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이 영화를 본 알라딘의 여러 님들은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영화. 마침 공짜표가 생겼던 나는 일주일에 영화 1편이라는 원칙을 깨고 (원래는 목요일날 킬빌2를 보는것이 이번주의 계획이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을 보러 갔다.

이 영화가 재미 없을꺼라며 끝까지 버팅기는 친구를 데려가며 나 역시 약간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기 어려웠으나 영화는 예상외로 무지하게 재밌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재밌다고 입을 모았으나 평소 의심많은 성격인 나는 내 눈으로 직접 보기전 까지는 그저 그렇겠구나 했었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어리버리한 순경인 류승범이 어느날 깡패들에게 죽실나게 터지고 나서 무술을 배우려고 한다. 그래서 류승범은 무술을 배우게 되고 알고보니 이 아해가 무술에 엄청나게 소질이 있었더라 뭐 그런 내용이다. 물론 중간중간 다른 심각한 얘기들도 좀 등장하지만 너무 빠삭하게 알면 재미없으니 이쯤에서 관두도록 하자.(사실 스토리는 좀 빈약해서 너무 많은 말은 하지 않는게 좋을듯 싶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는 한권의 만화책을 떠 올렸다. [드.래.곤.볼.] 나와 내 동생이 한동안 이 만화에 미쳐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을 만큼 우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간 만화. 일본만화라고 어른들은 걱정했었지만 나는 그 만화를 보면서 힘. 즉 파워의 위력과 매력을 동시에 느꼈었다. 가장 원초적이고도 기본적인 인간 육체에서 나오는 힘이 그렇게도 멋지다니. 난 주인공들이 '구오오오오' 할때마다 내 입으로도 직접 그 부분을 '구오오오~~' 하고 소리를 내며 읽었었다.

마치 그 만화 드레곤볼을 화면에 옮겨놓은듯한 파워플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비록 류승범은 무술동작을 소화하기에는 별로 멋지지 않은 몸을 가지고 있지만 (그 점에 있어서는 윤소이가 한수 위였다. 그 긴 팔다리로 휘저으니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래도 힘은 느껴졌다. 정두홍 무술 감독이야 말 할것도 없었고 말이다. 아무튼지간에 나는 이 영화에 대해 그저 멋져 멋져라는 바보스런 감탄사 이외에는 달리 표현 할 길이 없다.

사실 스토리가 약간 딸리기는 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질 않는다. 또 영화에는 류승완 감독의 오마주들을 볼 수 있는데 메트릭스와 소림축구 그리고 앞서 말한 드레곤볼 등등. 익히 알고 있는 장면들이 등장해서 반갑기도 했었다.

워낙에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러 가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모처럼 영화를 보고 스트레스를 확 날리고 오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했다. 어찌나 속이 다 시원하던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듯 류승범의 연기는 최고였다. 어리버리한 연기를 류승범보다 더 완벽하게 할 수 있는 인간이 그 누구겠는가. 정우성이 똥깨에서 어리버리하려고 했으나 그 잘생긴 얼굴은 가릴수가 없었다면 류승범은 완벽하게 어리버리하다. (그 얼굴을 보라. 솔찍히 지 형이 아니고선 걔가 어디 배우할 얼굴인가. 류승범은 연기를 못하면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숙명을 이미 지니고 태어난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연길 잘 해야만 하고 잘 할수밖에 없는 것이다.) 밥을 먹는 장면이랄지 마지막 대결에서 스승인 안성기가 어디있는지 찾는 장면에서는 어리함의 끝을 보여준다. 대사도 아주 자연스럽게 치며 (공효진이나 류승범이 예전에 사귀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둘은 대사치는 느낌이 약간 비슷하다. ) 가끔 귀여운 모습까지 보너스로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제일 많이 웃은것 같다. (물론 류승범이 스승인 안성기를 찾을때 날린 대사에도 많이 웃었다.) 카메라가 뒤로 쌰악 빠지면서 류승범과 윤소이가 계속 싸우면서 장풍을 날리는데 진짜 웃겼다. 아무튼지간에 이 영화는 백마디 설명보다 일단 한번 봐야한다. 단점이 분명하게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장점 또한 분명한 영화이다. 개인적으로는 류승완이 잠깐의 외도에서 다시 자신만의 분위기를 찾은것 같아서 참 다행스럽다. 아. 끝으로 나는 감독이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을 영화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을 좀 싫어하는데 (컷스로트 아일랜드의 지나 데이비스처럼 지 마누라를 무조건 주인공으로 하는 감독들은 정말이지 꼴불견이며 그 계보를 믿었던 리치가이가 잇고 있어 더더욱 실망이다.) 류승완은 언제까지나 류승범과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 비록 워쇼스키나 코엔 형제처럼 감독을 같이 하진 않더라도 승완 승범 브라더스가 함께하는 영화는 꽤 믿음이 가고 결과물도 만족스러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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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5-12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전 류승범을 보면서 저보다 안생겨도 배우 할 수 있구나 싶었어요. 이 말을 다른 사람한테 했더니 아무도 동의하지 않더군요. 플라시보님의 유쾌한 영화평 잘 봤습니다. 역시 님은 영화의 대가며 페이퍼의 고수이자 문학리뷰의 왕입니다.

플라시보 2004-05-1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곰도리님 저는 지금의 류승범이 별로라고 한게 아니구요. 그냥 요즘 워낙 잘생긴 배우들이 많으니까 그 배우들에 비해서 외모가 조금은 약한게 아닌가 하고 한 말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저도 류승범이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으나 그건 그의 연기가 더해져서 그런 것이지요. 만약 류승범이 형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영화 오디션같은걸 보는 과정에서 외모로 인해 불이익을 당했을 것이고 연기력으로 평가받기 위해 더 어려운 길을 걷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흠. 마태우스님. 자꾸 그렇게 택도 아니게 비행기 태우시면 저 삐집니다. (아. 그리고 님은 분명 류승범보다는 잘 생긴거로군요. 하하하^^ 맨날 하위 5%라고 우기시더만 아닌가벼~)

책선생 2004-05-14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보고 싶은 영화인데.. 이것도 역시나 DVD나 나오면.. 아님.. 영화파일로 다운 받아 보던지.. 영화 소개글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