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
메리앤 J. 리가토 지음, 송설희 옮김 / 홍익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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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5월 10일에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평균 80세(남자 76세, 여자 83세)였습니다. 공동 1위를 차지한 일본과 산마리노는 평균 83세로, 일본의 경우 남자 79세와 여자 86세, 산마리노는 남자 81세와 여자 84세였습니다. 2008년 출생아 기준 지구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68세(남자 66세, 여자 70세)인 것으로 집계됐고, 우리나라가 속한 서태평양 지역의 기대수명은 75세(남자 72세, 여자 77세)였습니다. 신체상 장애나 활동의 장애 없이 사는 기간을 말하는 건강수명(HALE)의 경우, 2007년 출생아를 기준으로 한 통계에서 한국인은 71세(남자 68세, 여자 74세)였고, 1위는 일본으로 76세(남자 73세, 여자 78세)였습니다. 그 외에도 많은 수명과 관련된 통계를 보면 일괄적으로 나타나는 차이점이 보이는데, 그것은 여자의 수명이 남자보다 모두 높다는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왜 남자가 여자보다 일찍 죽는가?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의대 교수인 저자는 자신의 전공인 의학적 지식과 사회적인 요소들을 둘러보며 남자의 빠른 사망에 대한 답을 찾아갑니다. 신체적인 요소를 둘러보면 먼저 여자의 유전자(XX형)와 남자의 유전자(XY형)의 구조적 차이를 들고 있습니다. 여자는 염색체 하나가 손상되어도 나머지 하나의 X가 보완해 줄 수 있지만 남자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생물학적으로 Y염색체의 크기는 X염색체의 절반 정도밖에 안되고, Y염색체의 변이 가능성이 X염색체보다 더 커서 남자들은 자연유산, 감염, 선천적 결함에 더 쉽게 노출됩니다. 남자아이의 경우 임신시에 더 유산할 비율이 높고, 분만 과정에서 죽을 확률도 높습니다. 같은 저체중의 아이여도 남자가 더 사망확률이 높으며, 임신중의 흡연도 남자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학습장애, 청각장애, 과잉행동장애, 자폐증, 틱장애 등의 발달장애 또한 남자아이의 비율이 더 높습니다.

나를 찾는 환자들 중에는 월스트리트에서 증권 관계 일을 하는 사람이 몇 명 있다. 그들은 모두 나무랄 데 없는 학력과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거칠다 못해 무분별하기 짝이 없다. 그들은 엄청난 양의 술을 마시고, 난잡한 사생활에 빠지곤 한다. 더 무서운 현실은 밤에 4시간 이상 잠을 자는 것을 개인적 역량의 부족으로 간주하는 풍조로, 그들은 억지로 잠들기 위해 약을 먹었고 깨어나기 위해 각성제를 먹었다. 그들에게 약물은 긴장을 풀기 위한 용도로(마리화나), 그리고 집중적으로 강력하게 일하기 위한 용도로(코카인) 필수품처럼 사용되곤 했다. 그들 중 대부분이 하루에 단지 한 끼만 먹는다. 그들은 맹렬하게 경쟁하고, 일을 하면서 어마어마한 위험을 견딘다. 이런 젊은이들에게는 오직 성공만이 삶의 목표이며, 경쟁에서의 승리가 자신이 하고 있는 게임의 이름이다. 그리하여 연말에 받는 보너스의 액수가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데 결정적인 조건이 된다. 허세는 이미 그들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렸다. 이것을 온전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까? 누구나 선망하는 직업, 최고의 인생이라고 부추기는 언론의 집중 조명에 도취되어 그들은 나날이 썩어가고 있는데도, 그 뒤를 잇는 젊은이들은 줄을 서고 있다. 나를 찾는 증권가의 젊은이들 중 상당수가 바로 이런 고통에 신음하고 있고, 그들 중 몇명은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 pp.88~89 

남자와 여자의 또다른 차이점은 호르몬의 비율 차이인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여성이 중년이 될 때까지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갑작스런 심장질환의 80%이상이 남자들에게서 나타나고,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남자가 여자에 비해 3배 가량 높습니다. 젊은 남자들의 특징인 높은 테스토스테론은 우울증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이것은 남자들의 높은 자살률과도 직결됩니다. 남자의 뇌를 구성하는 화학물질은 여자와 많이 다른데, 그중 세로토닌 합성은 여자보다 52%가 높습니다. 이 물질은 두뇌의 활동을 진두지휘하는 신경으로 우울증, 공황장애, 섭식장애를 일으키는 요인이기도 하며 폭력, 살인, 자살 같은 폭력적인 행위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우울증은 뼈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더러 내분비계, 심장혈관계, 면역체계의 교란에 관여합니다.

이러한 신체적 불리함 외에도 많은 사회적 요소는 남자의 짧은 수명에 영향을 끼칩니다. 가장 큰 요소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인데, 이러한 통념은 청소년기 남자로 하여금 무모한 도전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킵니다. 또한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남성의 직업상 또한 큰 영향을 끼치는데, 많은 노동시간과 높은 연봉으로 대표되는 직업들이 선망받고 있지만 남자의 수명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또한 남자는 언제나 강하게 있어야 한다는 편견은, 남자로 하여금 우울증 등에 대해 상담받고 정면으로 치료받기를 거부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지난 세기 동안 엄청난 성공과 새로운 발견을 줄지어 이루어왔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새로운 힘들을 지혜롭게 사용할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생각해 볼 시간을 갖지 못한 채 그저 앞으로만 달려왔다. 우리 자신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 없이 그렇게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결과가 가져온 수많은 폐해 중에, 남자들 수명의 터무니없는 단축이 포함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남자들을 그렇게 빨리 죽게 만드는 것들과 싸우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그동안 쌓은 경험과 지성을 쏟아내야 한다. - p.270 

또한 사회적으로 남자의 경우 위험한 일에 몸을 던지라고 요구하는데, 이 또한 낮은 수명에 연관이 있습니다. 선원, 광부, 소방수, 경찰관,건설 노동자 등 돌연사와 스트레스, 사고사 등이 높은 직종에 있어서 남성의 비율은 매우 높습니다. 또한 퇴직자의 경우 높은 확률로 우울증에 시달리는데, 수입의 액수나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힘에 따라 인재를 판단하는 풍조 속에서 퇴직자는 사형선고와 같습니다. 우울증과 무기력감, 자신이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느낌 등이 만들어진 생리학적인 문제들은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도 아직까지 가정의 주 수입원이 남자가 많기 때문에 남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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