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이드 프로젝트 2 (양장 합본) 아케이드 프로젝트 2
발터 벤야민 지음,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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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외부에서 X레이로 자본주의를 촬영했다면, 이 책은 내시경을 밀어넣어 자본주의 몸통 내부를 촬영한 것입니다"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완역한 조형준씨의 말이다. 그의 이 말은 아케이드 프로젝트란 책이 무엇인지를 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벤야민은 자본주의 몸통 내부를 촬영할 장소로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선택했다. 그의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19세기에 파리가 사회적, 정치적, 예술적으로 발흥한 것은 유럽역사에서 전례 없는 현상이었다. 대단히 많은 시인, 화가, 음악가, 작가, 개혁가, 이론가들이 프랑스의 수도로 모여들었다. 파리는 비교적 관대한 군주인 루이 필립의 치하에서 많은 나라의 망명객과 혁명가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 때문에 파리는 다양한 지적 조류를 폭넓게 수용하는 도시로 오랜 동안 명성이 자자했다.

 

그러나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의 다른 국가들의 경우는 격심한 정치적 반동의 시대였다. 이 시기에 그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던 예술가와 사상가들은 파리에서는 베를린에서처럼 자국문화에 따르도록 강요당하지 않아도 되고, 적어도 아직 런던에서처럼 냉대와 고립 속에서 소집단을 이루지 않아도 되었다. 오히려 자유롭고 심지어는 열렬하게 환영받기까지 하고 왕정복고의 시대 동안에도 살아남은 예술적, 사회적 살롱들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마치 주위의 어둠에서 벗어나 빛의 원 안으로 모여들 듯이 파리로 향했다.

 

파리의 지적 분위기는 흥분과 이상으로 들떠 있었다. 이러한 지적 분위기에서 그들은 대화와 토론을 하고 글을 썼다. 구체제, 군주들과 폭군들, 교회, 군대, 지성이 결여된 속물적 대중, 노예와 압제자들, 생명과 자유로운 인권의 적들에 대한 열정적인 저항의 분위기는 매우 다양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이 떠들썩한 사회를 하나로 묶는 정서적 연대감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의 감정은 뜨겁게 고양되었고, 개인적인 느낌들과 믿음들은 열정적인 문구로 표현되었으며, 혁명적이고 인도주의적인 구호는 목숨까지 바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 의해 열렬하게 되풀이되었다.

 

프랑스혁명과 파리코뮌으로 대변되는 혁명의 도시가 바로 파리였다. 벤야민은 아케이드(arcade), 패션, 권태, 박람회, 광고, 매춘, 도박, 회화, 신문, 조명, 철도, 사진, 증권, 광고 등 자본주의 탄생기의 파리 모습을 찾아낸다.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하지 않았던가? 초기 자본주의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파리의 모습에서 우리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를 성찰할 수 있다. 이 책은 격동의 시기, 마르크스와 수많은 계몽주의자들이 활약하던 그곳, 현대의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곳, 19세기 파리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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