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당신들의 나라 - 1%를 위한 1%에 의한 1%의 세상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책을 통해 미국사회의 문제점들을 조명하며 쉬우면서도 날카로운 어조로 풍자하고 있습니다. 실적에 따라 대량 정리해고를 감행했지만 자신의 전별금은 챙기는 CEO들, CIA 부럽지 않을 정도로 직원들을 감시하는 월마트, 아동노동 문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금욕교육 문제, 선거 때만 되면 불법체류나 동성애나 낙태 같은 똑같은 레퍼토리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 등 전방위적인 분야에 걸친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끔 어떤 사건은 사회를 조명하는데 있어서 통찰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사건 중 바워스 사건은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2006년 5월 1일 티모시 J. 바워스는 오하이오 주 콜럼버스의 한 은행에서 80달러를 강탈한 뒤 그 돈을 경비원에게 넘겨주고 경찰에 체포되기를 얌전히 기다립니다. 법정에 선 바워스는 유죄를 인정하고 판사에게 3년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감옥에서 지내게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직장이 2003년 문을 닫은 뒤 새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은행 돈을 강탈했다고 말합니다. 65세의 바워스는 미국의 노인 의료보험 제도 수혜자들을 괴롭히는 흔히 말하는 '도넛 구멍'에 해당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판사는 최대의 호의를 베풀어 우아하게 그의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최저임금 일자리 외에는 취직할 수 없는 현실, 최저임금으로는 잠잘 곳을 구할 수 없는 현실, 사회보장 혜택을 받기엔 나이가 적은 현실은 한 사람으로 하여금 자진해서 감옥으로 가게 합니다. 투옥에 따른 단점을 논외로 한다면 바워스의 선택은 합리적입니다. 그에 반해 노인 수형자 한명당 들어가는 비용은 69,000달러로 연금지급비보다 매우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 시스템은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센델식으로 말하자면 교도소라는 가치의 변질, 부패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 군대는 명실상부한 최강의 군대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외계인이 공격해와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 군대의 군인들이 가난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미라마 해병대 비행기지에선 매달 500여 군인 가족들이 근처의 푸드뱅크에서 식품을 지원받고 있다는 것이 CBS에서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1년정도 군 생활을 한 뒤 전선에 배치되는 군인들의 한 해 수입은 극장 수위나 건널목지기와 비슷한 수준이고, 소위의 초봉도 해충 구제원이나 구두 수선공보다 낮다는 사실은 믿기 힘든 사실입니다. 미군의 수입과 복지처우는 꾸준히 나빠지고 있지만, 그중 유별나게 좋은 소식은 전사한 군인의 가족에게 지급되는 보상금이 크게 올랐다는 사실입니다. 12,000달러에서 250,000달러로 크게 오른 이 보상금을 보면 돈 문제만 고려한다면 부상당한 채 살아남는 것보다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퇴역 군인의 장애 수당은 퇴직금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부상당한 병사에게 젊어서 죽는게 낫다는 동기를 부여하는 제도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제임스 그랜트는 신용위기에 대응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과거와 대조적이라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는 신용 위기가 대중의 분노로 표출되지 않은 것을 보면, 은행가들과 신용평가기관, 당국의 감시 태만이 아니라 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것 아니냐는 글을 씁니다. 과거에는 농부들과 세입자들이 담보권 실행과 강제퇴거에 맞서 싸웠고, 지불 중지를 선언하는 저항이 있었습니다. 현대에 많은 사람들은 모기지 위기 등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해결책을 찾습니다. 변동 금리 모기지를 계약한 볼더라마의 사례는 달마다 오르는 대출 납부금을 해결하는데 있어 하나의 답을 내놓습니다. 자신의 머리를 향해 총을 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런 현실을 목도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절절한 염원과 이를 위한 분연한 행동의 촉구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1930년대의 구닥다리 방식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 월스트리트로 행진해 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저자의 물음은 책 발간 2년 이후 현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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