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요람 - 저출산이 불러올 전 지구적 재앙과 해법
필립 롱맨 지음, 백영미 옮김 / 민음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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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현재 출산율은 2010년 기준 1.22명으로, 저출산 국가에 해당합니다. 저출산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남반구와 북반구,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종교의 여부에 관계없이 출산율 저하 현상은 전세계적입니다. 우리나라가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출산율인 2.0명의 선을 넘어선 것은 1983년으로, 저출산의 영향력은 이제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자 필립 롱맨은 이런 전세계적인 출산율 저하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역사학, 인구 통계학, 경제학, 생물학, 여성학, 역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를 이용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인구와 경제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원전부터 1750년까지 세계 인구의 성장률은 연간 0.064퍼센트로 추정되는데, 이런 낮은 인구 성장률은 생활 수준의 미미한 향상을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영아 사망률의 하락, 공중보건의 등장, 청결한 물의 공급과 하수 체계 등으로 인해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산업혁명으로 시작되는 경제성장체제에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인구 성장은 경제 성장의 주된 동력인 것입니다. 20세기 중반까지 이어진 인구의 증가는 현대의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20세기 중반부터 후반까지 이어진 눈부신 경제성장은 출산율 저하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좀 더 많은 자원을 투자와 어른들의 소비로 돌릴 수 있었고, 육아에 사용되었을 여성 노동력을 해방시켰습니다. 문제는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성장은 결국 나중에 갚아야 할 부채라는 것입니다.

경제학자 피터 바우어는 "만일 1인당 소득이 인간 행복의 올바른 척도라면 농장 동물의 출산은 축복이고, 아이의 출산은 저주일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재정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줍니다. 미국 농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고 산전 및 분만 비용을 제외하고 중산층 가정에서 아이 하나를 17세까지 키우는 데 21만 달러가 소요됩니다. 만약 맞벌이 부부였다면 부부 중 한명이 직장을 포기해야 하는 기회비용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한다면 아이 한명의 가치는 100만 달러에 달합니다. 물론 이만한 비용이 드는 아이들은 사회적 자본을 창출합니다. 문제는 아이를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는 반면, 아이로 인한 경제적 보상은 사회 전체에 골고루 나누어진다는 점입니다. 필연적으로 무임승차 문제가 거론될 수밖에 없습니다.

 번영의 엔진은 기술 진보이고, 기술 진보의 엔진은 사람이다. 아이디어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사람이 많으면 아이디어도 많아진다. 아이디어가 많으면 우리는 번영한다. 다른 사람들이 더 많은 아이를 가질 때 그것은 언제든지 기뻐해야 할 경사다. 그 아이들이 당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줄 게 거의 확실한데, 다른 누군가가 그들의 양육을 모두 떠안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출산에 대해 기꺼이 보조금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발칙한 경제학》

하지만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반드시 이기주의나 혹은 지나친 물질주의의 표현은 아닙니다. 설문에 따르면 사람들이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는 욕구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일본의 무연사회 현상 등 도시화, 현대화에 대한 부작용으로 인해 가정적인 것에 대한 가치는 과거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점점 더 길어지는 고등교육, 부모가 되기 위해 필요한 높은 비용, 아동 안전 및 복지에 대한 높아진 관심, 27세부터 떨어지기 시작하는 여성의 임신 능력, 높은 이혼율, 여성 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교육 수준 균형 등의 문제로 인해 저출산 현상은 지속되고,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저출산은 도덕의 붕괴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임을 시사합니다. 인간 자원에 대한 요구는 점점 늘어나는데도 불구하고, 그 생산자들에 대한 보상이 거의 없거나 전문한 것이 현대 경제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 시행했던 강제 낙태와 불임수술과 같은 산아제한 정책처럼 강제로 아이를 가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롱맨은 과거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에 인구 증가, 베이비 붐 현상이 있었으며, 전 지구적인 저출산 현상은 그러한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고 말합니다. 때문에 주류 경제 뿐만 아니라 가족 제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저자는 경제 분야의 인적 요인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적당한 출산율, 튼튼한 가정, 평생 교육 그리고 보다 생산적인 고령화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자녀를 둔 부모에게 근로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경제적 인센티브 방식, 노인 위주로 되어있는 보험 및 사회복지제도의 합리적 개선, 가정을 우대하는 기업문화 등을 말합니다. 저출산 현상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주목할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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