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병원 사용 설명서 - 병원이 우리에게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강주성 지음 / 프레시안북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릴때부터 하도 병원을 불신하는 책들을 읽어대서인지 (주로 실용서가 아닌 소설이었다만은) 그 영향은 실로 커서 나는 병원에 갈 일이 있을때마다 다음과 같은 생각에 머리가 터질것 같았다.  

1. 이들이 지금 내 병세를 정확하게 알기는 알고 있는걸까? 혹은 모른다면 파악할 가능성은? 

2. 이들이 내게 시술하는 의료행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3. 이들은 실제로는 매우 가벼운 내 병을 부러 공포스럽게 포장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4. 내가 낸 병원비는 모두 온당한 것일까?   

5. 딴건 다 치우더라도 왜 모든 병원의 의사들은 내가 어떤 병이나 증세로 가던간에 그놈의 빌어먹을 주사를 꼭 놓으려고 하는걸까?

등등등. 병원을 푹 믿고 이용했더라면 그간 나의 병원생활 (이렇게 말하니 내가 환자같다만 실제로는 보통 사람이 병원을 가는 정도로 갔다.) 이 조금은 더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의심을 갖고 병원을 가기 시작하면 모든걸 다 도끼눈으로 노려보게 된다. 그래도 차라리 의심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마음은 편하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 내 상태를 사실대로 알려는 시도나 노력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간 병원에 대해 품었던 의심을 이 책은 '니가 옳았어' 라고 말해준다. 무엇보다 책은 병원이 아무리 비영리법인이라 하더라도 그들 역시 이익집단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주변에 의사가 되려는 사람들을 한번 보자. 그들이 과연 인류에게 의술을 펼쳐 도움을...같은 이유로만 의사가 되었을까? 좀 냉정하게 말하자면 의사의 월 수입이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물론 모든 의사들이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현재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나랏일에 이 한몸 바쳐서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이유보다는 철밥통을 따내기 위함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만약에 의사들의 수입이 그렇게 많지 않다면. 그들은 그렇게 고된 과정을 통과해서 의사가 되었을지는 미지수다. 아마 상당수는 공무원이 되려고 도서관에 앉아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들이 수입에 민감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남들보다 그 직업을 갖기 위해 훨씬 더 오래 공부했고. 일정양을 넘어서는 피만 봐도 토할것 같은 일반인들에 비해 그들은 사람을 째고 집고 자르고 별별 일을 다 해야 하니까. 그래서 나도 그들이 수입이 많은 것에 대해서는 일정 부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이 '돈 좀 벌어볼까?' 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직업에 임하면 이 책에서처럼 되어버린다. 환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처치를 하게 되고. 더 나아가 다국적 제약 회사들은 절대 약값을 떨어뜨리지 않아 환자들에게 그야말로 '돈 없으면 죽을 수 밖에요' 가 되어버린다.  

책의 저자는 실제 백혈병을 앓으면서 오랜 투병 생활을 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혹은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아파 죽겠는 환자를 상대로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사실들을 목격하거나 겪게 된다. 다만 그는 이때 우리들처럼 '아놔 아픈게 죄지 죄야' 하고 있지만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을 모으고 조직을 결성해서 적극적으로 대항한다. 그리고 환자를 치료해주고 치료비를 받는것은 당연하지만 환자를 상대로 돈을 벌려고 환장을 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내가 아주 몹쓸 병에 걸렸는데 그 병 때문에 하루에 몇 십만원씩 약값이 들어가고 병원비가 들어간다면. 그것도 일정 기간이 아닌 평생을 그런 조치 없으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면.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 집팔고 논팔고 차팔고 소팔고 뭐 그래서 마지막 땡전 한닢까지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걸까? 그런데 이 비싼 약값. 비싼 병원비라는 것이 꼭 그래야만 하는 중대한 이유가 있다면 그나마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받아들이겠지만 만약 누군가의 배에 기름이 끼게 하는 목적으로만 그러하다면? 나는 죽어가는 마당에 정말 환장할 일일 것이다. 그들에게는 한알의 약이 돈이겠지만 환자에게는 목숨이다. 그 약이 없으면 정말 죽을 수 있는 백혈병. 에이즈 환자에게 그들은 절대 싼 가격으로. 아니 온당한 가격으로 약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돈 없으면 그냥 죽을 수 밖에 없다.  

 책을 읽고 난 후. 안그래도 의사와 병원에 대한 무한한 신뢰 같은건 없던 내게 더욱 큰 의심만 생겼다만은 그래도 나는 모르고 속는 편 보다는 알고 속터지는 편을 택하고 싶다. 어제는 장염이 걸려서 병원에 갔는데 처방전을 약국보관용 한장만 주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환자 보관용을 달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매우 띠꺼운 표정으로 '우리 병원은 원래 한개만 주거든요?' 이랬다. 그래서 나는 책에서 배운대로 '병원비 청구료에는 이미 환자 보관용 처방전을 주라고 50원이 포함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원래 안주는거 같은건 없는거에요' 라고 말해줬다. 그러나 그녀는 순간 뇌의 기능을 정지시키기라도 했는지 '우리 병원은 원래 한장만 줘요' 만 반복하면서 매우 거친 동작으로 또한 매우 큰 인심을 쓴다는듯. 그리고 최종적으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니 요구 때문에 내가 몹시도 귀찮거든? 하는 뉘앙스를 팍팍 풍기면서 환자 보관용 처방전을 출력해줬다. 빌어먹을 50원은 돈이 아니던가? 환자의 50원은 우습나? 아니 그 보다 내 몸에 어떤 약이 들어가는지 알 권리를 진정 나한테는 없는걸까? 그저 많이 배워 똑똑한 의사 선생님께서 처방해준 약이니 그야말로 몸에 약이다 생각하고 꿀꺽 삼키기나 해야하는 걸까? 병원을 나서면서 이래저래 참 찝찝했다. 비단 이 병원뿐 아니라 나는 최근에는 거의 처방전 2장을 정상적으로 발급하는 병원을 보지 못했다. 의학분업 초창기때를 제외하고는 너무 드문일이 되어버렸는데 정말 다들 왜 그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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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09-01-08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시보님, 제가 쓴 리뷰와 밑줄긋기도 함께 읽어주시길... 기대합니다.

비로그인 2009-01-0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지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