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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 2011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유병수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모스 할아버지는 부지런한 동물원지기이다. 이른 아침 자명종 시계 소리로 눈을 떠서 제복으로 갈아입고, 시계의 태엽을 감고, 주전자의 물을 끓이며 설탕 그릇에게 말을 건다. “자, 오트밀에는 설탕 한 숟갈을 넣어 주세요. 그리고 찻잔에는 설탕 두 숟갈.” 왠지 모르게 나에게는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외로워 보이는 한 장면이었다.
어쨌든 그렇게 아침식사를 마친 뒤, 버스를 타고 동물원에 도착한 할아버지는 할일이 아주 많다고 한다. 하지만 동물 친구들을 방문하는 것을 절대 거르지 않는다. 코끼리와는 체스를 두고, 거북이와는 달리기 경주를 한다. 그 달리기 경주에서 거북이는 한번도 져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아모스 할아버지의 다정한 배려인 것이다. 그 밖에도 수줍음 많은 펭귄, 항상 콧물을 흘리는 코뿔소, 어둠을 무서워하는 부엉이를 매일 방문하면서 그들을 기쁘게 해주곤 한다.
그런데 어느 날 큰일이 난다. 할아버지가 감기에 걸려버린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는 동물 친구들은 할아버지를 애타게 기다린다. 그리고 기다리다 못한 친구들은 동물원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할아버지네 집에 찾아가기에 이른다. “만세! 친구들이 찾아왔구나!” 하고 기뻐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이 어찌나 환히 웃고 있는지 나도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코끼리는 할아버지와 함께 체스를 두고, 거북이는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펜귄은 할아버지의 발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등 동물 친구들은 할아버지와 좋은 시간을 보낸다. 밤이 되서 한 공간에서 비좁게 자고 있는 할아버지와 동물 친구들… 하지만 그 모습이 어찌나 정겨운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선은 참 그림이 예쁘다. 거칠지않고 부드러운 선으로 그려진 그림에 페이지를 빼곡히 색으로 칠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분부분들만 색으로 채워넣은 그림은 느낌 자체가 굉장히 부드러워 보여서 참 좋다. 게다가 동물원의 동물들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놨기에 세밀화 같아 보이기도 하는 것이 아이와 함께 읽기에 좋더라. 모든 그림들이 다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그림을 손꼽으라면 나는 동물들이 할아버지한테 가기 위해 버스에 탄 장면을 꼽겠다. 그 그림을 보면서 우리 공주님이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 꺄르르 웃으면서 버스 타러 가잰다.
아직 어려서 배려에 대해서 모를 것 같았던 우리 공주님. 그런데 동물 친구들이 착하다면서 그림에 뽀뽀도 해주고 슥슥~ 쓰다듬어주기도 한다. 왜 그러냐니까 할아버지랑 놀아줘서 그렇다고 한다. 아이고 예쁜 것~~ 이 책은 예쁜 그림도 좋았지만 이렇게 서로간에 대한 배려를 알 수 있는 따뜻한 내용도 기분이 좋았던 책이다. 책을 보고서 할아버지한테 달려가서 다리에 꼬옥~ 매달리는 우리 공주님을 보니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도 배울 것 같다. 어찌되었든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그림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