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소가 온다 - 광고는 죽었다
세스 고딘 지음, 이주형 외 옮김 / 재인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을 다닐때 언론매체학을 공부하면서 광고학을 배울 기회가 있었었다.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서 전공을 하지는 않았지만 외국의 광고 사례들을 보고 지면 광고나 CF콘티를 직접 짜 보는 일들은 그럭저럭 재밌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똑같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있다면 '어떤 물건을 파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떻게 팔리도록 하느냐' 라는 것이다. 사실 주위를 둘러보면 메이커가 아닌 제품들 중에서 꽤 좋은것들이 많다. 디자인도 훌륭하고 제품의 성능도 메이커의 그것에 비해 절대로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메이커. 즉 TV광고에 많이 나오는 제품을 사게 되어 있다. 나는 그게 바로 광고의 힘이자 브랜드의 힘이라고 배웠더랬다. 그런데 퍼플카우는 그런 생각을 전면으로 뒤집는 것에서 부터 출발을 한다.

리마커블한 제품. 즉 주목할 만한 제품을 만들어서 얼리 어답터(Early-adopter. 제품이 출시되면 가장 먼저 사용을 해 보고 평가를 내린 뒤 주위에 제품을 알려주는 성향을 가지 소비자들)나 스니저(Sneezer 재체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제품에 대해 입소문을 내는 사람들) 를 이용하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안전한(시장성 있되 너무 튀지 않고 평범한) 제품을 만든 다음 많은 돈을 들여 TV와 기타 매체에 광고를 해서 물건을 파는 것이 정석이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이론이다.

평범하고 재미없는 제품들은 얼리 어답터나 스니저들에게 별로 얘기할 만한 꺼리를 제공해 주지 못한다. 그렇게 되면 그 제품은 막대한 광고비를 쏟은 만큼의 이윤을 얻기가 힘들다는 것인데 사실 나는 이 이론에 대해서 긍정도 부정도 할 수가 없다. 모든 제품에 다 해당사항이 있는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인터넷이 발달해서 얼리 어답터나 스니저들의 입김이 무시 못할 정도로 작용하는 세상에서 그저 광고나 열심히 한다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며. 광고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얼리 어답터나 스니저. 거기다 오타쿠까지 겨냥한 상품만 만든다는 것도 위험한 일인것 같다. 제품에 따라서 어떤것들은 광고가 정말 중요하기도 하고 (화장품이나 의류가 그런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제품들은 얼리 어답터나 스니저들의 힘을 빌려야 한다. (전자제품. 그 중에서도 전혀 새로운 기능의 제품이거나 새로운 성능이 추가된 제품)

한쪽으로만 너무 치우친 이론 때문에 조금은 편협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일단 신선하다는 점에 있어서는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제품을 만들고 광고를 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기다렸던 시대에서 이제는 소비자 군 중에서도 새로운 제품에 흥미를 보이고 입소문을 내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을 이용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까 언급했다시피 모든 제품들이 다  이 이론에 해당이 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내 생각에는 이 책이 많은 참고와 도움은 되겠지만 절대적인 답을 가르쳐주거나 머리속에 명확하게 와 박히는 무언가를 주지는 않는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는 리마커블, 얼리 어답터, 스니저라는 단어가 거짓말 좀 보태자면 책의 3분의 1은 차지하고도 남을 것 같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저 중에서도 가장 많이 나왔던 단어인 리마커블 만큼은 절대로 잊혀지지 않을것이다. 아. 그리고 재밌는 경험을 하나 했는데 이 책을 읽기 얼마전에 읽었던 요람에서 무덤으로라는 책에 하먼 밀러사 (의자를 만드는곳인가 아님 가구를 만드는 회사이거나 그렇다.) 이 책에 소개 되었고 내가 이 책 이후에 읽으려고 사 두었던 책이 티핑 포인트인데 그 책 역시 퍼플카우에서 언급한 책이라 개인적으로는 무척 신기했다. 

책 이름이 퍼플 카우인 만큼 이 책은 책 표지가 보라색으로 되어 있다. 양장본이지만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도 좋고 책 사이즈도 적당하다. 책의 제목이 왜 퍼플카우냐면 황소는 지겹기 때문이다. 황소가 아닌 보라빛 소가 지나가야 사람들은 주목을 할 것이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외치는 리마커블한 것이니까 말이다. 책의 저자는 어떤 잡지엔가 칼럼을 썼었는데 그때는 이 책이 나오기 전이었고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돈을 받고 보라색 우유팩에 든 책을 보내줬었는데 금방 동이났다고 한다. 아무튼 새로운 것은 늘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마련이다. 이 책이 주장하는 것도 그런 것이며 이 책 역시 그것을 이용한 상당히 리마커블한 제품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이론이 그렇듯 절대적인 것은 없다. 따라서 퍼플 카우는 적당한 선에서의 타협이 필요한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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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4-07-12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티핑 포인트 사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오호, 이거랑 같이 사 볼까요?

플라시보 2004-07-13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는 지금 다른 책을 읽고 있거든요. 티핑 포인트는 아직 안읽어봐서 모르겠습니다만. 이 책은 그다지 그럭저럭 볼만합니다.^^

마태우스 2004-07-13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티핑 포인트 사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오호, 이거랑 같이 사 볼까요?

플라시보 2004-07-13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요즘 상당히 덥죠? 님이 계셔서 더더욱 더운 요즘입니다.하하^^

sayonara 2004-07-1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티핑 포인트 첨 들어봤는데, 오호, 이거랑 같이 사 볼까요?

플라시보 2004-07-16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무슨 놀이처럼 되어버렸군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