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츠키 나츠미라고 하는 작가의 작품을 내가 처음 접한 것은 ‘OZ(오즈)’라는 만화였었다. 고등학교 때던가…? 별 생각없이 제목과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서 샀던 책은 완전히 대박! 지금도 내 책장에 고이고이 모셔져 있는 책이다. 핵전쟁 이후로 피폐된 지구를 배경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과 인공지능 휴머노이드에 대한 이야기로 “돌출된 과학은 독이다” 라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송장가치 200%의 만화책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신작이라고 하니 당연히 기대될 수밖에 없다. 음, 제목으로 봐서 뱀파이어 이야기겠거니… 생각은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알려진 뱀파이어에 대한 상식이 아닌 그녀만의 새로운 상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었다. 주인공 료는 사고로 1분 동안 심장이 멈췄다가 구사일생으로 눈을 뜨게 되지만, 색소가 옅어진 것인지 머리카락은 금발이요 눈동자의 색은 붉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보여서는 안 되는 것들이 료의 눈에 보이게 된 것이었다. 이를테면 죽은 사람의 영혼이라든가 물체들이 가진 잔류 사념 같은 것들이 말이다. 참 곤란하기도 하겠다. 그리고 자신과 동류로 보이는 소녀를 만나 자신이 그렇게 된 연유에는 죽은 자들의 세계의 주인인 ‘뱀피르’라고 하는 존재가 료의 몸에 들어갔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뱀피르’라고 하는 존재는 자신과 맞는 죽은 육체를 손에 넣어 영원과도 같은 세월을 살아나가는 존재로 그들과 융합한 인간은 몸을 공유하며 늙지 않은 채로 몇 백년이든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서 료의 몸에 들어왔었던 뱀피르는 계속 료한테 붙어서 유혹하게 되는데… 이 뱀피르라고 하는 존재는 보아하니 인간의 생명 유동체로 ‘오서(author)’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마이너스적인 에너지를 더 맛있어(?)하는 것 같다. 보통은 점령한 인간의 육체의 모습을 유지하지만 그들은 원래의 모습으로 변신하듯이 변하기도 한다. 여하튼 덕분에 료는 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운 일들을 보고 겪게 된다. 뭐 죽은 자들의 세계에 절반쯤 몸을 걸치고 살아가고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나저나 이런 방식으로 옴니버스 방식의 이야기들로 자잘히 채워질 줄 알았던 이야기였는데 뱀피르라고 하는 존재 자체에 대한 무언가 또 다른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양파껍질을 벗겨나가듯 조금씩조금씩 튀어나오는 이야기들이 감질나기는 하지만 앞으로의 내용들이 더 기대가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