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 피시 - 네 종류 물고기를 통해 파헤친 인간의 이기적 욕망과 환경의 미래
폴 그린버그 지음, 박산호 옮김 / 시공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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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표면의 약 71퍼센트를 차지하는 광활한 바다는, 그야말로 생명의 요람이자 자원의 보고입니다. 갈수록 증가하는 인구는 이런 바다의 필요성을 더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제목처럼 4가지 생선 종류를 통해 지금까지 이루어지고 있는 해양산업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바다낚시꾼의 낚시, 어부들의 근해어업, 대규모 선단의 대양어업, 양식산업에 이르기까지 이 네가지 생선이 들려주는 다이나믹한 이야기는 현재 물고기들의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게 하고, 미래의 인류에게 영양을 어떻게 공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17세기 아이작 월튼이 물고기의 왕이라 불렀던 연어는, 각종 뷔페는 물론이고 저가형 초밥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요근래 가장 대중적으로 접하는 생선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강을 올라와서 알을 낳는 것으로 유명한 연어는, 적응력이 뛰어나고, 크고 영양분이 많은 알에서 태어나 물고기먹이를 구하기 쉽다는 양식에 매우 유리한 성장과정을 지니고 있어서 초기 양식산업을 이끌었습니다. 그 결과 전체 연어 공급량의 절반을 양식이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연어양식의 문제로 물살이 세고 깨끗한, 양식장을 하기에 좋은 장소가 점점 귀해지다보니 질병과 오염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것은 양식장의 연어 뿐만 아니라 자연산 연어까지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또한 0.5kg의 연어를 얻기 위해 1.5kg의 물고기를 먹여야 하는 사료방정식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고, 작은 물고기를 먹는 양식연어는 자연산 연어보다 PCB오염 누적이 2배 이상 높다는 것은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유럽에서 특별한 날에만 먹었던 농어는 현대 과학 양식시장의 불합리성의 역사를 그대로 보여주는 생선입니다. 19세기의 프랜시스 골턴은 사육조건으로 5가지를 제시했는데, 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튼튼하고, 인간을 좋아하는 기질을 타고났고, 인위적인 환경을 좋아하고, 자유롭게 번식할 수 있고, 품이 많이 들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농어는 이런 조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았고, 양식하기에도 힘든 조건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농어양식이 시작된 이유는 높은 가격을 받을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생선을 양식하는데는 여러 과학자들이 해낸 과학적 성과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스라엘의 조하르는 농어의 산란시기를 컨트롤할수 있는 호르몬 구를 만들어냈고, 그리스의 타나시스는 갓 부화한 농어의 먹이로 유용한 담륜충이라는 생물을 찾아내었고, 국제 수산 양식 공동체는 아르테미아(시멍키라고도 불리는 아이들이 키우는 장난감 새우)라는 새우가 먹이로 적절하다는 것을 찾아냈습니다. 그런 성과로 농어양식은 전세계에 1억마리가 넘는 보급량을 자랑하게 되었지만,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폭락하기도 했습니다.

연어와 농어가 평소 접하기 힘든 귀한 생선을 대중적으로 보급하기 위한 양식이였다면, 대구는 예전부터 서민들이 즐겨먹던 생선이 양식을 하게 된 케이스입니다. 서구 인구의 20배를 먹여살릴수 있을 만큼 풍성했던 대구는, 민영화와 독점화, 산업화된 어업으로 인해 대구의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게 됩니다. 흔하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인 물고기마저 양식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대구목이 인기를 끄는 것은 대구의 특징이 완벽한 산업용 생선이기 때문인데, 움직이는걸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비린맛이 별로 없고, 간에 기름을 축적하기 때문에 다른 생선보다 훨씬 더 오래 저장할 수 있습니다. 흔하고, 부드러우며, 다른 식품으로 쉽게 가공이 가능한 대구는 엄청나게 잡히는 바람에 유전적 다양성마저 훼손될 지경에 처했습니다. 허친스의 연구에 따르면 물고기 집단의 70~80퍼센트가 잡혀도 어느 정도는 변하기 전의 원래상태로 돌아가는데, 대구는 그 이상의 피해를 입었습니다. 1960년대 캐나다 그랜드뱅크의 대구는 평균 10kg가 넘었던 반면, 현재는 1.5kg에 불과합니다. 대구의 예는 생태계에서 한 집단의 90%이상 제거될 경우 게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지상에서 마지막으로 자연에서 음식을 채집하는 이들은 정말 서서히 사라지는 것일까? 길들이지 않은 자연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물리적 끈인 대구는 이제 가끔 가다 볼 수 있는 꿩 요리처럼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진미가 될 것인가? - 《대구》 

어마어마하게 크고 빠른 생선으로 유명한 참치는,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먹기 시작한 생선인데, 냉장고가 발명되기 전엔 일본에서도 맛이 너무 강하고 비린내가 나는 이유로 참치를 먹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참다랑어는 스포츠 낚시용으로 쓰였을 뿐 대부분 먹지 않고 죽여서 쓰레기장에 버려지는 신세였습니다. 하지만 그후 30년간 생선회 붐이 일면서 참치 수요가 급증했고 0.5kg에 몇페니 하던 가격이 수백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더군다나 개체수가 적어 비영리단체에서 먹어선 안 될 물고기로 지정하자 전 세계 소비량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참치어업이 급증하게 되자 참치수는 급격하게 감소하였고 결국 참치양식쪽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하지만 참치는 여러모로 양식에 적합하지 않은 생선인데, 참치 0.5kg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사료는 무려 10kg에 달합니다. 참치는 인간이 맛볼 수 있는 생선중에서 가장 댓가가 큰 생선인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지금과 같은 식성으로 자연산 물고기를 고집한다면, 네개에서 다섯개의 대양이 더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양식은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는 저 4종의 생선 양식산업의 변화를 촉구합니다. 그 변화는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는데, 양식방법을 개선하거나, 다른 종을 양식하는 것입니다. 연어의 경우 방법을 개선하는 것인데 연어와 함께 성게와 해삼, 홍합을 같이 양식하는 다중양식 방법은 연어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줄일수 있을 뿐 아니라 일부 전염성 연어 빈혈 바이러스를 흡수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런 다중양식 환경에선 해초를 합성한 사료를 먹기 때문에 PCB 함량도 두드러지게 줄어듭니다. 농어는 양식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종을 선택했습니다. 식민지 시대 영국이 아시아 바다농어라 불렀고 호주 원주민은 바라문디 라고 불르는 이 생선이 사는 환경은 양식장 환경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했습니다. 온순하고 순종적이며 번식력도 강하고 질병에도 내성이 높을뿐 아니라 식물성 사료를 먹기 때문에 PCB 오염확률도 낮습니다. 대구 역시 새로운 종을 양식하는것을 대안으로 내세우는데, 동남아시아 메콩강의 트라와 바사입니다. 참치 또한 대체생선을 찾는 방법밖에 없었는데, 하와이에서 카할라라고 알려진 이 물고기는 참치의 먼 친척뻘입니다

난 항상 미 건국 초기 헌법에 흑인남성은 백인남성의 60%의 가치를 지닌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의 우리를 보세요. 세상일이란 건 아무도 모르는 겁니다. - p.269 

저자는 우리가 바다에 대해 얼마나 모호하고 단순하게 생각해왔는지에 대해 지적합니다. 물고기잡이를 할때 흔히 사용하는 바다의 선물이라는 표현은 바다는 마음대로 가져갈 수 있고, 공짜라는 것을 암시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런 인식은 바다를 소중히 다루지 않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채식주의자도 가축의 고통엔 분개하지만 자연산 물고기는 먹는 경우가 많이 있고, 포유동물과 조류를 자비롭게 대하라는 종교 율법도 물고기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젠 해저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은 필연적인 권리임을 주지시킵니다. 그렇기 위해선 인식의 변화가 필수적입니다. 생선을 하나의 음식으로 바라보는가, 아니면 지능과 생명을 가진 동물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물고기의 미래는 변화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물론 저자는 식품에서 존중받아야 할 생명으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물고기들을 위한 길이며, 인류를 위한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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