했거든요. 죄송하지만 가능하다면 한글로 표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냐 2004-10-1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제가 77년 대치동에서 살기 시작할 무렵엔...정말 쑥 캐러 다니고, 개구리 잡(지는 못한채 구경하)고 그랬어요...그냥 평범했다구요. 강남에서 20년 넘게 살았지만...저런 인생은 주변에서 구경도 잘 못했슴다...그냥 좀 서글프네요.

플라시보 2004-10-13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남에 산다고 해서 모두 저렇기야 하겠어요^^ 그냥 단편적인 예일 뿐이겠죠. 강남에 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기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