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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의 유토피아 - 열린 광장, 자연의 낙원에서 함께 살기 ㅣ 정부희 곤충기 2
정부희 지음 / 상상의숲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시골 출신이다. 대학 때문에 대전에 오기까지 내내 시골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왠만한 풀꽃이나 곤충들, 새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그 당시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성격이 그다지 원만한 편은 아니었던 듯…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 보다는 책이나 읽고 곤충들이나 풀꽃들을 구경하는게 더 즐거웠던 애였으니… 고등학교 때였다. 학교 또한 바로 옆이 나즈막한 산이 있는 시골 학교였기에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켜져 있는 불빛에 참 많은 종류의 곤충들이 날아들곤 했었다. 그 중에서도 내가 마음을 빼앗긴 것은 나방이었다. 날개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눈을 떼지 못했고… 사람들이 나방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인 그 통통하고 거대한 몸매조차 예뻐 보이기까지 했었다. 그리고 곤충채를 잡게 되었다. 그 아름다운 나방들을 계속 내 눈으로 보고 싶었기에… 나의 나방 수집은 꽤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하지만 동생이 방학숙제라면서 내가 아끼는 나방들을 예쁘게 담아갔다가 선생님의 야욕 때문이었는지… 처음에는 전시해야 한다고 안주고, 그 다음에는 썩어서 버렸다면서 안 준다더라. 하지만 과학 선생님의 가르침에 따라 알코올로 소독과 방부처리까지 끝낸 나방들이 무슨 수로 썩는단 말인가…? 그 선생 지금까지도 생각이 나서 그 얼굴 좀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뭉클뭉클 떠오른다. 너무 속이 상해서… 그 이후로 나방수집을 그만둬버렸다. 아, 어쩌다 보니 사설이 길다. 원래는 그저 이 책을 보게 된 이유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하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내가 하는 게 다 그렇지 뭐~ 싶다.
이 책은 참 아름답다. 그리고 친절하다. 풀컬러로 만들어진 책 속의 곤충들은 어쩌면 그리도 생생한지 금방이라도 그 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아서 몇몇 애벌레 그림은 좀 징그러워서 몸서리를 치면서 봤지만서도… 이 책을 손에서 놓치 못 하겠는 이유는 그런 눈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사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정한 문장들 또한 책을 손에서 놓치 못하게 하더라. 곤충들에 대한 애정이 없이는 이런 글이 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그들에 대한 깊은 애정이 느껴지는 문장들은 그 유려함을 자랑하면서 문득 에세이집을 읽는 것이 아닌가…? 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물론 주제가 되는 곤충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곁들인다. 좀 모자란 듯 싶으면 추가적인 설명도 아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아름답고 친절하면서 재미있는 책인 것이다. 저자는 다리가 저릴 정도로까지 참고 참으면서 그들을 CSI가 증거를 찾듯이 세세히 관찰하고 그들만의 이야기를 인간의 언어로 풀어놓아주고 있다. 그래서 읽는 시간이 지루하지를 않다. 물론 어린 시절 읽은 파브르의 곤충기처럼 흥미진진하지야 않겠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재미있었던 책이다. 한참을 읽고 있으니 딸래미가 두손으로 내눈을 가리더라. 그러더니 책속의 곤충들을 발견하고 새된 소리를 지른다. 그러고는 냉큼 낚아채어 가져가 버린다. 아이들에게 또한 그 생생한 곤충들의 사진들이 꽤 인상적인 모양이다. 아, 이런 책이 있는 줄 이제사 안 것이 좀 아쉽다. 알고보니 이게 벌써 2권이다. 1권의 내용들에도 관심이 간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시간이 좀 나면 찾아서 봐야겠다.