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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인의 반란자들 - 노벨문학상 작가들과의 대화
사비 아옌 지음, 정창 옮김, 킴 만레사 사진 / 스테이지팩토리(테이스트팩토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이 무척 흥미를 당기는 책이었다. "16인의 반란자들"...16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들의 인터뷰집인데 어째서 그들을 반란자들이라고 부르르는 것일까...?
우선은 책의 글머리에서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자세히 설명하는데...처음에는 그저 사진첩에 넣을 한줄의 헌사를 얻고자 시작했었지만 주제 사라마구 편에서 그의 아내가 "주제, 오늘부터 사흘간 당신의 그림자가 될 분들이 오셨네요." 라고 말한 것처럼 밀접하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일상을 함께하면서 결국 3년여에 걸쳐서 지금과 같은 책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페이지들을 가득 메우고 있는 흑백의 사진들이었다. 생각 외로 분위기 있는 흑백의 사진들이 순간 이 책이 사진집이던가...?하는 착각까지 일으킬 정도였다. 인터뷰한 작가들의 성격이나 현재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는듯한 그 사진들은 그들을 설명해줄 또다른 자료이며 작품이기도 해서 인문학 특유의 지루함을 줄 수 있는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도록 해주는 하나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책 속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작가의 발언들을 중심으로 내용들이 구성되어 있는데, 가끔씩은 질문에 대한 작가의 대답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작가 자신의 자유 발언들이다. 그래서 일정 주제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의 일상과 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이나 자신이 평생을 지나가고 있는 어떤 신념에 대한 이야기들은 나같이 작가에 대해 무지한 독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나는 독학을 했어요. 우리 가족은 달리 살아갈 방도가 없었지요. 나는 청색 작업복을 입고서 2년 동안 기계공으로 일했고, 그 뒤로도 다양한 직업을 거쳤어요. 내 문학교육은 공공 도서관에서 이루어졌는데, 집에는 책 한권 없었고 모친은 일자무식 이었어요. 당시에는 내가 걸어갈 길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러니 겨냥할 게 없었지요. 스물다섯에 첫 소설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본격적으로 창작의 길로 들어선 것은 <디아리우 데 노티시아>지에서 기자일을 잃었을 때였소. 그때 내 나이 오십이였지요. 누군가가 왜 그렇게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진지하게 대답해요. 아무것도 쓸게 없었다고."
- p.23
"예술은 세상을 바꿀 힘이 없어요. 만일 그럴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야말로 행복할거요. <돈키호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햄릿>만 봐도 그렇잖소...... 작가는 메시아적인 자세를 취하면 안 돼요. 나는 약속은 하되, 거기에 어떤 희망도 심지않아요."
- p.29 "주제 사라마구"
그리고 그들(작가를 쫓아다니는...)은 이야기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던 것인지 정말 작가들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녔다. 그들이 어디를 갔는지, 또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그들은 세세히 책에 적어놨다. 덕분에 이렇게 집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내가 작가들이 어떤 곳을 주로 다니고 어떤 행동들을 하는지까지도 알 수 있을 정도다.
작가의 뒤를 좇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높고 비좁은 길을 따라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다시 아래에서 위로.
-p.24
나는 그들을(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들) 대단하지만 그저 글을 쓰는 사람으로만 이해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보고나서 작가들의 여러가지 상황들이나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사연들을 알고 나서 다시 읽어보는 그들의 작품들은 또 다른 의미를 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들은 작품에 자신의 신념과 삶을 담아내고 있었으므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대단한 작가라해도 그들 또한 사람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온 힘을 쏟아붓는 일도 있고, 누구보다 더 깊은 상처 아래 치유되지않는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대로 주저앉기보다 비판과 희망을 담은 글로 현실에 저항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 '16인의 반란자들'이 성립이 된다.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꺽지않고 그렇게 살아가리라. '반란자'라는 단어에 어울리도록...나또한 그들이 녹녹치않은 현실에 지치지않고 세월에 퇴색되지않으면서 그 기치를 그대로 들고 갈수 있기를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