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야구는 서로를 배워야 한다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나
스테판 지만스키.앤드루 짐벌리스트 지음, 김광우 옮김 / 에디터 / 2006년 4월

왜 세계는 축구에 열광하고 미국은 야구에 열광하는가? 반대로 말하자면 왜 세계는 야구를 싫어하고 미국은 축구를 싫어하는가? 이런 흥미로운 차이는 미국인과 유럽인의 사고방식, 더 나아가 문화의 차이에 있습니다.《How Soccer Explains the World》를 쓴 프랭클린 포어는 미국인들이 축구를 싫어하는 이유로 세계화를 지적했습니다. 미국인들의 관점에서 볼 때 축구는 반드시 해로운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전통을 버리고 세계 다른 지역의 문화를 추종하는 상징인 것입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축구의 경기 방식, 약한 팀이라도 수비에만 전념하다 보면 종종 이기는 경우가 있거나 많은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며, 스타 선수들이 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것을 혐오하는 것입니다. 반면 유럽인들은 야구의 문화, TV방송에 적합하도록 경기 규칙을 수정하거나 실력이 엉망인 팀이 리그에 계속 참여할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유럽식 사고방식과 미국식 사고방식은 무엇보다 이 야구와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 사회의 여건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방법은 일하는 방식을 조사하기보다 놀이와, 여가시간의 활용, 레저를 즐기는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다. - 바트 지아마티

야구와 축구의 조직 방식 차이는 스포츠의 기원과 발전, 그리고 그 사회의 문화를 반영합니다. 미국의 스포츠, 야구는 폐쇄적입니다. 구단들은 연고권의 수를 통제하며, 일반적으로 한 개의 팀이 특정 지역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며, 공적 보조금을 최대한 확보해 자신들의 시설에 투자합니다. 리그가 확장될 경우 기존 구단들은 새로운 구단에 두둑한 입회비를 부과합니다. 선수명부에 제한이 있으며, 기업독점금지법에 대한 여러 예외를 인정받습니다. 반면 유럽식의 스포츠, 축구 리그는 개방적입니다. 상위 리그와 하위 리그가 존재하며 이들간에 승격/강등전이 존재합니다. 새로운 팀은 입회비를 지불하지 않으며 하위리그부터 시작해 상위리그로 진출할 수 있고 기존의 팀들은 일정 지역에 독점권을 부여받지 않으며,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경우가 드뭅니다.

이러한 차이는 축구가 세계적인 스포츠가 된 반면, 야구는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주로 즐기는 나라는 카리브해 지역과 중미지역 국가, 그리고 한국과 일본 외엔 없다는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잉글랜드축구협회는 희망하는 모든 팀을 회원으로 수용함으로써 축구를 활성화했고 아마추어 엘리트 선수들과 함께 축구 경기를 영국의 식민지 또는 해외 투자지역으로 전파한 반면, 미국 야구 관계자들은 독점이윤 추구 방식의 폐쇄적이고 독점적 스포츠 리그를 만드는 데 집착했습니다. 축구가 세계로 퍼진 역사를 살펴 보면 스포츠의 확산에 필요한 핵심요소는 스포츠를 즐기는 해외 이주자들이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자신들의 스포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전파할 것, 그 나라의 국민들 중에서 엘리트 계층이 이러한 스포츠의 성취감을 모방하는 데 열정을 느껴야 할 것, 관중들은 자국 선수들이 수입된 스포츠를 직접 경기할 뿐만 아니라 그 경기의 발상지 국가의 선수들을 능가할 수도 있어야 흥미를 느낀다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축구가 세계로 퍼지는데 성공한 것은 영국이 세계 곳곳에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각국의 민족주의, 지역주의를 자극할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축구는 독재자들에게 특별히 매력적인 스포츠이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사례는 독재 하에서 프로 스포츠가 공적자금과 사적 투자를 흡수하는 큰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야구는 항상 돈벌이로 간주됐던 반면, 축구 구단들은 사회, 정치적 동기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많은 축구 팬들은 경기장 여건보다 승리를 중요시했으며, 축구 구단들은 시설보다 선수들에게 투자하는 것을 더욱 중요시했습니다. 이러한 상징성은 축구 팀간의 대결이 곧 지역과 지역간의 대결로 확장되었고, 국제적 매치에선 국가간의 대리전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축구는 갈등의 상징이 되어 왔으며, 때론 폭력과 동일시되기도 합니다. 축구 경기장은 대부분 도시 중심부, 슬럼화되고 범죄가 많은 지역에 있으며, 전통적으로 축구가 강한 팀이 있는 지역은 노동자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지역, 혹은 공업단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야구장에서는 축구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소동이 없습니다. 야구장은 철저하게 돈을 버는 사업장이었기 때문에 구단 주인들은 야구장에서 폭력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축구 구단들은 홀리건을 저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며, 일부 구단은 적극적으로 홀리건을 장려하기까지 했습니다. 가끔 홀리건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폭력사태로 인한 사망자는 경기장 벽과 스탠드가 붕괴하거나 출구가 너무 좁아 압사당한 것이고, 어떤 이유로 불이나 큰 화재가 번지는 등 경기장이 제대로 보수되지 않음으로써 더욱 늘어났습니다.

축구가 각국과 국제 축구의 지배구조 덕분에 세계로 확장될 수 있었던 반면, 이런 지배구조가 만든 규제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할 수 없습니다. 반면 야구의 경우 국가 차원과 국제적 차원의 지배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 스포츠에서 빼놓을수 없는 TV시청도 미국에서 방송은 사기업이며 유럽과 세계 다른 나라의 방송은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미국과 세계 다른 지역 간의 스포츠 방송에 본질적인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야구장은 고급 좌석, 클럽식 좌석, 휴게실 등을 설치함으로써 돈 많은 고소득층 팬을 끌어 모으는데 있어서 축구보다 유리합니다. 야구가 축구보다 재정적으로 튼튼한 근본적 이유는 독점이라는 점입니다. 축구의 승격/강등제의 경우 완전경쟁체제라 선수에 투자하는 비용이 커지는 반면, 야구는 팀은 특정 리그에 고정되고 선수들만 이동하다 보니 선수에 투자하는 비용에서 부담감을 덜 느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야구팀의 이익이 구단주의 다른 사업을 촉진하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야구의 경제학은 명백히 구단주를 위해 작동합니다.

이런 야구와 축구의 차이점을 알아보는 것은, 궁극적으로 야구와 축구에 내재된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야구와 같은 규제받지 않는 독점은 팬과 납세자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며, 축구와 같은 무제한적 경쟁 체제는 팀의 재정적 압박으로 인해 리그의 건전성을 저해하기도 합니다. 저자는 야구의 단점을 축구를 통해 보완할 수 있고, 축구의 단점을 야구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변화의 목표는 오직 한 가지 뿐입니다. 바로 야구와 축구라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팬들을 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