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1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인규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세상을 살아가면서 단 한번도 힘든일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아이 조차도 뭐가 그리 힘든지, “정말 힘들단 말이야~”를 외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 살아가자니 참 고달프다.

나로 말하자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를 올해로 11년째 다니고 있지만 정말 남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겪기 힘들다는 사건들을 두루두루 맞이하고 있었다. 회사에 입사해서는 여자가 건방지게 담배를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피운다는 이유로 경영지원 쪽의 상무이사에게 찍혀서 별의별 불이익은 다 겪어봤다. 수습기간 3개월이 지나고 1년, 2년이 지났는데도 정식직원으로 안뽑겠다고 해서 기술부서 이사님이 싸워서 겨우 정식 직원이 되는가 하면… 내딴에 당연하게도 나 자신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서 회사 친구와 함께 단촐한 작은 프로젝트를 회사 외 시간에 함께 진행하였더니 같은 팀 인간도 아닌 다른 팀 인간이 우리들이 쉬는 시간에 잡담하는 것만 듣고 사익을 위해서 일하고 있대나 뭐래나 하면서 고발하는 바람에 징계위원회에까지 회부됐었다. 결국 사실무근이라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끝이 났는데, 상무이사는 그것이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기술부에서 내 고과를 특급으로 준 것을 거부한다며 F(Fail)을 줘서 연봉깍이고 진급누락까지 되더라. 힘든 일은 몰아서 온다고 거듭되는 힘든 일들 때문에 정신이 피폐할대로 피폐했었는데 그런 나를 지탱해줬던 것이 같은 회사에 다니던 지금의 내 남편이다. 이후 회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외국쪽 사업을 가져오기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한 데모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동원되면서 내 실력을 조금씩 알아주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왔다. 지금은 회사에서도 S/W 엔지니어로 손꼽히는 실력자라고 다들 말해주기에 나한테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도 거의 없어진 마당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오기가 무척이나 힘들었었다. 포기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었지만 견디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나에게 칭찬까지해주고 싶다.

그렇다. 이 노인과 바다는 내가 그렇게 10여년을 힘들게 몸으로 익히면서 깨닫는 고통의 인내와 도전, 친구에 대한 생각들을 작은 돛단배에 의지해 홀로 고기를 잡는 나이든 어부인 산티아고 노인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야기한다.

산티아고 노인은 최근 운이 아주 나빴다. 84일동안 작은 고기 한마리조차 낚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함께 배를 타던 소년의 부모는 소년을 노인에게서 떼어서 다른 배에 타게 한다. 그 소년은 5살때부터 데리고 다닌 소년이었지만 너무나도 오래된 노인의 악운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부모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매일 세심하게 노인을 챙기고 보살피는 소년에게서 노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져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다른 이들이라면 자신의 지독한 악운에 두손 두발을 다들어버렸을 것을… 노인은 그렇지 않았다. 내일의 희망을 믿고 결코 무너지지않는 강인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자신만의 강함으로 견뎌내기는 힘든 상황. 그렇기에 내 생각에는 친구라고 하기에 참 민망하지만 노인을 챙겨주는 어린 소년의 존재가 아무래도 그에게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망망대해로 나아가 그 큰 물고기를 잒기 전에도, 사투를 벌일 때 조차도 ‘그 아이가 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는 노인을 보면서 곁을 지켜주는 친구 하나가 인간에게 얼마나 많은 위안과 힘이 되어주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사람이라는 것은 역시 혼자서만은 살아갈 수 없는 동물이기에.

85일째 노인은 드디어 크나큰 물고기를 잡게 되는데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운이 필요하기는 할지 몰라도 결코 운만으로는 잡을 수 없는 물고기다. 경험과 끈기, 그리고 인내가 필요하다. 노인에게는 그 모든 것이 있었다. 다만 그 큰 행운을 시샘한 것인지 상어떼가 노인이 잡은 물고기를 노리게 되는데 그 극악한 상황에서조차도 노인은 결코 물고기를 포기 하지 않았다. 사흘간의 사투 끝에 앙상한 가시만을 남기 물고기를 배에 달고 마을로 돌아온 노인을 비웃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시만 남은 물고기의 크기에 다들 놀랐을 뿐이다. 그리고 돌아온 노인을 챙기던 소년은 사투의 흔적이 진하게 남은 노인의 손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노인에게 이제 함께 다니겠노라고, 결코 홀로 보내지 않겠노라 말하는 소년. 노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져서 나까지 가슴이 뭉클했다. 앞으로 노인은 곁에 언제까지고 같이 있어줄 ‘친구’를 갖게 된 것이니 참 기쁘기는 하지만… 책을 읽고 난 후에 나는 산티아고 노인이 너무나도 눈물겨웠다. 그리고 안타까웠다. 85일만에 겨우 큰 물고기를 낚았건만 어째서 상어떼를 만난 것이냐- 싶어 눈물도 난다. 그 고난을 이겨내고 낚았던 물고기, 드디어 산티아고 노인에게 운이 돌아왔구나! 싶어서 기뻐했기에 그 이후 이어진 상어떼의 공격이 아쉽고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물론 노인이 길게 이어진 자신의 불운을 끊고 자기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에 이긴 것임을 알고 있지만 어디 사람 마음이 그러한가.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조금 지쳤을 뿐 쓰러지지않는 노인이 정말 존경스럽다. 나는 이후 소년과 함께 그보다 더 큰 물고기를 낚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안타까움을 달랬다. 분명 그럴 것이라 여기면서…

사람들은(나 자신조차도…)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은 배로 더 예민하게 느끼고 힘겨워 한다. 그 당시는 정말 죽을 정도로 힘겹고 괴롭다. 차라리 죽어버릴까, 생각해본 사람도 참 많으리라. 열심히 노력해도 결코 벗어날 것 같이 않은 괴로움. 하지만 그런 괴로움은 언젠가는 이겨낼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산티아고 노인이 불운을 힘겹게 끊어내고 다른 불운이 왔을 때조차 꿋꿋이 이겨냈듯이… 나도, 다른 이들도 노인처럼 그리할 수 있으리라.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산티아고 노인처럼 곁에 있어줄 친구가 하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 나에게는 그 소년 같은 친구는 없지만 늘 곁을 지켜주었고 앞으로도 지켜줄 친구 같은 남편이 있고, 힘든 일과 후 집에 돌아가면 웃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노라 반겨주는 아이들이 있기에 세상풍파 다 이겨낼 수 있으리라. 내 남동생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런 힘을 이 ‘노인과 바다’에게서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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