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기생충 - 엽기의학탐정소설
서민 지음 / 청년의사 / 200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기생충. 나는 그게 이 땅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고 있었다. 대변 검사도 사라졌고 TV에서 회충약 광고를 하던것도 (요충, 촌충, 십이지장충이라 쓰인 글자를 빗자루로 막 쓸면서 이거 한알이면 싹쓸이 할 수 있다는 광고였던것 같음) 요즘에는 거의 하지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 까지는 기생충이야 말로 머릿니 처럼 이 땅에서 말끔히 사라진줄 알았다.

허나 이 책에 의하면 아직까지도 기생충은 남아있다. 물론 예전처럼 학교에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변검사를 해야 할 만큼은 아니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물 속에 있는 그것들은 언제 다시 예전의 영화롭던 시절을 되 찾을지 알 수가 없다.

책의 내용은 주인공인 마태수 탐정이 기생충으로 인해 벌어지는 갖가지 흥미롭고도 징그러운 사건들을 각 챕터별로 해결 해 나간다. 그리고 책의 제일 마지막에는 설마라고 생각했던 앞의 허구들이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존재하는지에 대해 서술 해 놓았다. (이걸 읽고나서야 비로서 정말 이럴수도 있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범죄가 지금보다 좀 더 지능적으로 발전이 된다면 별로 표도 나지 않는 기생충을 이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나를 괴롭혔던 사람에게 기생충이 든 음료한잔을 권하거나 기생충알을 잔뜩 펴바른 손으로 악수를 하는 것 만으로도 그 사람이 뱃속이 곧 기생충으로 부글거릴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수준높은 복수가 아닌가 싶다. 적어도 깡패를 사서 뒷골목에 끌고 간 다음 늘씬하게 두들겨 주거나 아니면 직접 야구 빳다 같은거 하나 질머지고 가서 숨이 차오를 만큼 패 주는것 보다는 훨씬 고단수이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우리가 무관심했던 기생충에 대해 다시한번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에 있다. 그리고 두번째는 저자의 유머러스함에 배 째지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재미에 목숨걸고 사는 나로써는 재밌는 책 만큼이나 반가운 것은 없다. 지식을 전달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재밌었던 책은 예전에 '물리학자는 영화에서도 과학을 본다'였던가? 아무튼 정재승이 쓴 책과 이 책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물론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 그 두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쉽고 재밌게 일반인들에게 풀어 설명하는 재주는 비슷하게 가진것 같다.

책을 보고 나서 한동안 나는 내가 기생충에 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TV에서 암이나 기타 질병 같은걸 보여주는 다큐멘타리라도 할라치면 내일 당장 종합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게 사람 심정인 만큼 이 책 역시 비슷한 효과를 낸다. 그래서 요즘은 귀찮아도 볼일을 보면 100% 손씻기에 도전하고 있고 변을 보고 나서 혹시 그 안에 꼬물거리는 생명체라도 없나 싶어 한참을 들여다본다.

참고로 말라리아도 기생충이라고 한다. 이 책에도 언급된 탈랜트 고 김성찬씨가 말라리아로 명을 달리 하셨는데 나는 일이 그렇게 되기 직전에 공항에서 그 분을 보고 몇 마디 나누었었다. 무슨 TV오지 탐험 갔은걸 찍고 왔는데 열이나서 미치겠다고. 당시 라디오 스케줄이 있으셔서 내가 사는 지역에 들르셨는데 그때 내가 비행기 표를 끊어 드렸다. 그리고는 다시는 뵙지 못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그분은 안그래도 가무잡잡 하셨는데 정말 속에서 부터 독소가 올라온것 처럼 사람이 까맣게 타 있었다. 열도 많이 난다고 하고 예방접종인가? 아무튼 주사를 너무 싫어해서 그걸 안맞고 출국한게 너무 찜찜하다는 말도 하셨던것 같다. 그때 농담으로 '너무 빡빡하게 촬영해서 무리가 났나봐. 몸살이겠지? 설마 말라리아에 걸렸겠어?' 하셨는데 진짜로 말라리아에 걸리셔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스케줄 때문에 근 일년간 일주일에 한번은 얼굴을 뵜었고 저녁 식사를 겸한 술자리도 한번 가졌었는데 그 기억이 새롭다.

끝으로 이 책은 알라딘 '나의 서재'에서 맹 활약중인 마태우스님이 쓰신 것이다. 마태우스님은 이렇게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작가라는 것이 몹시 신기하여 도저히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을수가 없어서 이렇게 고백을 한다. 이 책이 좀더 입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겠다. (이렇게 쓰면 인세로 술한잔 사 주실지도 모른다. 으하하)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을희망 2004-03-12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정말 읽어보고 싶게 쓰셨군요..^*^ 꼭 한번 손에 쥐고 읽어봐야 겠네요..그날은 또 밤새겟군요

2004-03-12 0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4-04-17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럴것 같아요..

2004-06-29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4-06-29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저도 TV프로그램에서 본것 같습니다. 자세히 보진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시골이 아닌 대도시 (소위 잘산다는 강남을 비롯) 에서조차 그렇다고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