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켈슈타인의 우리는 너무 멀리 갔다 - 은폐된 학살, 이스라엘의 가자 침공
노먼 핀켈슈타인 지음, 김영진 옮김 / 서해문집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이스라엘의 국방장관 바락은 이스라엘 방위군을 '세상에서 가장 도덕적인 군대' 라고 평가합니다. 바락의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이, 이스라엘군은 유대교 경전에 나오는 가장 잔혹한 가르침을 실현시키며 무수한 죽음과 파괴를 낳았습니다. 이스라엘의 무지개 작전, 참회의나날 작전, 여름비 작전, 가을구름 작전, 뜨거운 겨울 작전 등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초토화시켰고, 수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그리고 사망자 대다수는 민간인이였습니다. 국제사회는 계속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을 비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이스라엘은 죽음의 행진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그들이 스스로를 가장 '도덕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문제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UN총회는 영국의 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을 56퍼센트는 유대 국가로, 44퍼센트는 아랍 국가로 분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킵니다. 그 후 이스라엘은 1948년에 1차 중동전쟁을 통해 신생국 이스라엘의 영역을 웨스트뱅크와 가자지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으로 확장합니다. 이 전쟁으로 25만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납니다. 영국과 프랑스와 결탁한 이스라엘은 1956년에 이집트 영토였던 시나이 반도와 가자 지구를 침공합니다. 이스라엘은 아이젠하워의 압박에 못이겨 1957년에 가자에서 군대를 철수시키지만, 1967년 가자지구를 재점령했고, 현재까지 점령군을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오늘날 가자 거주민의 80퍼센트는 전쟁의 난민과 자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구의 절반은 18세 미만입니다. 이스라엘은 탈발전이라는 통치제도를 시행했는데, 이는 땅이나 물, 노동력과 같은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그것들을 개발할 수 있는 자체적인 능력과 잠재력마저 착취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점령하면서 수없이 많은 아랍인들을 처형합니다. 때문에 웨스트뱅크와 가자의 아랍인들의 절대 다수는 이스라엘의 점령을 혐오했으며, 이스라엘은 계속 남아 있을 작정이였습니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무장투쟁이였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끊임없이 맞서 싸웁니다. 이스라엘은 거기에 대응해 12,000명을 수용소에 강제수용하고, 13,000명 이상의 주민을 강제로 추방합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에 맞서 대규모 파괴 작전을 수행했는데, 58,000채의 주택과 280개의 학교, 6개의 대학, 1,500개의 공장 등 파괴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시설물을 파괴합니다. 그 결과 60만톤의 잔해가 남겨졌으며, 피해액은 30억에서 35억 달러에 달합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로켓 공격으로 저항했는데, 이스라엘의 건물 몇 채가 부서졌으며, 피해액은 1,500만 달러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심지어 UN 난민구제 사업기관에 백린탄을 발사했고, 반기문 사무총장은 불타버린 건물을 방문해 "이는 UN에 대한 잔인무도하고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다." 라고 평했습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행동은 전쟁억제력 회복의 필요성이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00년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을 축출했는데, 이는 이스라엘의 전쟁 억제력에 대한 도전이였습니다. 이스라엘은 패배의 복수를 위해 2006년에 다시 한번 헤즈볼라와 대결하게 됩니다. 이 대결에서 헤즈볼라는 정규군 2천명, 비정규군을 포함하면 4천명에 불과했지만, 이스라엘은 3만명을 동원했습니다. 또한 이스라엘이 16만 2천개의 무기를 사용한 반면, 헤즈볼라는 5천개를 사용했습니다. 게다가 마을에서 방어전을 펼친 사람들의 일부는 헤즈볼라에 가입하지도 않은 사람들이였습니다. 이런 압도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또 패배하게 됩니다. 이 두번의 패배는 이스라엘의 전쟁 억제력에 의문을 가져다주었고, 이스라엘은 억제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헤즈볼라와의 전쟁은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고,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은 새로운 목표물이자 아주 손쉬운 상대였습니다. 이스라엘 언론은 2006년에는 이틀 동안 55명의 레바논인밖에 죽이지 못한데 반해, 가자 지역의 폭격으로 개시 4분만에 300명의 가자 사람들을 죽인 성과에 대해 환호합니다. 이스라엘 논평가들은 가자지구의 공격에 대해 "가자에서의 전쟁이 2차 레바논 전쟁의 결점들을 보상해주었으므로, 이스라엘은 전쟁 억제력을 회복했다." 고 말합니다.

역사적으로 점령국이 식민지에 행하는 방식을 이스라엘도 시도합니다. 이스라엘은 소수의 팔레스타인 특권층에게 권력을 주었고, 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통해 가자지구를 대리통치하려 했습니다. 이스라엘은 2004년 가자 지구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며 국제사회에 대한 압박을 줄이고 군대 주둔에 대한 부담을 덜려고 했지만, 인권감시단은 이런 행동에 대해 이스라엘 군대가 가자 내부에 있건 주변부에 있건 간에 여전히 가자지역은 이스라엘의 통제 하에 있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심은 이슬람운동단체 하마스를 선출했고,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가자에 대한 봉쇄를 강화합니다. 이 경제적 봉쇄는 가자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줍니다. 대부분의 가자 주민은 16시간 이상 정전 상태로 지내야 하며, 일주일에 몇 시간만 물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인구의 50퍼센트는 실업상태이며 식량부족 상태이고,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출국을 허락받지 못합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정착단지에 쌓고 있는 분리장벽은 그야말로 현대의 '통곡의 벽' 입니다.

이 지구를 수많은 다른 민족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기를 원하지 않는 정책을 피고가 지지하고 수행한 것과 마찬가지로, 어느 누구도, 즉 인류 구성원 가운데 어느 누구도 피고와 이 지구를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발견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교수형에 처해져야 하는 이유, 유일한 이유입니다. -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p.382 

악의 평범성이라는 개념을 제시한 한나 아렌트의《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의 이 문구는, 홀로코스트의 전범 중 한명인 아이히만의 재판에 대한 평가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현대의 이스라엘에 대한 평가도 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수많은 국제사회의 경고와, 심지어 피해자인 팔레스타인 쪽에서 평화의 제스처를 취해도 무시한 채 전쟁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 행보는 바로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바로 일주일 전부터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공습을 개시했고, 팔레스타인 사망자 100명을 포함해 사상자가 1,000명을 넘어섰습니다. 이스라엘인 또한 하마스의 공격으로 3명이 죽고, 50명이 다쳤습니다. 이스라엘은 수많은 자국민들, 유대인들을 평범한 악으로 물들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아이히만을 죽였지만, 이제는 스스로 아이히만이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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