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이 된 오누이 옛이야기 그림책 8
김성민 글.그림 / 사계절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새 우리 공주님이 전래 동화에 관심이 참 많다. 계기는 “꾀 많은 토끼”와 “효녀 심청”을 읽어준 것이었다. 선물받은 책을 아이에게 읽어주었는데 그 후로 밤에도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를 조근조근 읽어주면 땡깡도 조금 나아지고… 자주 읽어달라고 해서 전래동화를 책장에 재배치해야겠다는 고민을 요즘 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에 지저분한 책장을 보면 참 엄두가 안 나는 계획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눈물을 머금고 남편에게 공주님 맡기고 열심히 한번 정리 해봐야 겠다.

어찌되었든간에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내가 참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해서 읽으면서 나도 참 재미있었던 책이다. 왠지 판화를 떠올리게 하는 색이 별로 없는 그림이 왠지 모르게 한번 더 보게 된다. 특이한 그림이라서 그런지 자꾸만 끌리는 그림이더라.

뭐 사실 생각해보면 상당히 잔인한 책이다. 집이 가난한 아줌마는 부잣집에서 품을 팔러 갔다가 떡을 얻어가지고 가는데 첫고개에서 “아주머니, 아주머니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또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바람에 떡들을 다 빼앗기고… 두번째 고개에서는 팔들을 줘버리고… 세번째 고개에서는 다리를 다 줘버리고서도 모자라서 잡아 먹히고 만다. 집에 두고온 젖먹이와 오누이를 위해 그렇게 해서라도 돌아가고픈 아주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이해가 가서 나도 모르게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난다. 우리 공주님도 “불쌍해~”를 외치며 글썽글썽 하는 바람에 “괜찮아~ 나쁜 호랑이는 벌을 받을꺼야~” 하면서 달래주고 나서 읽어줘야 했었다.

아주머니를 잡아먹은 호랑이는 옷을 빼앗아 입고, 아이들까지 잡아먹으려고 간다. 아이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문을 열어줘 버리자 냉큼 호랑이가 들어와 젖먹이를 잡아먹어 버린다. 오독오독 먹는 소리를 내며 뭐먹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콩 볶은걸 얻어와 먹는다며 자기들도 달라는 소리에 손가락을 던져주는 대목이 너무나도 잔인하다 못해 오싹하다. 드디어 호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 아이들이 꾀를 내어 밖으로 도망나가서 우물가의 큰 나무에 숨는다. 나머지는 다들 알고 있다시피 나무 위에 올라앉아있는 아이들이 실수로 도끼로 나무를 찍어서 올라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바람에 잡히게 돼서 하늘에 빌어 동아줄을 받아 살아나고, 호랑이는 썩은 동아줄을 받아서 떨어져 죽는다. 떨어져 죽은 곳이 수수밭이라 수수대가 그 이유로 빨갛게 되었고, 하늘에 올라간 오누이의 누이는 해가 되고 오빠는 달이 되었다는 옛이야기.

아아~ 이것저것 본받아야 할 것들도 있고, 재미도 있는 이야기지만… 아직 어린 우리 공주님에게는 좀 자극이 너무 강한 이야기라 아직은 못 읽어주겠다는 판단으로 깊숙이 숨겨 논 비운의 책… 원래 이렇게나 이야기가 잔인했었던가…? 라는 물음을 하면 가끔씩 꺼내보는 이 책은 한번쯤 정말 아이들이 읽어볼 수 있을 시기인지를 가늠해 보시고 나서 주기를 권유하는 바이다. 물론 잔인하다 하여 무조건 숨기는 것도 좋지는 안겠지만 아직 4살인 우리 공주님에게는 너무 무서워 나는 숨길 수밖에 없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