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기야, 춤춰라! 동화는 내 친구 61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 논장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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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기의 발이 얼마나 많은가 모르는 사람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그 노래기의 물결치는 듯한 수많은 발들을 볼 때마다 오싹~ 소름이 돋는다. 개인적으로 정말 노래기나 거미 같은 다지류들은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지만 뭐, 이건 동화니까~ 하면서 읽었다. 주인공인 노래기는 표정도 귀여운 녀석이다. 발이 많아서 그런 것인지 어쩐지 ‘천개의발’ 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녀석인데 어느 날 산책을 나왔다가 때아닌 봉변을 당한다.

수다쟁이 박새 몇마리가 천개의발이 지나가는 길목에 앉아 있었던 것이 화근… 자기들끼리 이야기했더라면 끝났을 것을 괜시리 심심했는지 천개의발에게 그 많은 다리로 어떻게 걷느냐며 대단해 한다. 누가 태어나서 걷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이론화 해놓겠는가…? 본능적으로 그냥! 걷는거지~ 당연한 사실을 어떻게 걷느냐며 방법을 말하랜다. 나중엔 알려주기 싫어서 그러는 거라는 둥 억측까지 한다. 저런~ 열받는 것들 같으니라구~~ 이런 아이들이 학교에도 몇은 꼭 있다. 어쨌건간에 그냥 지나쳤어도 좋으련만 천개의발은 그 말들에 신경을 쓰면서 걷다보니 생각지도 않았던 발이 엉킨다~라는 황당한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 계기를 준 박새들은 자기들끼리 “너무 잘하려다가 자기 꾀에 넘어간 거야.”라는 둥 조잘대다가 발이 엉켜서 못움직이는 노래기를 놔두고 날아가 버린다. 아이쿠… 그래 학창시절 그냥 놔뒀으면 좋을 것을 여기저기에서 기대하고 칭찬하고 추어주는 바람에 긴장을 하거나 더 잘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실수를 해서 일을 망쳐버린 기억을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으리라. 나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참 그런 사건들이 꽤 있었는데… 여하튼 참 노래기가 너무 안됐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렇게 끝이 나면 안되겠지…? 그렇다. 노래기는 집으로 겨우 돌아간 다음 엉킨 발을 풀어내는 일을 시작하게 된다. 혼자서 계속 그렇게 힘든 상황을 감내했다면 좌절했을지도 모르지만 항상 힘이 되어주는 어머니의 말을 되새기며, 조금씩 더 힘을 내게 된다. 그리고 그를 사려깊게 응원해주는 거미의 말에 힘을 얻어 엉킨 발을 풀어내는 것만으로 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다리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는지에 대해서 ‘잔물결 원리’라는 이름까지 붙여내며 연구하게 된다. 그리하여 누구보다 멋지게 다리들을 사용하여 움직일 수 있게 되고 그 누구보다도 멋진 춤을 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주인공 노래기 천개의발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것만으로 그치지않고 자신의 기술로까지 승화시켜내는 과정이 재미있고 찡~하기까지 하다. 그리고 사무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에 어머니께 편지는 참 마음이 아프기까지 하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더욱 먼진 자신으로 선 천개의발를 어머니가 꼬옥 안아주면서 “나는 너를 언제나 사랑한단다. 네가 걷지 못하게 되었든, 이렇게 춤을 잘 추게 되었든.” 하는 부분은 살짝 감동까지 느껴진다.

이런 문제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있을 수 있지만 아이들이 많이 겪을 수 있는 문제이리라. 그런 문제를 재미있는… 그리고 감동을 전해주는 동화로 엮어낸 작가분이 정말 대단해 보인다. 문득 나 또한 그 조잘대기 선수들인 박새들처럼 물어보고 싶어진다. “어떻게 그렇게 글을 잘 쓰세요?” 하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이 세상의 모든 노력하는 이들을 위해 최고의 찬사를 담아 보내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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