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나는 운이 없지도 있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노력한것 이상으로 받은적도 별로 없었고, 그렇다고 죽어라 노력하는데 아무것도 안되는 일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저 세상. 고만고만하게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두 번째 책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첫 번째 책을 계약한지 꼭 1년만의 일이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어쩌면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게 하필 연애서구나 하는. 물론 째지게 운이 좋다는 생각도 했었다.  

작년 4월부터 인터넷에 연재했던 잡문들을 읽고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연재를 새로 시작할 당시 늘 하던 연애를 쓸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스펙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 다른 글을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게 반응이 괜찮았나보다.  

나는 아직도 신기하다. 내가 책을 낸다는 것이. 그리고 그 책이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이. 아마 이건 내가 앞으로 운이 좋아 몇 권의 책을 더 낸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럴 것 같다. 어떤 일은 아무리 자주 겪어도 심드렁해지지 않는 일이 있는데 내게 있어서는 책이 그런것 같다. 

소소한 글을 인터넷에 쓰면서 나는 내게 글 쓰기가 취미 이상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정식으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나 감탄할 만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사람들이 예쁘게 봐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나에게 따뜻한 말들을 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두 번째라서 많이 두렵다. 첫 번째의 경우 처음이니까 뭘 몰랐다는 변명이라도 통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핑계거리가 되지 못한다. 지금 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기회라는 것이 그렇게 될때까지 주어지는건 아닐테니까 말이다. 연재를 모아 내는 책이라서 이미 원고는 나와있는 상황이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달달 떨릴 정도로 두렵고 무섭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너무나 많다. 가끔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다가 보면 아니 왜 이런 사람이 책을 내지 않았을까 싶은 사람들 천지이다. 그 중에서 내게 기회가 온 것은. 정말 순전히 운이 아주 좋아서이다.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또 원고를 고치느라 얼마나 머리아플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좋다. 딱 며칠만 이 기분좋은 상태를 누리고 싶다. 그래도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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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09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하게 축하!^0^

하루 2009-02-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릴 일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