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 - 견검에서 떡검 그리고 섹검까지 대한민국 검찰, 굴욕의 빅뱅
정용재.정희상.구영식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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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윤리강령 1조를 보면,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국법질서를 확립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정의를 실현함을 그 사명으로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주장에 빅엿을 날렸던, 수 십년간 검사들이 향응과 성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한 '스폰서 검사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폭로는 2010년 4월 20일에〈PD수첩〉에서 '검사와 스폰서'편으로 공중파를 탔고,〈시사IN〉과〈오마이뉴스〉에서 처음으로 취재해 보도했습니다. 스폰서 검사 사건 이전의 검찰의 별명은 '떡검'이였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 덕분에 검찰은 새로운 별명인 '섹검'을 얻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권력의 하수인'이라는 대중들의 비아냥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였습니다. 검찰은 기소권의 독점, 기소편의주의 등 법에 보장된 무소불위의 권한 때문에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지만, 1980년대까지는 경찰, 안기부, 보안사 등의 위력에 눌려 단순한 법적 실무자 집단으로 권력에 기생했습니다. 박정희 정권에 있었던 동백림 사건은 중정이 작성한 발표문을 그대로 공소장으로 만들어 검찰이 관련 인사들을 기소했고, 사카린 밀수사건때에도 검찰은 중정의 지휘를 받았습니다. 전두환 정권 당시 부천서 성고문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은 성고문 혐의가 없다고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는데, 이 또한 안기부와 문화공보부에서 내린 결정이였습니다. 군부 권위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화가 이루어지자, 검찰의 권력은 더욱 강해졌습니다. 검찰의 행동은 검찰 자체가 정치적으로 편향되어 있으면 정치적 독립을 보장해 주어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으며, 정권이 바뀌자 검찰은 정치적 중립은 물론이요 정치적 독립마저 스스로 팽개쳐버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제 검찰을 견제할 세력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파워엘리트 집단으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검사 윤리강령 제19조(금품수수금지) - 검사는 직무 수행의 공정성을 의심받을 우려가 있는 자나 사건관계인 등으로부터 정당한 이유 없이 금품, 금전상 이익, 향응이나 기타 경제적 편의를 제공받지 아니한다. 

검사 접대 관행은 계속되어 왔고, 아마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텐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밑에 있는 검사들한테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해야 검사장이나 부장검사 등이 보스로서 인정받고 위신이나 권위도 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검사에게 있어서 돈, 섹스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고, 스폰서 검사 사건 전에도 금품수수와 관련된 검사들의 행태를 폭로하는 사건은 여럿 있었습니다. 의정부 법조비리사건, 대전 법조비리사건 등이 발생했고, 여기서 이른바 떡값이란 용어가 사용됩니다. 하지만 떡값을 받는 검사, 이른바 떡검이란 단어가 대중화된 계기는 2005년에 노회찬 의원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면서부터입니다. 2005년에 노회찬 의원이 떡값 검사의 명단을 발표했고, 2007년 김용철 변호사는 자신의 손으로 떡값을 전달했다며 현직 검사들을 지목했지만 흐지부지되었습니다.

2010년 정 사장이 검사들에게 향응과 성 접대를 제공했다고 고백함으로써 사회적 파장이 발생했습니다. 정 사장은 영남권에서 잘나가는 건설사 사장이였고,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에서 경남도의원으로 선출되 문교사회위원회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정 사장은 검사들이 타 집단에 비해 접대 등과 관련된 죄의식이 바닥이었다고 말합니다. 검사들 대부분은 접대를 거부하는 법이 없었는데, 이러한 접대는 당시 사회의 일종의 관행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정치인, 검찰과 인맥을 가지려 했고, 가지지 않으면 기업을 운영하기 힘들었습니다. 정 사장은 등산대회, 체육대회, 검사 전체회식 등 검사들의 활동에서 스폰서 역할을 했고, 현금 스폰서만 해도 지청장에게 월 200만원, 검사들에게 인당 월 60만원씩 제공했습니다. 그 외에 술값, 성접대비, 숙박비 등 모든 돈을 댔고 이러한 기록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김 검사는 아주 야한 놀이를 웅궁정에서 했다. 당시 아가씨들 팁이 2만원이었고, 2차비(성 접대비)가 10만원이었다. 양주 1병에 2만 5000원 할 때였다. "우리 재미있는 놀이 한번 하자. 여기서 자기 파트너하고 즉석 섹스를 하는 아가씨한테 2차비를 다 몰아주자." 2차비가 10만원이었기 때문에 이 놀이에 참여하는 아가씨는 50만원이라는 큰돈을 벌게 되는 셈이다. 내가 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김 검사가 자원했다. 그래서 병풍 뒤에서 옷을 벗고 성관계를 맺었다. 당시 벌인 놀이에는 조건이 있었다. 실제로 성행위를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 짓을 하는 광경을 병풍 뒤에서 구경하고 있던 우리는 박장대소했다. - p.101 

2005년과 2007년에 있었던 검사들의 비리에 대한 사건결과가 말해주고 있는 바는 명확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편히 살고 싶으면 검사는 건드리지 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스폰서 검사 사건의 주요인물 중 한명인 박기준 검사장이 사건을 폭로한 정용재 사장에게 전화로 말한 "너 김용철 변호사 봐라, 어찌 되던데? 매장 안 되더나?" 과 같은 경고를 통해 단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검사들의 비리를 폭로한다고 해서, 그것이 제대로 수사되지도 않습니다. 스폰서 검사와 관련된 특검팀은 변호사 출신 특검 조사관들과 검찰 파견 검사들로 이루어졌는데, 당연하게도 검찰 파견 검사들은 수사를 방해합니다. 스폰서 검사들이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을 부인하자, 정 사장은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하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당사자가 거짓말탐지기 시험을 거부한다는 이유와 법원에서의 증거능력이 없다는 핑계를 댔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온 검찰의 행태를 말하며 정 사장은 말합니다. "과연 일반 국민이 경찰이나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때 거짓말탐지기나 대질을 거부했을 때 검찰이 주장하는 논리로 대할 수 있을까? 이 사람은 대질도 거부하고 거짓말탐지기도 거부하는 것으로 보아 범죄혐의가 간접적으로 충분히 의심된다는 식으로 말아서 조사하고 기소하는 것이 검찰이 아니였나."

술집 사장과 아가씨는 2차를 나갔다고 수차례 진술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특검은 성 접대에 대해서 무혐의 처리를 하게 됩니다. 특검은 성접대 검사들이 2차는 나갔지만 성 관계는 하지 않았다고 두둔했습니다. 이 말은 성관계 하는 것을 직접 보고 와야 성 접대가 확인된다는 뜻이였는데, 일반 성인들이 성매매로 단속됐을 때를 생각해보면 특검의 변명은 구차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어찌되었건 스폰서 검사 사건은 수사가 마무리되었습니다. 부산,경남지역 향응 접대와 관련해 한승철 전 감찰부장 등 4명을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사건의 핵심인물이자 진원지였던 박기준 검사장은 무혐의 처분을 합니다. 그리고 기소된 한승철 감찰부장 등 4명마저 무죄 판결받게 됩니다. 법원은 정 씨에게서 제공받은 향응이 사건 청탁 명목이라는 점을 인식하기 어렵고, 자신과 관련된 고소 사건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은 게 의식적으로 직무를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합니다.

결국 스폰서 검사 특검 결과 성접대에 관련된 검사들은 모두 내사종결 또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그에 반해 검사들의 비리를 폭로한 정용재 사장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어 수감되었습니다. 2005년과 2007년에 이어, 2010년에 있었던 사건 또한 명확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그것은 검사의 비리는 건드리지마라, 건드리면 너만 죽을 뿐이다 라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또한 이 사건은 또다시 특검이라는 제도의 한계점 또한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사건이 터질때만 급조되는 특검은 검찰을 견제하는 수단이 되지 못했던 것입니다. 결국 검찰은 누가 견제하는가? 에 대한 답변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역사학자 액튼이 말한 '모든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는 경고를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절대권력을 가진 검찰은, 절대적으로 부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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