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모노폴리
벤 H. 바그디키언 지음, 정연구.송정은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도서 《The new media monopoly》는 1983년의 《미디어 모노폴리(The media monopoly)》에서 미디어의 한 부분인 인터넷 부분을 추가한 개정판입니다. 책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이 책은 미국의 1970년대부터 시작된 미디어 산업의 체인화, 거대그룹화, 독점화의 과정과 그 영향력, 그로인한 미디어 언론의 여론 왜곡 실태와 그 영향력을 담고 있습니다. 서적의 저자 벤 바그디키언(Ben h. Bagdikian)은 1920년 터키에서 태어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학교 저널리즘대학원 명예원장으로 있습니다.

이 책은 미국의 이야기입니다. 미국의 신문, 잡지, 출판, 영화, 라디오, 텔레비젼 등의 미디어를 대부분 보유한 5대 미디어 기업인 타임워너(Time Warner), 월트디즈니(Walt Disney), 뉴스코퍼레이션(News Corporation), 비아콤(Viacom), 베텔스만(Bertelsmann)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다섯개의 회사는 하나의 카르텔을 구성함으로서 자유시장에서의 경쟁보다 하나의 거대한 시장 자체가 됨으로서 막대한 이익을 남깁니다. 이 막강한 카르텔은 정치권에서도 쉽사리 건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에게 유리한 법률을 지정하도록 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각 지역의 미디어가 일원화되고 자본화됨으로서 미디어업계의 힘은 갈수록 커져가고, 그들에게 힘을 떨치는 광고주 또한 매력적인 메리트를 얻게 됩니다.

퓰리처의 뉴스룸에는 "<뉴욕 월드>는 친구를 갖지 않는다" 라고 밝힌 글이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뉴스 미디어는 특별 대우를 해주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비판을 받지 않고 그와 관련된 난처한 정보가 삭제되며, 긍정적인 이미지를 보장받는다. 미국의 뉴스룸에서는 이러한 친구들을 '신성한 암소sacred cows'라고 불린다. 소유주, 소유주의 가족과 친구들, 주요 광고주들, 소유주의 정치적 견해 등이 신성한 암소에 속한다. - p.222

그에 반해, 사회적 약자들은 점차 미디어에서 소외되어 가고 있으며 미디어가 그들을 포기함으로서 대중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칠수 있게 됩니다.

많은 계층의 사람들(소수민족,블루칼라,중하층,가난한사람들)이 뉴스에서 무시되고, 때로는 낯선 유행으로 보도되거나 최악의 상태로 보여진다. 그들은 특별한 사건, 즉 파업에 돌입했을 때나 체포되었을 때가 아니면 보도되지 않는다. 기업이 휘두르는 힘에는 조합을 결성하려는 노동자들에 대한 유혈 진압, 정부의 부패, 시민권의 침해와 같은 추하고 부정의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을 거치는 동안 대부분의 대중매체는 기업 활동을 자비롭고 애국적인 것으로 묘사했다. - pp.223~224

미국은 자본주의의 선봉에 있습니다. 미국의 미디어업계 또한 자본주의의 원칙을 충실히 지켜왔습니다. 미국의 가장 큰 신문체인인 개넷으로 상징되는 M&A전략과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력의 증대는 1979년 3월 29일 통신법 변경법안을 성공시켰고, 미디어 업계는 상업방송들에게 소유하고있는 방송면허의 반영구적 보유, 정치적 후보가 방송을 동등하게 사용할수 있도록 하는 규정 폐지, 지역사회의 문제를 제시하거나 공정하게 보도하기 위한 규정 폐지 허락을 얻게 되었습니다. 미디어업계가 갈수록 대형화, 그룹화, 체인화됨으로서 미디어의 가격은 올라가고, 양과 질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진지한' 뉴스가 줄어들게 됨으로서 여러 국가적 합의가 필요한 사회적 문제점(책에서는 홈리스 문제를 예로 듬)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함으로서 여러 문제점에 봉착합니다. 그에 반해 광고의 양은 더욱 늘어나며, 뉴스를 가장한 광고&홍보 기사가 늘어나게 됩니다. 정말 유용하고 필요한 기사들은 광고주가 좋아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가장 필요할때 사라지게 됩니다.

1970년대의 극적인 인플레이션 속에서 독자들이 가장 필요로 했던 일 중에 하나는 상품을 비교할 수 있는 믿을만한 정보였다. 짧은 기간동안 독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어왔던 기사는 시장바구니 조사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는 광고주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런 기사는 극적인 인플레이션 시기 같이 정말 필요할때 미국 신문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한 신문은 광고주의 압력 때문에 실을 수 없었다고 시인했다. - p.345 

결국 극한의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에스컬레이터 속에서 미디어의 공공성은 퇴색할 수밖에 없으며, 미디어는 기업의 홍보도구로 전락함으로서 사회적 구도를 바꾸게 되며 사회적 불균형 및 여러 문제점을 야기하게 됩니다. 결국 미국 미디어 업계는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언론통제를 금지하는 수정헌법 1조를 미디어업계 스스로 해치고 있다고 벤 바그디키언은 주장합니다. 몇몇 기자들 및 소규모 언론사들의 사회적 저항도 있었습니다.

저널리즘은 느리게 변화했다. 기업 시스템에 대한 중대한 비판은 없이 사건만 분리하여 단순하게 보도했지만, 처음으로 미디어는 기업의 행위를 끊임없이 장려하고 찬양하는 일률적인 이야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기업 경영자들은 분노했다. 1980년, 대규모 선거자금을 조성해 사회적 통제를 지워버리는데 공헌할 국가 행정부를 선출했고, 미디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 p.232

미국이 이미 지나쳐온 길을 우리는 걸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미국 점령군은 2차세계대전 이후 일본에 '비상업적'이며 '비정치적'인 방송체계인 NHK을 만들도록 명령하며 어떤 근대적 민주주의도 '비상업적'이며 '비정치적'인 방송체계 없이 존재하지 않는게 좋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로 인해 NHK는 영국BBC처럼 상업채널과 비상업채널이 존재하는 이중체계가 구축되었으며 공영방송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우리나라도 그렇습니다. 무한경쟁 체제속에 미디어가 포함되게 됩니다. 인생극장처럼, 진정 TV를 본후 무언가 남았구나 하는 책에서 말하는 '진지한' 프로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며, 프로그램 중간중간에 광고가 들어갈 것이고 회사에서 제공받은 제품을 입고 광고하는 연애인들만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다큐멘터리도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결과를 내놓기 위한 다큐멘터리가 될 것입니다. 돈을 위해 좀더 SEX와 폭력이 강하게 묘사될 것이며, 사회적 문제점과 이슈를 원하는 대중의 뜻에 반하는 기사들이 즐비하게 될 것입니다.

미디어 복합기업과 결합한 주요 기업들의 정제되지 않은 권력은 그간 인터넷과 대안적인 인쇄, 방송 매체에서의 저항이 점차 증가하도록 부추켜 왔다. 보다 많은 젊은이들 (한때는 이 연령층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최저 투표율을 보였었는데) 이 저항과 탄원, 투표를 견인해 내는 활동가들이 되었다. 젊고 늙음에 관계없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특권, 즉 18세 이상의 시민들이면 남녀 관계 없이 누구나 대통령, 부통령, 국회의원을 뽑을 수 있는 권리를 점점 더 진지하게 실현하려는 듯 보인다. 치유는 궁극적으로 투표함에 달려 있게 될 것이다. - p.366

사회의 정보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대중이 판단해야 하는 정보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분야에 정통한 지식을 가지고 옳은 방향을 판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회에서 인정하는 지식인, 전문가가 되어도 자신의 분야 및 관심있는 한두 분야 정도밖에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우린 자본주의 정신에 입각한 '우리가' 필요한 정보가 아닌 '그들이' 필요한 정보만을 보게 될 것입니다. 책에서 나온 UPI(United Press International)의 에드워드 F 로비란 기자의 모빌사와의 소득세 진실공방 (243p)의 결과처럼 진실을 알게되는게 매우 특별한 일이 될 것입니다. 사회는 점차 무한자본주의로 빠지게 될 것이고, 미국처럼 초등학교 중학교의 복도에서마저 각종 광고판으로 도배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문득 깨닫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또한 과유불급(過猶不及)에서 벗어날수 없는 것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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