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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 - Angels & Demon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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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책에 세심함이 있다면, 영화에는 생생함이 있네요!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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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죽은 자의 증언 모중석 스릴러 클럽 11
캐시 라익스 지음, 강대은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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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직 진화가 덜 된건지 추위에 유난히 약한 내가 오랜만에 도서관에 나갔다. (물론 나는 그 날이 따뜻하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영어공부를 하자! 라는 내 방학 결심에 맞게 언어학 쪽을 기웃기웃했지만 독서 본능은 숨길 수 없는 법. 어느 새 정반대편인 800번대에서 까치발까지 들어가며 책장을 살핀 나...

 

적당한 타협선에 영어 책 3권과 소설책 두권을 빌려오기는 했는데 어차피 리뷰할 책이 쌓여있어 가볍게 읽어보자, 했던 책이...럴수 재밌다.

물론 애초에 이 책을 집어든 이유가 1. 내가 좋아하는 추리분야니까, 2. 드라마 <본즈>의 원작이라니까 였으니 어느 정도는 내 취향에 맞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초반에는 상당히 고전했다.

 

책도 두꺼운 편이고, 번역이랄까 문체가 술술 읽히는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내가 기대한 드라마 <본즈>의 흔적은 주인공의 이름과 직업 뿐... 안녕 부스, 안녕 걸핏하면 총들고 설치는 템피... 이건 거의 패러렐(등장인물을 가지고 다른 배경에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패러디의 일종)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동떨어져서 부스와 템피의 러브러브 라인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었던 마음 70%였던 내겐 좀 실망스러웠다. 책에 어쩐지 미묘한 라인의 라이언이라는 사람이 나오긴 하지만 좀 복잡한 거 아닌가 싶고. (애초에 설정이 대학다니는 딸에 이혼녀인데다 막판에는 전남편과 딸까지 셋이서 여행을 간다고 하니;)

개인적인 호기심(주로 수사물 미드를 통한) 덕분에 용어들은 꽤 알지만 역시 책에서 줄줄 어디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늘어놓으니 조금 지루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왜, 집중이 안 되서 같은 줄을 또 읽고 또 읽는 그런 느낌이랄까. 1인칭 관점이라 템피의 의식을 따라 가기 때문에 조금 혼란스러운 부분도 좀 있었고. 초반에 읽기를 포기하시는 분들이 좀 있지 않을까...

 

하지만 뭐 책 자체는 재미있다. 전문적인 부분이 눈에 안 들어온다면 적당히 넘어가주면 될 일이고, 초반의 지루함은 좀 참으면 그만이다(내 기준에 한해서). 애초에 추리/수사물의 초반은 모르는 일이 투성이라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답답하기 일쑤니까! 그런 의미에서 후반의 긴장감은 흥미진진했다. 용의자를 추적하는 과정은 내 머리가 외국 이름을 자세히 기억하길 거부해 약간 헷갈렸지만, 템피의 집에서 일어난 일은 긴장감 최고조에 일어나 단숨에 책장을 넘겼다.

 

뭐 내용은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드라마 <본즈>의 템피를 상상하시는 분들은 좀 실망하실 듯. 대학생 딸이 있는 중년의 나이에 이혼녀, 옛날에는 알콜 중독끼가 있었고 오지랖이 넓다(뭐 이 부분은 약간 비슷하려나;). 나름 연약한 감성에 시체를 보며 드러내는 인간적인 감성까지... 앞서 말했듯이 이름과 직업을 빼면 공통점이 거의 없다. 드라마 <본즈>의 재미는 뼈를 통한 수사 말고도 인간적인 면이 여러모로 부족한 브레넌 박사가 FBI요원 부스를 통해 조금씩 감정을 드러내게 되는 과정에서의 만담(...)과 미묘한 감정 라인이라면 책의 재미는...굳이 말하자면 잘 몰랐던 전문과정과 프랑스의 일상 아닌 일상을 알아가고 이해못할 성격의 사람을 막판에 이해하게 되는...진지함이랄까. 음, 책이 재미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역시 드라마 만큼의 유쾌함은 없다.

 

그래도 막판에 라이언과의 떡밥(...이라기엔 너무 미약한)을 뿌려주셨으니 감사히 다음권을 봐야할 듯. 일단 드라마 <본즈>를 별개로 바라보니 이 무심한 듯한 관계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수사물 좋아하시는 분

+드라마 <본즈>의 원작은 뭐가 됐든 꼭 읽어봐야겠다, 하시는 분

 

덧) 아... 나 또 너무 리뷰를 가볍게 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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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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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엄마와 신촌에 나갔다왔다. 가게에 나가시는 엄마의 점심 시간에 맞춰서 옷을 입고, 귀걸이를 갈아끼우고 수선을 부리다보니 벌써 11시 반.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아르바이트 아줌마와 교대하고 있는 엄마에게 척하니 팔짱을 껴보았다. 오랜만의 모녀 나들이에 기분이 들떠서 룰루랄라 버스 정거장으로 향하다 버스를 두 대나 놓쳤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 추운게 대수랴 버스 놓친 게 대수랴. 추운 건 겨울이니 어쩔 수 없고 버스야 기다리면 되지. 추위로 상기된 발간 얼굴로 히히덕 나는 마냥 신이 났다.

실은 이번 토요일날 큰 이모 생신 선물을 사러 나가는 길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크리스마스 이브,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어쩐지 들뜨는 날이니까. 신촌에 내리니 역시나 사람들로 북적거려 파스타를 먹으러 가는 길도 어찌나 힘들던지. 겨우 2층 창가 자리에 자리를 잡아 피자와 파스타를 주문하고 나서야 창 밖을 내다볼 여유가 생겼다. 이 집 맛있어, 엄마. 엄마는 뭔가 매운 거 먹고 싶은데. 진짜 맛있어. 맛없음 내가 낼게. 히히 웃으며 장담하는 날 보고 엄마가 용돈도 없다며 라고 웃었다.

엄마와 수다를 떨면 재미있다. 워낙에 뭔가를 숨기지 못하는 체질에다 엄마한테 모조리 말해버리는 내 습관 때문에 한 마디만 꺼내도 금방 아, 그거? 하고 맞장구를 쳐주니 이때다 싶어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친구랑 있을 때는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 엄마와 나 사이에는 있다. 해물 스파게티를 돌돌 말며 이야기는 어린 시절 보았던 애니메이션으로 옮아갔다.

"엄마, 흙꼭두장군 기억해?"

얼마 전 어렵사리 인터넷에서 본 옛날의 애니메이션의 제목을 꺼냈다. 사실 엄마가 기억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가 "그 어렸을 적 보여준 거 말이지?" 라고 대답했을 때에는 솔직히 놀랐다. 어렸던 나에게만 추억인 줄 알았더니 엄마에게도 그 제목이 추억의 한 조각이었던 모양이다. 신이 난 나는 얼마 전 인터넷에서 다시 봤는데, 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되게 오랜만에 봐서 재미있긴 했는데 옛날에 보던거랑 느낌이 다르더라구."

"원래 그런 법이야. 영화도 처녀 때 봤던 거 지금 보면 영 다르다니까."

"그치? 나 저번에 인어공주 빌려봤는데... 다시 보니까 애가 어찌나 아빠 말을 안 듣던지."

투덜대며 인어공주의 흉을 보는 날 엄마가 으하하 웃으며 바라보고는 너도 이제 늙은거야, 라고 말했다.

"어렸을 적에는 비평없이 보니까, 무작정 재미있다고 느끼는거지."

파스타를 감아 올리며 엄마 앞에서 입을 내밀고 있는 딸이 귀엽다는 듯 엄마가 말한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적에 비평이니 뭐니 할리가 있나. 그저 부드럽게 움직이는 화면에 눈을 빼앗겨 헤헤 거릴 뿐이지. 거기다 비평할 나이쯤 되면 동화는 손도 대지 않게 되니, 언제까지나 재미있었다고 기억하게 되는 거겠지.

 

내가 동화책을 접한 건, 엄마가 머리맡에서 읽어줬기 때문도, 집안에 동화책이 가지런히 꽂혀있었기 때문도 아니었다. 놀러간 친구 집 구석에 쳐박혀 있던 얇은 책들, 뭔가 하고 들여다 봤던 그 날이 내가 처음으로 동화책을 봤던 날이었다. 그리고 TV에서 해준 명작동화 애니메이션. 그래서 더 동화를 좋아하는지도 모르지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동화의 재조명이 이루어져서 기쁘다. 새롭게 번역되어 나온 동화도 재미있고, 그림 동화의 본모습이라며 나온 잔혹동화도 나름 재미있고, 각색된 동화 역시 재미있다. 그리고 이 [흑설공주 이야기]처럼 어느 누군가를 겨냥해 나온 동화 역시 재미있다. 어쩐지 읽고 있으면 디즈니사에서 나온 영화, "마법에 걸린 사랑"이 생각난다. 원작을 재치있게 각색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둘 다 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어느 쪽이든간에 보고 있으면 어렸을 적 봤던 동화들처럼 그저 즐겁게 바라보고 있는 날 느낄 수 있다. 동화든 뭐든 이야기의 주된 임무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거, 라고 굳게 믿는 나에게 오랜만에 '동화'를 보면서도 비평없이 읽어내려갈 수 있는 책이 있어 하루가 즐거웠다. 비록 읽고난 뒤에 다시 보면 또 다시 나이먹은 내가 튀어나오겠지만. 잠시나마 어린아이처럼 웃었다는 거 자체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책 중에 내가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건 '릴리와 로즈'였다. 애초에 원작 동화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거니와 마지막에 공주와 릴리가 깔깔깔 웃는다는 대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당찬 여자아이들이 자기들만의 비밀이 즐거워 마주보며 크게 웃는 다는 이야기가 어찌나 훈훈하던지. 골치아픈 2세 이야기는 당당하게 해결하고 언제나 사이좋게 웃음지을 생각에 나 역시 흐뭇했다. 동화는 이런 거 아닐까. 어린아이들에게는 웃음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흐뭇함을 주는 거. 내 스스로를 어른으로 칭하기에는 아직 한참 어리고 미숙하지만, 그렇다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게 동화를 바라볼 수는 없는 나이니까. 확실히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기존의 동화와는 조금 다르다. 우선 세상의 모든 딸들을 위한 동화, 라는 부제가 무색치 않게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이 소녀들이었고, 여느 동화가 바라보지 않는, 동화의 나라에도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보여주었다. 물론 동화답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허구의 이야기에 끊임없이 현실을 들이대는 건 재미없으니까.

 

책은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런 동화를 엄마에게서 듣고 싶었다. 어렸을 적에도 경험해 보지 못한, 머리맡에서 동화책 읽어주기, 같은 엄마의 사랑이 넘치는 이벤트가 문득 그리워졌다. 물론 구구단 테이프를 밤새 틀어주신 적은 있어도, 아플 때 밤 새 곁에 있어주시긴 했어도 낮에도 책은 읽어주시지 않았던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다시 과거로 돌아가도 그런 일은 없을 듯 하지만. 왜 흔히들 외국 가족 영화를 보면 귀여운 무늬의 침대에 누운 금발 머리 아가들 옆에 엄마나 아빠가 누워서 "옛날 옛적에..."라며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나. 졸음 가득한 어린 아이가 눈을 깜박이고 그러면 엄마 아빠는 아이의 이마에 굿나잇 키스를 해주고는 불을 끄고 문을 닫아주는, 그런 장면이 자꾸 눈에 밟히는 책이었다. 어른을 겨냥한 책이라 삽화가 많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동심으로 돌아가 보는 김에 삽화도 좀 더 넣어 좋았으면 더 좋았을 뻔 했다.

 

헤헤 웃으며 엄마와 후식으로 나온 차를 마시고 먹느라 풀러두었던 목도리를 둘렀다. 먼저 계산하러 나가는 엄마 뒤를 졸졸 따라 나가니 직원분이 우리 둘을 보고 빙그레 웃는다. 왜요? 물으면 따님이 어머님을 정말 많이 닮아서요. 라고 다시 웃는다. 가파른 2층 계단을 내려오며 엄마도 나도 멋쩍게 웃었다. 둘 다 통통과니 닮았다는 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잠시 헷갈리다가도 뭐 어떠랴 싶어 팔짱을 끼고 거리를 걸었다. 오늘 밤은 엄마와 함께 책을 읽자. 나중에 오늘이 추억이 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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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박현태 그림 / 글숲산책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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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발도르프 선생님이 들려주는 진짜 독일 동화 이야기
이양호 지음 / 글숲산책

 

어렸을 적, 네 가족이 살기엔 복작복작 작았던 우리 집은 동화책 놓기에도 빠듯했다. 침대에서 내려오면 책상 의자가 맞닿는 그런 작은 방 어느 곳에서 자리할 곳 없었던 고운 색색 가득한 그런 동화책이 참 부러웠더랬다. 친구 집에 놀러가서 한 권 한 권 훔쳐 읽은 책들은 살결 고운 공주님들이 방실거리고 나와 어린 나를 설레게 했다. 신데렐라, 인어공주, 라푼젤, 백설공주. 훌쩍 커버린 지금도 떠오르는 그 삽화 속의 그녀들은 커다란 눈망울이 반짝반짝 빛나고 선이 고운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언제까지나 아름다운 모습이다.

 

제법 많은 동화를 담고 있었던 그 전집은 디즈니의 만화가 나오기 전의 것이었던 걸까, 모습이 사뭇 달랐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주인공은 바로 백설공주. 어딘가 동양적인 참한 분위기를 풍기는 백설공주를 기억하고 있던 내가 처음으로 디즈니의 백설공주를 봤을 때에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디즈니 백설공주의 머리 스타일은 아직까지도 탐탁치 않다.


하지만 시각적 영향력이란 얼마나 센 것인지. 모든 사람들이 디즈니 백설공주를 정석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나 역시 노래 하나로 숲속 동물 친구들을 불러대는 그녀의 신비함에 홀딱 반해 버린지 오래였다. 대단하지 않은가. 지금 들으면 소름이 삐죽 솟을 정도로 옛날틱한 목소리지만 그 당시에는 남몰래 흥얼흥얼 시도해 보았더랬다.

근데, 그런 백설공주가 공주가 아니란다. 그럼 도대체 누구란 말이지. 처음 책 제목을 접했을 때는 처음 디즈니 백설공주를 보았을 때처럼 나름 충격적이었다. 이제는 다 커서 더이상 동화 속 그녀들을 떠올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이 없지만, 내가 알고 있던 무언가가 사실이 아니라는 사실은 어린 시절에 알게 된 것일 수록 충격적이지 않은가.


그런 충격감과 기대감을 갖고 받아본 책은 표지부터 은은하게 펄이 들어가서 세련되어 보였다. 베이지색에 꽃이 핀 듯 붉게 퍼진 수채화 때문일까 그 위에 쓰여진 '새하얀 눈 아이와 일곱 난쟁이의 이야기를 통해 동화 읽기의 참뜻을 만나다.'란 문구 때문일까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여왔다. 성급하게 책을 펼치면, 어디까지나 원문에 충실하고자 하는 목적 때문인지 한글 번역판, 독일어 원판, 영문판이 함께 나와서 비교해 볼 수 있었다. 물론 독일어라면 눈뜬 장님인 내가 독일어를 읽을 수 있을리는 만무했지만, 그나마 익숙한 영어는 동화라 그런지 겹치는 표현도 많고 단어도 쉬워 색다르게 읽을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새하얀 눈 아이, 라는 지칭은 어쩐지 간질간질한 어감이라 백설공주라는 이름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하늘에서 막 내려온 눈송이의 보송보송함이 그대로 살아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들을 때마다 어쩔 수 없이 백설기를 떠올리며 허기져해야 했던 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면 새하얀 눈 아이라는 이름은 동화에 딱 어울린다. 백설공주가 가지는 반짝반짝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순수함을 간직한 느낌이 물씬 나니 말이다. 이름을 바꾼 것 만으로 전체 이야기의 분위기가 달라지니 참 신기한 일이다.

 

새로 번역된 버전은 어떻게 보면 기존의 백설공주와 별로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호칭들이 바뀐 게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랄까. 무심히 휙휙 책장을 넘기면, '어? 뭐가 다르다는 거야?'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번역본 뒤에 그야말로 친전한 말투로 하나하나 집어주며 해석하는 이양호 선생님 뒤를 하나하나 집어가며 곰곰히 생각해가면 동화는 더이상 동화가 아니다. 어쩌면 그렇게 의미 하나하나가 깊은 지 모르겠다.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 고 짧고 사랑스러웠던 동화 안에 세상이 담겨 있다니. 놀라고 또 놀랐다.

 

확실히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나온 곳의 문화를 한껏 빨아드린 꽃같다. 우리나라의 상식으로 생각하면 아리송 한 것이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예를 들자면 검은 흙. 우리 나라에서 흙, 이라 하면 황토, 짙어봐야 갈색을 떠올릴 거다. 검은 흙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도 분명 우리 나라의 상식 선에서 흙색은 황토색이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이 보면 별나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소소한 차이가 눈에 보일 수록 어쩐지 웃음이 났다. 그런 차이점이 늘어날 수록 정말 다른 나라 이야기구나 싶기도 했고, 그걸 또 새롭게 알아가는 것 자체도 재미있었다. 이런게 어른을 위한 동화의 맛인가 싶기도 했고.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싶어 조금 불안해 지기도 했지만 어린 아이들만 본다고 치부되는 동화를 이런 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자체가 즐거운 것 아닌가 싶다.

 

잘 돌아왔어, 새하얀 눈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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